113만 원짜리 생선회

인생 최대 한 끼 지출

by 무나키

113만 원짜리 생선회, 먹어봤는가? 누군가에겐 생선회에 기꺼이 지출할만한 액수라고도, 누군가에겐 절대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는 금액이다. 나의 경우엔 후자에 속한다. 113만 원이면 6개월치 재즈 피아노 레슨비를 낼 수 있고, 사계절 옷을 몽땅 사고도 남는다. 아직도 뒷맛이 씁쓸한 것을 보면 분명 한 끼에 써버릴 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내가 절약하는 생활 습관을 가졌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과소비를 하지 않는 편으로, 취미나 레저활동에 돈을 과하게 쓰는 것은 탐탁지가 않다. 또 기왕 큰돈을 쓸 거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배우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날에는 기꺼이 큰돈을 쓰지만 그럴 땐 특별히 양심의 사이렌이 울리지 않는다. 이런 내가 어쩌다 113만 원짜리 생선회를 먹게 되었는가.


우리 부부는 제주도에 입도하여 산 지 거의 7년이 되어간다. 제주도는 사계절 내내 맛있는 횟감이 나오는 곳으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 둘 다 회를 좋아해서 언젠가 낚시를 배워서 직접 잡은 생선으로 회를 쳐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낚시를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주변 지인들 중에 낚시를 취미로 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그렇다고 우리 둘 다 처음 보는 조사님(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의미로 부르는 말)께 넉살 좋게 다가갈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우리는 결국 수강료를 내고 정식으로 낚시를 배우기로 했다. 선생님은 친절한 분이었고 수업에 열정이 있어 보였기 때문에 우리 둘 다 부푼 마음을 안고 이론 수업에 들어갔다. 이론 수업의 내용으로는 물때와 바람 보는 법, 낚시 포인트를 결정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조류의 종류, 장비의 부분별 명칭 등이었다. 그렇게 네 시간 동안 열띤 강의를 하신 선생님과 '내일 뵙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와서 받은 문자 내용은 꽤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선상 낚시를 하러 갈 예정이었고 선비와 강습 비용 등을 대강 따져봤을 때 우리가 지불할만한 정도의 금액대라고 생각했다. 막연히 계산만 해보고 실제 드는 비용을 묻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그 결과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113만 원. 한껏 낚시에 대한 기대에 차 있던 우리에게 청천벽력 같은 금액이었다. 8시간 동안 선상 낚시를 하는 데 113만 원이 든다고? 우리 같은 낚시 문외한들이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수업을 덥석 들어버린 것이다. 이미 다음 날 배를 예약했기 때문에 취소는 불가능했다. 늦은 밤 서귀포에서 제주시도 돌아오는 먼 길 내내 우리 둘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루에 백만 원을 넘게 쓰다니, 해외여행보다 비싸다', '낚시가 돈이 이렇게 많이 드는 취미인 줄 몰랐다' 등 우리는 서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노력하며 조심조심 충격받은 마음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가야지. 가서 113만 원어치보다 더 즐기고 와야지. 우리의 결론은 이거였다.


다음 날 12시에 배에 올라 낚시를 하고 저녁 8시쯤 뭍으로 돌아왔다. 뱃멀미로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우리의 조과(물고기를 잡은 성과)는 썩 괜찮은 편이었다. 벵에돔, 돌돔, 부시리, 이름 모를 잡어 등 다양한 생선들을 신나게 낚아 올렸고, 흘림낚시의 맛에 홀딱 빠져 버렸다. 흘림낚시는 말 그래도 바닷물의 흐름에 크릴(미끼용 새우)을 흘려보내며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속인 후 챔질하는 낚시로, 손가락으로 줄이 풀리는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왼손 세 번째 손가락 위로 줄이 슬슬 풀리다가 고기가 미끼를 삼키면 상대적으로 줄이 빠르게 풀리는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챔질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기가 바늘을 뱉고 바위틈으로 도망쳐버려서 목줄이 여(물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에 걸리게 된다. 낚시가 끝난 후, 집에 가서 바로 먹을 생선 (벵애돔 3마리와 부시리 1마리)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풀어주었다.


9시가 넘은 저녁, 우리는 즐겁게 낚시 수업을 마치고 벵애돔 회와 벵애돔 솥밥을 해 먹었다. 지금껏 먹어본 생선회 중 가장 맛있는 생선회였고, 가장 맛있는 생선 솥밥이었다. 직접 잡은 고기라 맛있었던 것도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왕 이렇게 된 거' 덕분에 더 맛있는 생선회였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낚시를 가는 날 아침부터 열심히 생각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겁게 다녀오자, 더 열심히 배워 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기분 좋고 배우는 거 있으면 남는 거 아닌가. 사실 그보다 훨씬 더 남았다. 벵애돔이 킬로당 13만 원씩 한다는데 우리는 2킬로를 잡았으니 귀한 생선회를 배 터지게 먹어보는 경험도 남은 셈이다. 이러니 저러니 손익을 따져 말하긴 했지만, 결국 가장 귀하게 남은 것은 이런 생각이다. '에이,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겁게.'


낚시는 꽤 즐거운 취미로 남을 것 같다. 수업을 듣고 나니 갯바위 낚시에도 관심이 생겨 수업을 추가로 들어보려고 계획 중이다. 남은 제주 생활 중에 낚시 실력을 갈고닦아 꼭 다금바리를 잡아먹고 말리라. 큰 금액을 투자한 김에 더 맛있는 생선을 잡아야지. 나중에 언젠가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면 이 날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스스로를 책망하다가도 '에이, 이왕 이렇게 된 거' 하고 근심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도록. 낚시로 인생을 배운다더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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