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말고 지속리스트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00-18

by 두지

언제부터인가 나는 버킷리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다. 실적위주? 뭐 이런 느낌이 들어서다. 학교는 성적 위주 회사는 실적 위주인 사회에서 어떤 나의 꿈이라든지 일상의 영역까지 실적위주라면…. 약간 숨이 막히니까.


‘해봤다’라는 한 번의 경험은 해보지 않은 것, 혹은 그런 경험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와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시도도 안 해보고 위축되는 게 싫어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는 것 같다. 나는 조금 성향이 다르다. 나는 시작을 잘한다. 일 벌이기의 천재다. 동시에 일을 여러 개 벌려 놓고 수습하기에 바쁘다. 문제는,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는 거다.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재성’, 즉 일을 마무리하는 능력이 글쎄 제로란다. 그러다 보니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어떤 자기혐오 같은 게 생겨, 요새는 오기로라도 일을 마무리하려고 노력한다. 또 그러다 보니 ‘시도’라는 측면에 초점이 맞춰진 버킷리스트보다는, 시작한 일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거에 집중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도 ‘해보고 싶은 것’ 을 버킷리스트라고 한다면 나도 몇 개쯤 있다. 프랑스에 가보고 싶다 알래스카에 가보고 싶다 뭐 이런 거. 그렇다고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또 아니다. 그 한 번의 ‘해봤다’에 집착하지는 않고 싶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100개국을 가봤다고 자랑하는 사람보다는 손꼽히는 몇 개국에서의 길고 깊은 여행을 기억하는 사람이고 싶달까…. 번지 점프를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을 변화시킬 정도의 큰 차이는 아닐 것 같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꾸준하고 지속적인 시도와 관심. 뭐 그런 게 아닐까. 폴댄스를 한 번 해본 사람은 버킷리스트에 ‘했다’고 체크하고 말겠지만 글쎄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3년, 못해도 1년을 지속적으로 배워보는 노력이라면 모를까.


사전을 보니 버킷리스트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다 가려는 목적으로 작성하는 리스트’라고 정의하더라. 하지만 우리가 지난 삶을 후회하는 건, 스쿠버 다이빙을 시도해보지 못했기 때문보다는 조금 더 마음을 주고 사랑하지 못한 날들, 전하지 못한 마음, 헤아려주지 못한 미안함, 뭐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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