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생각했던 만큼 일은 일어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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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흔히 겪어보는 인생의 슬럼프 시기가 있다.
나 또한 애타게 기다렸던 대학 입시에 떨어져서 6개월 정도 인생에 큰 슬럼프가 찾아왔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취업에 먼저 뛰어들었다. 평범하게 인문계를 나와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하게 취업을 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 특이해 보일 수 있으나, 나와 같이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의 친구들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취업을 위해 온갖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박람회에 가서 어떤 회사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수많은 자소서를 써 내려가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2학년쯤 되면 진학과 취업의 길을 정하고 완전히 갈리어 각자의 길을 준비한다. 진학반 친구들은 입시를 준비하고 취업반 친구들은 입사를 준비한다.
취업반을 선택한 친구들이 대학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냐고? 그것은 아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에게는 '특성화고졸재직자 전형'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나 또한 그 수시 전형을 생각하며 취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나의 첫 직장은 공기업 이었는데, 정규직은 아니었고 인턴으로 13개월 정도 근무를 했다. 처음부터 전환형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턴으로만 근무하고 이직을 했다. 그러고 나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식품 회사에 입사하였다. 하지만 타이틀은 타이틀일 뿐, 유명한 타이틀이라는 것이 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었다. 한 살 한 살 더 먹을수록 학력의 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동창들 중에서 친한 친구들은 학력의 벽을 크게 못 느끼고 잘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나는 유독 학력에 대한 갈망이 커져만 갔다. 그래서 3년을 꼬박 기다렸고 드디어 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웬 날벼락인지, 공기업 인턴에서 현재 회사로 이직하는 사이에 한 달 정도가 비었는데, 기간이 부족하여 만으로 3년이 부족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너무나도 속상했다. 아니, 속상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했다. 나 혼자만 제자리에 멈춰있는 기분. 나는 언제 대학에 가고 언제 졸업을 하지? 선택을 잘못한 걸까? 어떻게든 수능을 쳐서 지방대라도 갔어야 됐나?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되지?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앞이 깜깜했다.
몇 달을 얼이 빠진 채로 다녔을까.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던 분이 나에게 힘든 일이 있냐고 물으셨다. 나는 대학 입시에 떨어진 사실을 털어놓으며 신세한탄을 했다.
그분은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잠시 고민하시더니 입을 떼셨다.
"네가 금요일에 팀장님이 시키신 일을 했어야 됐는데 다하지 못하고 퇴근을 했어. 그래서 월요일에 혼날 것을 걱정하며 주말 내내 아주 불안해했어. 그렇지만 정작 월요일이 되면 네가 걱정했던 만큼 혼나지 않아. 지금은 이렇게 힘들겠지만, 막상 내년이 되면 지금 왜 이렇게 힘들어했나 싶을 정도로 지금 이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야."
내가 100만큼 걱정을 해도 막상 그때가 되면 100만큼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그 말에 공감을 하지 못했지만, 1년을 더 준비하여 총 4년을 노력한 끝에 결실을 이루고 나서는 그 말 뜻이 이해되었다.
"네가 생각했던 만큼 일은 일어나지 않아."
내가 가장 힘이 들었을 때 위로를 받은 말이어서 그분에게 참 고맙다.
나는 이 말을 잊지 않고 나도 누군가를 위로해줄 때 가끔 써먹는다. 나에게 아주 큰 힘이 되었던 말이었으니깐 상대방에도 큰 힘이 되리라 믿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