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틀 Nov 16. 2021

80점 인생을 욕망한다

© nguyendhn, 출처 Unsplash

"이틀님은 10년 전에도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지인의 말을 통해, 내가 글쓰기를 욕망한지 10년이 넘었다는 걸 알아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의 글쓰기는 좀 변했나? 좀 변한것도 같다. 그러나 전체 기간을 놓고 보면 욕망한 것에 비해서 결과는 미미하다. 요즘 들어 느끼는 점은 내가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콘텐츠때문에 사람들이 내 글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남편 사업 지원하느라 여자로서 밥벌이를 한 것, 한참 워킹맘 키워드가 이슈 일때, 워킹맘 글을 여러차례 올린 것 등. 나는 내가 글을 잘 써서 주목받는 줄 알았다. 


만약 내가 재능이 있었다면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글쓰기를 욕망할때 소위 말하는 한두번의 떡상 기회는 있지 않았을까? 공모전이든 베스트셀러든. 세상 사는게 녹록치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실패한 자의 변명일뿐, 사실 잘나가는 사람은 잘나간다. 


가끔 나는 세상을 사는데 참 능숙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남들보다 속도도 느리며, 핀트도 잘 맞추지 못하며, 그런데 욕심은 몹시 많은 인간. 그게 나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렇다, 자괴감이다.


블로그 활동 2~3년 만에 팔로워 몇만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는 10년 해서 겨우 5천 명 유지할까 말까 하고, 복직 후에 워킹맘들이 받는 차별대우와 승진 누락에 울분을 토할 때 누군가는 휴직 중에도 척척 승진하는 사람이 있었다. 재테크를 좀 해보겠다며 몇 십만 원짜리 강의를 듣고 다니면서 겨우 몇 천만 원 벌 때, 누군가는 강의 한번 듣지 않고도 실거주 하나 사서 십억을 번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썼더니 출판사에서 연락 오고 출간을 했는데, 나는 100군데 투고하고 나서야 겨우 출간했다. 예전부터 학교 시험 볼 때도 누군가는 그냥 찍어서 맞았다는데, 나는 찍으면 모두 답을 피해 갔다. 핀트와 의도를 맞추는 데는 영 꽝이었다. 아무리 자신만의 속도를 강조한다고 하지만, 나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스스로의 전문분야를 '삽질'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공주병처럼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나는 지구에 처음 태어난 것이라고. 우주에 있던 별에서 뚝 떨어져 지구에 왔는데, 지구라는 세상이 처음이라 뭔가 능숙하지 못하고 서툴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나보다 좀 빨리 가는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지구라는 공간이 익숙해서 빨리 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도 생각했다. 자기 위안이려나? 그렇지 않고서야 남들보다 현저히 느려 터진 나의 성장 속도를 설명할 길이 없다.


노력하지 않았느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시간 투입은 거의 같은 것 같지만, 문제는 얼마나 핀트와 세상의 의도에 잘 맞도록 뇌를 움직였느냐인데... 그 부분에서 나는 꽝인 것 같다. 남들이 관심 가지지 않는 소소한 문제에 관심이 많고, 남들이 관심 가는 유명한 것들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오로지 내 세상에만 사는 오타쿠 같은 기질이 약간 있나 싶기도.


여하튼, 이런 생각을 갑자기 하게 된 건, 가을이라서 인 것 같다. 2021년이 한 달 하고 보름 정도 남았는데, 올해 나는 무얼 했더라? 퇴사를 하고, 남편과 같이 사업을 키우고, 소설을 쓰고, 블로그 홍보를 했다. 누군가는 블로그 홍보글 3달만 하면 1천 명은 그냥 우습다는데, 나는 늘 그렇듯이 느릴 뿐이고, 소설을 썼지만 혼자만 만족하는 중이다. 여전히 세상의 의도와는 맞지 않는지 공모전에는 계속 미끄러지는 중이다. 


40대 후반이 되고 나서, 나는 세상을 능숙하게 사는 것을 포기했다. 그냥 어설프게 사는 게 나의 방식이구나,를 인지하게 됐다. 의도를 맞춘다고 해도 매번 엇나가고, 핀트도 여전히 안 맞고(간혹 쓰는 글도 핀트가 맞지 않는데 사는 것이라고 맞겠나.) 그렇다고 삶을 멈출 수도 없으니 그냥 이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쩐 일인지 나는 그렇게 잘하지도 못하는 일을 몹시 좋아하면서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쓰기가 그러한데, 이웃이 얼마가 늘건, 글쓰기로 수입이 얼마가 되건 별로 재지 않고 그냥 쓴다는 것이다. 이것도 능숙한 사람은 글쓰기가 수입 얼마로 이어질 것인지 대략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는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쓴다. 나의 목표는 좀 더 나은 문장을 쓰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느낌이 세상을 사는데 능숙하지 못해도 계속 살게 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10년동안 글쓰기를 욕망해서 지금까지 이룬 것이 70점이라면, 아마 다음 10년을 또 욕망하면 80점 혹은 90점은 되어 있지 않을까. 70점과 80점이 뭐가 다르냐고? 좀 더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 마음에 콕 박혀서 떠나지 않는 문장 한두개쯤 만들수도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네 번째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