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우리 학교 축제가 시작되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사람을 들뜨게 하는 축제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학문의 고귀한 성취를 강조하는 학교답게 우리 학교의 축제는 유명 연예인과는 거리가 많이 먼 곳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축제 라인업이 공개되고 나서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싸이’,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첫째 날 메인 무대를 장식할 아티스트였다. 뿐만 아니라 잔나비, 볼빨간사춘기, 제시, 길구봉구 등 요즘 바쁘신 분들이 대거 우리 학교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진짜 싸이라고?
혹자는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한 이후, 강남스타일로 얻은 인기를 재연하지 못한 싸이를 폄하하기도 하지만, 싸이라고 하면 자타공인 공연의 신이 아니던가.
학기 중 학생들이 가장 기대하는 행사인 축제 자리에서 그런 기대를 가장 잘 만족시키는 가수는 누가 뭐래도 싸이 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렇기에 축제 라인업이 공개된 이후, 학교는 싸이에 대한 기다림으로 들뜨기 시작했다. 실제로 행사 당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에 모였다. 모인 사람의 규모도 놀라웠지만 이 정도의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가수를 처음(내가 입학한 이후) 초청하여 개최한 행사였음에도 학생회에서 능숙하게 관중들을 관리해줘서 공연을 즐기지 않는 일반 학생들에게도 큰 피해가 가지 않게 대비한 것이 참 놀랍고 고마웠다.
그런데 나는 싸이를 보러 가지 않았다. 원체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와 더불어 나는 좋은 자리를 위해서 공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계속되는 무료한 기다림을 참을 만큼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공연장 근처에 위치한 기숙사에 살고 있는 덕분에 창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의 환호성, 싸이와 제시의 라이브 공연을 나만의 방식대로 즐길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시간은 12시가 되어 있었다. 싸이는 장장 1시간 30분 동안 콘서트급의 축하무대를 하고 갔다.
4학년이 되고 축제가 무뎌진 나도 관심 없는 척 하지만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드는 그를 보며 배운 점.
나도 남들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꼭 착하고 바른 사람이어야만 그게 가능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