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니면 말고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00-12

by 두지

난 친구가 그렇게 많지 않다. 세상 사람들을 친구가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으로 나눈다면, 난 자명하게 적은 사람 부류에 들어갈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 번 세볼까. 선, 밍, 배, 아, 더, 혜, 지, 정, 우, 음… 하다 보니 헛갈린다. 어디까지를 ‘친구’의 부류로 넣어야 하는 거지? 대학교 때 만났고 서로 호감은 있지만 1년에 한 번 겨우 연락할까 말까 한 사람도 친구인가? 직장에서 매일 보고 서로를 좋아하고 별 이야기를 다 하긴 하지만 아주 깊숙한 쪽팔린 얘기까지는 못 하겠는 사람은 친구가 아닌가? 꼭 모든 걸 털어놓아야만 친구인가? 자주 만나야만 친구인가? 에이 어렵네….


막상 한 번 해보니 친구를 세어보는 것도 별 의미 없는 일인 것 같다. 한때는 친구였지만 지금은 그다지 친구가 아니고, 그러다가도 다시 열렬하게 연락하는 사이가 될 때도 있는 게 인간관계인 것 같은데. 사실 난 친구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멀어지면 멀어지는 대로 그냥 둔다. 꺼려지면 꺼려지는 대로 그냥 둔다. 물론 이 사람과 관계를 오래 지속하고 싶은데, 1이라는 작은 일 때문에 멀어지는 거라면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하겠지만, 그런 일은 그렇게 자주 있지는 않는 것 같다. 한꺼번에 여러 명을 만나는 걸 잘 못해서, 주기를 두고 자주 만나는 사람만 계속 만나는 것 같다. 내가 다가가는 경우도 별로 없다. 상대방 쪽에서 호감을 갖고 다가와서 친구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런 경우가 많은 편은 아니다. 난 첫인상이 무뚝뚝한 편이라, 빠르게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친구가 없나? 으하하. 어쨌든, 여태껏 나 같은 사람에게 먼저 호감을 가지고 다가와준 나의 친구들아 감사한다.


요새는 가끔, 나도 먼저 다가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갑자기 친구 욕심이 생겼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나중에 필요할지 모를, 기댈 수 있는, 돈 몇 푼이라도 빌려볼 수 있는 친구 뭐 이런 건 아직도 관심 없다. (나중에 피눈물을 흘릴지는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기로.) 다만 사람은 정말 각양각색이니까.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서로 투닥투닥 부딪히면서 상대방을 오래 지켜보는 것도 괜찮은 일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호기심이 일면 한 번 다가가 보고, 아니면 말면 되잖아? 내일 점심 약속을 잡았다. 아니면 말고, 좋으면 또 같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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