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함께 살고 있는 룸메이트와 코인 노래방을 자주 간다.
나도, 친구도 모두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거나 영상을 보며 2~3시간을 훌쩍 써버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00는 가성이 진짜 좋아.”, “난 00의 감정 처리가 너무 좋더라” 등 비전문가이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만한 평가를 내리곤 한다.
어제는 작년 하반기, 4개월 동안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은 인턴 동기들을 만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떠들다 보니 훌쩍 지나간 시간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 우리는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00의 글 전개 방식이 너무 좋다.”, “이 책 완전 추천, 00이 완전 너랑 비슷해!”
아니나 다를까 또, 이야기는 작가와 글, 책에 대한 평가로 넘어가고 있었다.
‘평가가 만연한 시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이다.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으며, 영화를 보며 우리는 평가를 내린다.
심지어 인간 삶의 가장 기본인 ‘식사’를 즐기면서도 이곳은 맛집, 이곳은 별로인 곳, 모두 평가를 내린다.
물론,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언제인가 우리 삶은 평가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살면서 평가를 내리지 않는 순간은 없는 것 같다.
아침에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오늘 꿈자리는 어땠는지부터 평가하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문득, 나 역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나름 나쁘지 않은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평가를 위해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구나.
이러한 노력들이 진정 ‘나 자신’을 위한 일인지 가끔 헷갈린다.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이 또한 정답이 없을 터.
오늘만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노래나 들어야겠다.
Photo by Tumisu,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