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일상,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어봅니다

왕복 출퇴근 4시간을 버티며 견디는 일상

by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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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 아이의 엄마이자 공무원이 주말 근무 중 심장마비로 숨을 거둔 사건이 뉴스에 나왔었다. 주 70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그 분의 죽음이 충격적인 이유는 세 아이를 두고 주말에까지 나와서 일을 해야 했던 그 일상이 너무 가슴 아파서였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이에 정치권에선 워킹맘 근로시간 단축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은 워킹맘만의 근로 환경이 아니다. 아빠의 얼굴은 여전히 볼 수 없을 정도로 바쁜데 엄마 혼자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그림을 그려보라. 아이를 낳을 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워킹맘의 하루

나는 새벽 5시 알람소리에 기상을 한다. 5시 30분까지 책을 읽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 후 5시 30분부터는 아이들 반찬과 내 출근 준비를 한다. 집을 나서는 시간은 6시 30분, 광역버스와 지하철로 몇 번의 환승을 거쳐 서울로 출근을 한다.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30분. 출근을 해서 메일을 확인하고, 그날 해야 할 To-Do List를 정리한다. 그리고 8시 50분, 모닝미팅을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알림장과 준비물을 챙기고, 아이들 등원을 돕는다. 혹, 아이들이 아프면 투약보고서를 챙기는 것도 남편 몫이다. 그리고, 남편이 늦은 출근을 한다. 남편이 자영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신 출근이 늦는 남편은 퇴근이 늦다. 오후엔 어머님이 아이들 하원을 시켜서 저녁밥을 먹이고, 내가 퇴근하는 9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신다. 나는 9시까지 집으로 가기 위해 7시에 사무실을 나선다. 다시 출근할 때의 경로로 퇴근을 해서 9시에 도착을 하면 어머님과 바톤터치. 그때부터는 또 다른 To-Do List로 바쁘다. 아이들을 씻기고, 나도 씻고, 소소한 집안 정리를 좀 하다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잠자리에 든다. 평일에 가족끼리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을 수가 없다. 바쁠 때는 남편과 며칠씩 얼굴을 보지 못한 적도 있다. 부부간의 대화와 일상은 페북과 카톡으로 공유하는 것이 더 많다.

내가 왕복 출퇴근 4시간을 버티는 이유

둘째를 낳으면서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왔다. 둘째를 낳으면서 너무 많이 올라버린 전세금에 두 아이 양육비 지출을 계산하니 맞벌이여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업무강도가 센 직업이라 야근과 주말근무를 할 때도 많아서 입주돌보미를 구했는데, 비용이 높았다. 결국 맞벌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감사하게도 시부모님이 아이 양육을 지원해주기로 하셨다. 대신에 아버님이 일을 하고 있어서 시댁근처로 이사를 가야 했다. 내 직장과 거리가 멀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왕복 출퇴근 4시간과 아이양육사이를 치열하게 고민하다 시댁근처로 이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이를 봐주시는 게 어디인가? 감사한 마음으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왕복 출퇴근 4시간은 많이 힘들었다. 지금이야 몸에 배어서 좀 괜찮지만, 처음엔 체력저하로 몸살도 자주 앓고 입술도 부르트고, 회사에 가서는 블랙커피를 더블샷으로 마셔야 정신이 차려지곤 했다. 대신 아이들 양육에서는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많이 편해졌다. 갑작스러운 야근에도 대응할 수 있었고, 아이들은 시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밝고, 명랑하게 자라고 있다. 하지만, 저녁이 없는 삶은 여전히 아쉽다.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한 이유

아이를 낳기 전 월화수목금금금의 일상으로 회사를 다녔었다. 그리고 그런 일상에 불평불만도 없었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한참 일을 배우는 나이였고, 돈을 받으면서 일을 배우고 있으니 회사에 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곤 했었으니까…… 그런데 복직하고 워킹맘이 되고 나서는 달랐다. 늘 그렇게 살아왔고, 나 말고 다른 직원들도 다들 그렇게 일하고 있으니 이상할 것이 없었는데, 이전과 다르게 뭔가 달랐다. 쉽게 지치고, 쉽게 우울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엄마가 되고 나서는 충전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미혼일 때는 격무에 시달리더라도 집에 와서 푹 자거나 주말에 늦잠을 잘 수도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었다. 미래를 계획할 수도 있었고, 조그만 취미생활도 영위하면서 회사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곤 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서는 개인의 시간을 갖는 것은 사치였다. 회사일에서 집안일, 집안일에서 회사일, 일에서 일 사이를 오갈 뿐, 나를 위한 충전의 시간은 없었다.

가정이 생기고 나서 우리 모두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부여 받는다. 아빠 혹은 엄마, 남편 혹은 아내로서 해야 할 의무들 앞에서 서게 된다. 그 의무의 한켠에 가족에게 받는 위로와 힐링의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들과 나누어야 하는 소중한 충전의 시간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한 이유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을 존중되는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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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회사 일에서는 집단주의를 내세우지만, 양육문제에서만큼은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이중적이다. 회사일에 열정을 쏟는 것은 미덕으로 비추어지고, 가정일때문에 회사일에 소홀해서는 안되는 것이 아직 우라나라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문화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다는 속담이 있지만, 회사와 가정은 두 마리 토끼가 아니다. 가정이 온전히 평화로울 때 회사 일의 능률도 더 오르는 법이다. 대선주자들의 워킹맘 근로시간 단축 정책안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 자체는 반갑다. 문화라는 것이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 이전의 워킹맘보다 요즘이 낫고, 내 다음세대에는 조금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SBS다큐 <엄마의 전쟁>에서 네델란드 워킹맘의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 꿈만 같은 일이고, 남의 나라 이야기이기만 할까? 저녁이 있는 삶, 저녁에 아이들과 마주 앉아 저녁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가족들과 마주 앉아서 오늘 어떤 일이 좋았고, 어떤 일이 속상했는지를 나누고 위로 받는다면…… 다음날의 출근길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82898&PAGE_CD=C1500&CMPT_CD=S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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