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것들

21.11.02

by 박윤희

바쁜 일과를 마치고 퇴근을 하니 밖이 컴컴했다.

찬 바람을 쐬고 싶어 무거운 가방을 메고도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이어폰을 꼽으며 알 수 없는 대화를 듣지만 사실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

며칠간 입원을 하면 쉴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과 나를 걱정해줄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망상에 젖어 터벅터벅 걸었다.


카드에는 12,600원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 돈으로는 사람을 만날 수도 옷을 살 수도 없었다.

이렇게나 돈이 없는 나 자신이 초라했다.


걷다 보니 어떤 음식점에서 배달을 가기 위해 기사님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힘들게 사는 분들을 보다가도 주변에 어린 나이에 초등교사가 되어 새 차를 뽑아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친구를 떠올리니 또다시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동네에 도착하니 슬슬 다리가 아파왔다.

몸이 힘드니 따뜻한 집도 그립고 배도 고파왔다.

집에 가면 할 일이 많은데 해야 될 일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지쳐버린다.


이왕 해야 될 일들이니 맛있는 거 먹으면서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편의점에 들렸다.

김밥을 하나 집어 들고 컵라면이 무려 2+1이라서 총 4,600원으로 양손 가득 푸짐하게 사고도 8,000원이나 남았다.


집에 와서는 고전 게임들도 조금 했다.

재밌어서 시간도 훌쩍 흘러가버렸다.


마음을 먹으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을 바꾸니 기분도 바뀐다.


오늘은 나름 괜찮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