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티 20회가 끝날 즈음이었다. 일주일에 2번씩 피티를 받고, 약 4~5킬로 그램 감량을 하던 시점이었고, 몸에 대한 감각도 어느 정도 익혔다고 생각했다. 다음 10회를 더 받을 것인지 이대로 혼자 해도 되는지 조금 헷깔렸다. 마지막 수업에서 트레이너가 물었다.
"더 연장하실건가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전문가 입장에서 어떤가요? 더 지도 받아야 할까요?"
이미 수업이 꽉 차 있는 트레이너이니, 수업을 무조건 더 연장하라고 할 것 같지도 않았지만, 수업받는 동안 어느 정도 신뢰감이 생겨서 물어봤다.
"지금 봐서는 자세도 좋고, 느낌도 좋아서 2~3주 정도 혼자 해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후에 다시 연장할지 말지는 그때 가서 결정하셔도 좋을 거 같고요. 혼자 하시는 동안 제가 시간 날때 와서 자세를 좀 봐드릴게요."
나는 트레이너의 말을 수용했다. 혼자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뭔가 좀 이상했다. 우선 땀을 흘리는 정도가 달랐다. 분명 무게나 하중은 똑같은데 왜 땀을 덜 흘리는 걸까? 피티를 받을때는 민망할 정도로 땀을 흐리는데 말이다. 혼자 하니 약간 땀이나는 정도였다.
두 번째로 다른 점은 근육이 자극받는 지점이 달랐다. 분명 양발의 간격도 무릎 굽히는 정도도 비슷한데,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니라 무릎이 아팠다. 왜지? 자세를 계속 고쳐가면서 운동을 했지만, 뭔가 시원찮았다. 물론 트레이너는 약속대로 중간중간 와서 자세를 봐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나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피곤하다는 느낌이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다시 피티 10회를 등록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30회를 등록할 걸 그랬다.
피티를 받으니 역시나 땀을 흠뻑 흘리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운동을 했다. 트레이너에게 물었다.
"왜 느껴지는 지점이 다르죠? 똑같이 운동하는 것 같은데."
"관성의 법칙이에요. 회원님 아직 4달 밖에 안됐잖아요.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관성이 있어요. 적어도 1년 정도는 계속 의식하고 자세를 바르게 잡으려는 습관을 가져야 해요."
아, 그랬구나. 아직 멀었던 거구나. 트레이너의 말을 듣고 오늘 다시 내 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무릎을 밖으로 벌리라고 하면 일단 윗몸부터 밖으로 돌았다. 40년 넘에 내 몸을 사용하는 동안, 관성이라는 것이 생겼는데 그걸 4개월만에 해내기는 어쩌면 힘든 일이었겠구나 싶었다.
노련한 트레이너는 그걸 알았던 걸까? 그래서 혼자 깨달을 시간을 주었던 걸까?
혼자 운동하다보니 질문이 많아졌다. 트레이너는 어떤 질문도 막힘없이 대답해주었다. 해부학을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설명을 들으며 해부학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트레이너는 18년간 이 일을 해왔다고 했다.
"공부를 많이 하시나봐요?" 라고 내가 물었다.
"인체에 대해서 공부도 많이 했고, 18년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봤겠어요. 경험치가 쌓인 것도 있죠."
트레이너의 대답에선 자부심이 보였다.
혼자서도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지도가 좀 더 필요한 사람이었다. 대신에 주 2회 수업을 주 1회로 줄였다. 어차피 언젠간 혼자 운동해야 하지 않겠나. 피티 간격을 늘려보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동 하나도 이러할진데, 내가 사는 관성의 법칙은 또 얼마나 나를 길들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힘은 당장은 편하다. 원래 에너지의 방향이니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익숙하면 지방이 끼고 살이찐다.
삶을 가벼운 트레이닝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당한 도전과 쉼을 반복하면서 근육을 만들어가는 삶.
몸과 마음에 멋진 근육을 가진 할머니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