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이 찍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00-11

by 두지

기억하는 생애 최초의 맛은 동그랑땡이다. 대여섯 살 때였던 것 같다. 부모님은 가게를 하고 계셨고, 우리 가족은 가게 뒤에 딸린 방에 살고 있었다. 방 옆으로는 세면실 겸 부엌이 나 있었다. 방 바깥으로 나가면 좁다란 복도식 야외가 나왔고, 복도를 통해 왼쪽으로 돌아가면 부엌이 나오는 구조였다.


수지야. 가게에서 놀고 있는데 엄마가 나를 불렀다. 가게 뒤에 딸린 문으로 들어가 엄마가 있는 부엌으로 갔다. 엄마는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났다. 왜? 이것 좀 먹어봐라. 이게 뭔데? 동그랑땡. 엄마가 부침개로 동그랑땡 모서리를 조금 잘라 후, 불어 내 입에 넣어줬다. 아직 뜨거운 동그랑땡 덩어리를 혀로 입안 여기저기에 굴리다 한입 씹었다. 기름진 양파 조각이 씹혔고, 양파를 어느 정도 씹자 짭짤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맛은 충격적이었다. 너무너무 너무 맛있었다. 한 동안 말을 잃고 작은 입으로 동그랑땡을 열심히 씹었다. 맛있냐. 엄마가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일 년에 한 번은 김장을 했다. 김장철마다 엄마는 부엌 앞 야외 복도에 배추를 산더미만큼 쌓아놨다. 배추가 어느 정도 절여지면 만들어 놓은 속으로 배추를 버무렸다. 배추를 한 겹 한 겹 들춰 빨간 속을 채우는 작업이었는데, 그때도 엄마는 나를 불렀다. 수지야. 응. 와서 이것 좀 먹어봐라. 그건 너무 커. 제일 작은 애기 배추에다 줘. 엄마는 배추 가운데 즈음 돋아나 있는 작은 배추잎을 하나 뜯어, 그 안에 속을 넣고 한 번 접었다. 엄마가 나에게 줄 김치 한 입을 챙기는 동안 볼과 턱 사이 어디 즈음에서 군침이 찍, 하고 나왔다. 아, 해. 아-. 김치처럼 차갑고 빨개진 엄마의 손이 내 입 안에 김치를 넣었다. 짜냐 싱겁냐. 엄마가 물었다. 나는 사뭇 진지해져 입 안에 감 도는 맛을 객관적으로 검토했다. 내가 내린 짜다 싱겁다 판단에 따라 엄마는 속 간을 다시 했다. 나는 그 일이 좋았다. 엄마가 나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았고, 내 말을 듣고 속간을 다시 하는 것도 좋았다. 중요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갓 만들어진 김치는 조금 싱겁거나 짜거나의 차이만 있을 뿐, 너무 맛있었다. 너무너무 너무.


엄마는 이제 김장을 하지 않는다. 동그랑땡도 만들지 않는다. 나도 이제 동그랑땡 같은 거, 누가 준다고 해도 잘 먹지 않는다. 김치도 가끔 식당에서나 먹을 뿐 집에 놓고 먹지도 않고. 그래도 가끔 명절 때 기름진 동그랑땡 냄새가 나면, 엄마가 준 그때 그 동그랑땡의 맛이 생각난다. 김장철이 됐다는 뉴스가 나오면, 엄마가 한 입 넣어준 김치의 짜고 강한 맛이 생각난다. 그러면 다시금 볼과 턱 사이에서 군침이 찍, 하고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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