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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스톤보이 May 19. 2019

나에게도 단골 가게가 생겼다.

어렸을 때부터 나만의 '단골 가게'를 가지고 싶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식당에 가서 사장님들과 안부를 묻는 모습을 보며 어색하지만 한편으론 참 부러운 장면이라 생각했다.

특히나 요즘 들어 부쩍 사회가 개인화되었다는 것을 체감하곤 하는데 그렇다 보니 밥은 잘 먹는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봐주는 사람을 더욱 간절히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던 중 얼마 전부터 나에게도 단골 가게가 생겼다.

정확하게는 생긴 것 같다. 확신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이 친분의 규정이 나의 직감에 의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나의 단골 가게는 바로 학교 앞 코인 노래방이다.

룸메이트와 함께 자주 방문하는 그곳에서 내가 꿈꾸던 새로운 인연을 만들게 되었다.

이곳은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하나 둘 무인화되어가는 코인 노래방에서 자주 찾아보기 힘들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곳인데, 나와 룸메이트가 주로 방문하는 밤 시간대에는 한 외국인 남성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셨다.


며칠 전 방문한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그 아르바이트생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평소대로 말을 건넸다.

"4천 원짜리 1시간 방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저 그런데 지금 4천 원짜리 방이 없어서 6천 원짜리 방으로 그냥 드릴게요. (방긋)"


평소에도 굉장히 밝은 표정을 가지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그가 그 순간 전했던 선의의 말은 느낌이 좀 달랐다.

뭔가 '오늘 또 오셨죠? 제가 잘 알아요. 서비스로 드릴게요'라는 느낌이 함축되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룸메와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맞다. 이건 우리를 인정해준 거야!


사실 돌이켜보면 우리는 평소 가던 코인 노래방을 간 것이고 마침 그때 우리가 원했던 방이 없어 조금 더 좋은 방을 받았을 뿐이다.

어차피 그 6천 원짜리 방이 비워있는 것보단 4천 원이라도 받는 게 그분 입장에서는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내가 그날 받았던 선의 넘쳤던 웃음과 표정들은 나에게 단순히 자본주의적 논리 이상의 것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나도 단골 가게가 생긴 걸까.

혼자만의 오지랖이자 김칫국 일진 모르겠는데 일단 다음번엔 음료수라도 건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내 머릿속을 맴돈다.



photo by 'Free-Photos',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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