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결혼을 할까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00-13

by 두지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할까. 애인을 너무 사랑해서? 쓸쓸한 죽음을 면하기 위해? 애를 낳기 위해?


첫 번째 답은 조금 납득이 어렵다. 애인을 너무 사랑한다고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사랑하면 계속 사랑이나 하면 되지. 아, 같이 살고 싶어서. 그럼 동거하면 되지. 아, 사회적 통념상….. 역시 그런 거군.


그렇다면 두 번째 답. 결혼을 하지 않으면 배우자도, 자식도 없는 독거노인이 될 것이고, 그렇다면 뉴스에 나오는 노년의 쓸쓸한 죽음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으니까. 헌데 따지고 보면 확률은 반반이다. 내가 먼저 죽을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먼저 죽어 결국엔 혼자가 되는 확률도 50%다. 상대방이 아프면 오랫동안 병시중을 하다 결국에 혼자가 되는 수도 있다. 자식? 자식에게 내 노년기의 부양을 바라는 건 옛날 얘기인 것 같다.


애를 낳기 위해. 언젠가는 애를 꼭 낳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왤까. 왜냐고 물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인생에서 꼭 한 번쯤은 경험하고 싶은 일’ 정도의 느낌인 것 같다. 아주 가끔 나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몸 안에서 자라난 생명이 세상에 나오고, 그 생명이 하나의 인격체, 그러니까 나처럼 서른 넘은 ‘개인’이 된다고? 신기한 일이겠다. 경이로운 일 같기도 할 것 같고. 하지만 그를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과 괴로워질 인생을 생각하면 선뜻, 아기를 낳고 싶다는 마음은 못 먹겠다.


그렇다면 나는 결혼을 왜 했나. 행정절차 때문에 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비자 때문에. 남자 친구와 좀 오래 있어야겠는데, 한국에 같이 살아야겠는데, 남자 친구가 ‘외국인’인 채로 있으려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사는 게 너무 제한적이었다. 남자 친구는 돈을 떼어먹는 영어학원에 매어 있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3개월에 한 번씩 국외로 나가야 했다. 아니라면 늘 떨어져 살아야 했다. 그렇게 살 수는 없어 결혼을 했다. 아직 외국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 자유로워졌다.


결혼하고 나서 좋았냐고,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내 대답은 늘 한결같다. “결혼 전과 후가 별로 바뀐 게 없어서요.” 정말 바뀐 게 없다. 동사무소에 가서 초본을 떼면 내 호적 아래 남편 이름이 딸려 나온다는 것 말고는 별로. 결혼 전에도 거의 반 동거 상태로 일주일의 반을 같이 살았고, 결혼 후에도 엄마가 아파 일주일의 반은 엄마 집에서 엄마와 함께 지냈다. 지금은 일주일의 칠일을 같이 살지만, 그건 시골로 내려간 부모님 때문에 생긴 변화지 결혼 때문에 생긴 변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남편을 좋아한다. 같이 사는 게 좋다. 청소는 잘 안 하지만 맛있는 요리도 엄청 잘하고. 돈은 못 벌지만 그림 그리기 따위의 돈 안 되는 건 다 잘하고. 같이 영화 보고 서로 평을 나누면서 집에 걸어오는 것도 좋고. 가끔 과하게 마셔서 그렇지 같이 술 마시는 것도 재밌다. 고양이 키우고 싶다는 한마디에 입양할 고양이 사진들을 훑어보다, 언제 한국을 떠버릴지도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고양이를 키워선 안된다는 생각에 같이 엉엉 울어버리는 것도 좋다. 고양이를 못 키우는 건 정말 슬프지만.


그렇다고 결혼을 추천한다는 말은 못 하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 그냥 나는 그렇다는 것을 참고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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