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어디예요?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00-4

by 두지

2년 전 긴 여행을 떠났다. 월셋방을정리하고 35L 배낭 안에 생존과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 넣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월셋방에 있던 온갖 잡다한 것들 – 입지 않는 옷,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친구의 오래된 쪽지나 성적표, 인형, CD 등등 – 을 폐기 처분할 것과 간직할 것으로 구분한 뒤, 간직할 짐들은 엄마 집으로 보내고 모두 보냈다. 그리고 오롯이 남은배낭 하나.


남편과 함께 철원에서 부산까지 걷는 여행이었다. 남편이 외국인이라, 사람들은 우리를 보면 어디서 왔냐는 질문을 자주했다. 어디 살아요? 집이 어디예요? 어디서 왔어요? 그흔한 질문이 난감하게 느껴졌다. 나와 남편의 인생은 집이 어디냐는 간단한 질문에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복잡한 무언가가 되어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행정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 중하나가 주소 이전이었는데, 살던 월셋방을 없앴으니, 이사를가는 것도 아니니 옮길 주소도 없었다. 편의상 친오빠 집으로 주소 이전을 하려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직원에게 물었다.


“그냥 주소를 아예 없애면 안되나요?”

“그게. 불가능한 건 아닌데그럴 경우 주민등록증이 말소가 될 수 있어서요.”


처음 알았다. 주소가, 사는집이 있어야만 이 사회의 주민, 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왤까. 우리같은 사람은 어쩌라고. 노숙자들은 어쩌라고. 집 나온 청소년들은 어쩌라고. 너무 일방적인거 아닌가. 행정 편의를 위해 모든 사람을 특정 카테고리에 다 뭉개 넣어버리는 거 아닌가.


여행을 하면서 집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우리집은 어디지? 내 잡동사니를 보내놓은 엄마집? 행정적인 주소를 옮겨놓은 오빠집? 아님 내가 있는 여기?


나에게 집이란 내가 지나온 모든 것들이다. 서랍 안에 담겨있는 자잘한편지들과 한쪽만 남은 귀걸이. 친구들과 자주 가던 밥집. 아빠 목을 빨갛게 달구던 술 냄새. 엄마가 담근 총각김치의 시큼한 맛. 내가 지나온 기억, 그리고 익숙함. 그게 나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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