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기분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00-34

by 두지

3월이 되면 기분이 조금 찜찜하다.


15년 넘게 학교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새학기라는 시기가 주는 시작의 감정이 일부 원인인 것 같다. 새 노트를 사고, 새 교과서를 받고, 새 교실을 지정받는 시작의 기분. 한데 나는 학생이 아니다. 진짜 시작(?)은 이미 두 달 전인 1월에 있었다. 설날에도 한 번 더 기회가 있었다. 두 달 동안 난 뭘 했나. 올해도 이렇게 사는 건가. 난 역시 변하지 않는가. 이런 자책들. 그에 덧붙여, 이제 정말 지금 말고는 올해의 시작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끔은 기분이 더럽기까지 하는 것이다. 역시 나는 루저야, 하는 패배의 기분이 들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말자. ‘시작’이란 건 어차피 상대적인 개념이다. 1월이 시작이라고 누가 말했나? 설날이 시작이란 건 내 변명이다. 3월이 시작인 건 학생들에게나 그렇다. 4월은 봄의 시작이고, 6월은 반년의 시작이다. 9월은 가을의 시작이다. 그런 시작 말고도 시작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새로운 글을 써보는 시작. 새로운 눈으로 하루를 살아보는 시작.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돼보는 시작. 조금 더 단단해져 보는 시작.


마음이 흐트러졌다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중요한 건, 계속 나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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