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20.11.07

by 박윤희

거칠게 출렁이던 파도는 쉴 틈 없이 모래사장 위를 덮치고, 시간이 지나 밀물일 때면 내가 공들여 쌓아 둔 모래성들도 결국 무너지고 말죠.

그렇게 무너진 모래성을 한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다가 썰물 시간 때가 되면 또다시 모래성을 쌓아요.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나타난 태양은 강렬한 빛을 뿜으며 뜨겁게 모래들을 달구고 다시 수평선 아래로 몸을 숨기면 모래성은 또 파도에 무너지겠죠.

모래성을 쌓는 건 어렵지 않아요. 다만 내가 아무리 유지하려고 발버둥 쳐도 무너져 버리는 것은 내 탓이 아닌 파도 탓입니다.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쌓이고 무너짐이 반복되는 모래성을 바라보며 한참을 지쳤을까요? 그런데 오늘은 거친 파도가 머물러간 무너진 모래성 위에 예쁜 조개가 하나 있더군요. 수분을 품어 곱게 퍼진 모래와 눈이 부시게 내리쬐는 햇살도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파도가 덮치지 않았다면, 조개는 모래성 안에 갇혀 밀물에 함께 떠내려갔겠죠. 아주 예쁜 조개를 발견한 오늘이 너무나도 고마운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