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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스톤보이 Jul 19. 2019

내가 팀플을 못했던 이유

나 사용 설명서

얼마 전 내가 애정 하는 유튜버이자 매거진 플랫폼인 디에디트의 글에서 흥미로운 소재를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에니어그램’, MBTI처럼 사람의 성격을 알려주는 검사였다.


디에디트 글



마침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일상적으로 보는 유튜브가 아닌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기에 망설임 없이 테스트를 해보았다.

생각보다 문항 수가 많아 당황스러웠지만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누워서 천천히 문제를 풀어나갔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질문 중에 꼬여있는(?) 질문들이 많아 몇몇 문제는 2~3분씩 고민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나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꺼려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와 같은 질문들)


한 문장 한 문장 끝내고서 받은 검사 결과, 나는 ‘3번(성취하는 사람) 유형’이었다.

더욱 정확하게는 3w4형(전문가).

이는 성취하는 것을 좋아하는 3번 유형에 개인주의자 성향의 4번의 특성이 추가된 형태였다.

사실 이름만 보았을 때도 그럴듯하다고 느꼈는데, 세부적인 설명을 늘어놓으니 더욱 내 성격에 딱 들어맞는 것 같아 놀라웠다.


... 모든 사람에게 관심받기를 바라는 3w2와 다르게, 3w4는 선택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을 원한다. 4유형의 내향성이 사회적인 상황에서 3w2에 비해 덜 자연스럽게 만들지만, 3유형의 사회성이 이를 보완한다. 3유형의 허영심이 4유형의 감정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들은 감정적으로 변덕스러운 4w3과 달리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유남생, 있는대로 살기>


3형은 기본적으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것을 원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을 원한다.

지난 4년간의 대학생활을, 아니 25년간의 인생을 돌아보니 이게 딱 들어맞았다.

초등학생 때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라 보이고 싶어서 태권도장을 갔고, 그곳에서 품새를 배우는데 그치고 마는 남들과는 달리 나는 겨루기 대회를 나갔다.

중학생 때는 다니던 학원에서 인정받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 결과 꽤 좋은 성적도 받았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부끄럽긴 하지만 마냥 친구들 앞에서 개드립(?)을 날리는 것이 재미있어 공부는 안 하고 드립만 연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된 나는 유튜브를 해보기도 하였고, 교양 있는 척 팟캐스트를 만들어보기도 하였다.

항상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남들과는 달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어쩌면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나의 이러한 성격 특성은 내가 지금껏 나름대로 특색 있는 삶을 살아오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장점만 있는 것은 없다.

내 성격의 4번 유형(개인주의자)은 나를 다른 사람들과 일하기 힘든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특히, 3번 유형(성취자)에 의해 나는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내가 팀플의 조장이 될 경우, 다른 조원에게 요구하는 것의 기준이 너무 높은 수준에 머무르곤 하였다.(정작 나 자신도 잘 못하면서... 그래도 잘하려고 노력은 했다.)

이로 인해, 나는 좋든 싫든 항상 팀플을 하며 사소한 분쟁을 겪었던 것 같다.

매번 팀플을 할 때마다 ‘혼자 하는 게 훨씬 낫지’라고 되새겼고 결국 그렇게 나는 개인주의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 스스로의 모습에 실망할 때쯤, 한줄기의 희망이 나를 찾아왔다. 바로 대외활동 조원들이었다.

대외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일을 하며 분쟁을 겪지 않았다.

스스로도 이러한 점이 놀라워서 무슨 비결이 있었을까 되새겨 보았는데 이 친구들이 이전의 팀플 조원들과 달랐던 것은 바로 ‘나’라는 존재와 내가 했던 일들을 존중하고 인정해주었다는 것이다.

조원들의 따뜻한 호의는 결국 나의 3번 유형(성취자)을 깨웠고 나를 협업을 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지난 4개월간 대외활동을 하며,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배운 것 같다.

남들과 잘 어울리고 협동하기 위해선 결국 남들의 인정과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들의 인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수동적이고 또 이기적인 방법이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성격이라는 것을 하루 아침에 고칠 수는 없으니까.

또한, 앞으로는 조금 더 욕심을 버리고 주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살다 보니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빨리 해답을 주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제부터 주변 지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알려줘야겠다.

‘개조심(죄송하지만 먼저 호의를 베풀어주시면 절대 저는 물지 않습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생각하고 눈 한 번 딱 감고 그냥 칭찬 한번 해주세요~ 전 관심과 인정이 필요하거든요!



Photo by 'www_slon_pics',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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