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 요즘, 나는 감기에 걸렸다.
변덕 부리는 회사 대표처럼 더웠다 추웠다하는 근래의 날씨, 올게 온 것이다. 주말 저녁 쯤에 목이 칼칼하더니만, 지인과 오래 떠들어서 목이 쉰줄 알았는데 감기의 징조였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나른하지만 그닥 기분좋게 느껴지지는 않는 피곤함, 비상구 계단 전조등처럼 켜져있는 목 안의 통증. 그나마 오늘이 주말이 아니라는게 다행이랄까.
직장 사람들한테 감기를 옮기고 싶지는 않았다. 안그래도 평균 연령층이 높은 회사인데, 이런 고위험군 개체가 사무실을 휘젓고 다니도록 내비둘 수는 없었다. 문자로 상사한테 감기 걸렸다고 얘기했고,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니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했다. 굳이 병가로 쉬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곳은 휴가 때도 전화를 거는 곳이니, 차라리 재택근무를 하는게 맘 편하다. 내 소중한 휴가를 병가로 날리기도 그렇고. 목이 아픈걸 제외하면 딱히 일에 지장을 주는 정도도 아니라서.
저글링처럼 얄밉게 올라오는 가래들을 개워내고, 처방받은 소독수로 입안을 헹구고 침대에 누웠다. 근데 땀이 계속 난다. 등뒤는 축축하고 몸은 덥다. 근데 또 실내온도는 쌀쌀하지도 않고. 이런 찝찝함이 결국 내 잠마저 몰아냈다. 시곗바늘은 1시를 지나 2시, 3시를 건너뛰어 4시를 가리켰다. 감기 걸린 것도 서러운데, 불면증이라니! 이래서 더운 날의 감기는 참 골치아픈 존재이다.
끝나가는 이 글처럼 더운 날의 감기도 빨리 끝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