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불만

by 이틀

지난주에 병원에서 졸로푸트 2달치를 처방받아 왔다.

한달 단위로 처방을 해주다가 이번엔 두 달치를 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졸로푸트의 가장 큰 부작용인 입마름 증상은 여전하지만, 물을 많이 마시면 된다. 푸록틴을 먹었을 때 있었던 불면증은 없다. 그러니 입마름 증상쯤이야 그냥 견딜만 하다는 생각.


더불어 햇빛을 보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또 감정이 우울로 들어갈 기미가 보인다. 괜찮으니까, 오늘은 추우니까(한파가 요 며칠 기승을 부렸지)하며 핑계를 대고, 핑계가 누적되고, 밖에 나가지 않는 날이 누적되면 다시금 우울이 고개를 들려고 언제든 준비 중이다.


긴가민가할 때, 나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불안한 상상 횟수가 늘어나며, 쇼핑이 늘어난다. 불안하니까 무언가 자꾸 사고 싶어진다. 결핍이 주는 욕구불만인걸까?


예쁜 것을 보면 사고 싶고, 집에 비슷한 물건이 있으면서 또 신제품이 나오면 사고 싶고, 평소에 쓰지 않던 바디오일이나 화장품 등 외모를 꾸미는 것도 사고 싶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결제버튼을 누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다음날부터 문앞에는 나를 위한 선물이 하나 둘 도착해 있다. 선물이라기보다는 택배상자인데, 선물처럼 받아든다. 포장지를 뜯을때의 희열이란. 그러나 곧 깨닫는다. 집에 물건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어딘가는 비워야 새 물건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괜히 주문했나? 이번달 가계부도 마이너스인데. 애들 방학 특강비로 다음달도 마이너스일텐데.


뒤늦게 후회가 밀려온다.


마이너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느끼는 결핍이다. 마이너스 가계부를 보고도 남편은 골프에 빠져있다. 라운딩을 가지 않으니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아니지만, 온통 신경이 골프에 빠져 있으니 돈은 언제 버나, 불안감이 몰려온다. 매일 저녁 나에게 골프에 대해 설명하고, 골프 영상을 공유한다. 일에 대해서도 그렇게 열정적이면 좋을텐데.


내가 또 나서서 돈을 벌어야 할까?


싫은데.


아이들 학원비로 생활비가 모자라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는 더 가져올 돈이 없다고 했다. 단칼에 거절당했다. 지금 주는 생활비라도 꾸준히 가져오면 다행인가 싶다.


이런 불안감이 나로하여금 지금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에게도 짜증을 내고 있다.


엄마를 찾지마, 엄마를 부르지마, 엄마 글 쓸 동안은 말 시키지마, 오후 3시까지야. 차 마실 동안 좀 건드리지마. 그럴 거면 설거지를 대신 해줘. 그럴거면 빨래를 좀 개 주던가. 밥을 좀 해 봐. 엄마 힘들어. 그만해.


오늘 반나절 동안 아이들에게 한 말이다.


의사는 졸로푸트의 양을 두 배로 늘릴 수도 있다고 했다. 다음주까지 지켜보고 용량을 늘려도 되는지 물어봐야 겠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필요한건 졸로푸트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매출의 양을 늘리고, 생활비의 양을 늘리는 것이 더 좋은데. 엉뚱한 곳에서 우물을 파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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