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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스톤보이 Jul 02. 2019

난 효자가 될 수 있을까

나의 고향 부산 관찰기


며칠 전 룸메이트가 술을 잔뜩 마시고 와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우리 부모님께 잘하자'

‘당연하지 인마. 우리가 이렇게 서울에 올라와서 공부할 수 있는 게 누구 덕분인데. 난 당연히 효도하고 싶고 꼭 효도할 거야.’

나에게 누가 불효자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을 일종의 숙명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남부럽지 않게 애지중지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룸메이트의 묵묵한 다짐을 들은 이 날 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효도할 수 있을까


바보 같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살펴보자면 결코 쉽지 않은 문제였다.

우선, 부모님이 종사하시는 일의 경기가 좋지 않다. 그나마 부산 쪽에 수요가 있어 부모님은 계속 부산에 머물러 계셨다.

그런데 나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들도 다 이곳 주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별일이 없으면 서울에 살게 되겠지.

내가 이기적인 걸까? 내가 부산에 가서 살아도 되잖아? 참 웃긴 이야기지만 이러한 생각에 그날 밤 부산에서 내가 할 수 있을 일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나의 이러한 사정을 들어주기엔 부산의 경제 상황이 꽤 심각해 보였다. 청년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며, 노령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30년 뒤면 부산의 인구가 74만 명이 감소할 것이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국 특, 광역시 중 유일하게 40%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생산가능 인구는 114만 명의 감소가 예상된단다. 게임과 영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산업에 투자를 한다고 하는데 이를 장기적으로 실행할 성장 방안이 보이지 않았다.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을까라는 나의 고민이 기사 내용대로라면 현실이 되어가는 듯했다. 이런 암울한 상황을 맞닥뜨린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부산에 있는 나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일자리를 찾아 하나 둘 부산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산에 남아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마저도 대부분은 공무원이나 경찰과 같은 공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이 부산의 모든 젊은이를 대표할 순 없겠지만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우리 세대, 90년 대생들 중 탈부산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부산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여러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하고 있었다. 실제로 부산시는 ‘전국 지자체 일자리 대상’에서 5년 연속 수상하며 일자리 창출 부분에서 다른 지역들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그런데 왜 청년들을 부산을 떠나고 있을까? 실제로 작년 한 해 부산을 떠난 26,700명의 시민 중 절반이 10~30대 사이의 청년이었다고 한다. 부산을 떠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학업 혹은 취업 문제라고 생각된다. 결국 정리해보면 부산시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실제로 청년들이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자체와 시민 사이의 괴리감이 커질수록 부산의 미래는 어두워져만 가고 있다.


나는 현재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거주하고 있지만, 부산에 살 때부터 지금까지 늘 부산을 좋아했고 부산에서 자라온 내 환경에 큰 만족을 하며 살아왔다. 그렇기에 부산 앞에 놓인 암울한 현재 상황이 참 안타깝다. 단순히 이를 지자체만의 잘못으로 보긴 어렵지만 지자체에서 올바른 가이드를 제시해야 지역 기업과 시민들이 모두 힘을 합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산의 시민이었던 사람으로서, 부산을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또 미래의 부산을 기대하는 사람으로서

부산의 내일을 응원해본다.



참고 기사


1. [사설] 재앙 예고 ‘부산 인구 감소’, 획기적 대책 세워야, 부산일보, 2019년 6월 30일

2. 작년 부산 떠난 2만6700명 중 절반이 10~30대, 한국경제, 2019년 6월 25일



Image by algirn25,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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