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00-35
글을 쓸 때 가장 마지막 과정으로 ‘맞춤법 검사기’를 거친다. 부산대에서 만든 맞춤법 검사기 사이트에 내 글을 넣고 ‘검사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내 글을 검사했을 때 가장 흔하게 보이는 오류는 ‘더 이상’이다. “더’는 동사 위에 얹혀 ‘그 위에 보태어’처럼 쓰는 부사인데, 어떤 점으로부터 위를 뜻하는 ‘이상’을 덧붙이는 건 글답지 않다”는 것이다. 교정 내용을 보고 ‘더 이상’을 ‘더는’이라고 고칠 때도 있지만, 아무래도 ‘더는’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슬쩍 ‘더 이상’이라고 남겨두는 때도 있다.
이런 결정을 해야 하는 때가 많다. 한 바닥을 써 놓으면 ‘더 이상’이라는 단어가 두세 개는 꼭 들어있다. 나는 왜 자꾸 ‘더 이상’이라는 말을 쓰는 걸까?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만두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문장이다.
‘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만두어버린 상황을 표현하는 문장이다.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무언가를 놔버림으로 해서 변화된 상태를 표현하는 문장이다.
난 뭘 그렇게 맨날 그만두고 싶은 걸까. 일을 막 벌려놓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습성 때문일까. 맞춤법 검사기는 ‘더 이상’은 ‘더는’ ‘더’ ‘이제는’ ‘다시는’ ‘절대’로 고쳐쓰기를 권유한다. ‘더 이상’보다 조금 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그만둬버리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내 문장들의 ‘더 이상’은 차마 ‘절대’ ‘다시는’으로는 교체할 수 없다. 그러기엔 내가 미련이 너무 많다. 그만두어버리지만, 두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지만, ‘절대’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는 건 아니다. 다른 곳으로 갔다가 ‘더 이상’ 이곳에 있기 싫다며 다시 예전에 ‘더 이상’ 하기 싫었던 것으로 돌아와 버리기도 하는 얄팍한 인간인 것이다.
더 이상 ‘더 이상’이라는 말이 난무하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더 이상’라는 단어가 적용되는 인생도 다잡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느 순간 놔버려야 할 때도 분명 있겠지만,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더 이상’보다는 ‘조금만 더’인 것 같다. 조금만 더 해보자.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조금만 더 있어보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들여다보자. 조금만 더 고쳐보자. 더 이상 후회가 없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