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이야기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00-33

by 두지

순교자의 얘기는 관심 없지만 배교자에 대한 이야기는 잠자코 들어보고 싶다. (사일런스) 추앙받는 가수의 이야기는 음, 그렇구나 하고 말지만, 그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지껄이는 장면은 내 마음을 움직인다. (내쉬빌) 성공한 영화제작자의 이야기라면 널리고 깔렸지만, 시나리오 작가에게 위협받고, 치고 올라오는 동료 때문에 불안해하는 영화제작자의 이야기는 두 시간 동안 나를 몰입시킨다. (플레이어) 존경받는 불자의 이야기가 아닌,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절을 모두 불태워버린 승려의 이야기는 어떤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금각사)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떤 이야기가 내 마음을 움직이는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이야기는 모두의 삶에 담겨있다. 문제는 무엇을, 어떤 관점에서 포착하느냐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아이가 백일이 되었다는,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는 SNS의 글들에 ‘좋아요’를 누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내 속에 머물지 않는다. 성공과, 아름다움과, 행복과 이념의 이면에 숨어있는 패배, 진솔함, 상처, 불안, 고뇌에 대한 이야기. 한 문장으로 담을 수 없는. 긴 소설, 긴 영화를 통해 보여진 된 후에야 그 이면에 공감하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이야기. 영웅이 아닌, 위인이 아닌, 영웅과 위인 뒤에 숨은 인간의 이면. 그게 내가 듣고 싶은, 하고 싶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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