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주식으로 재테크를 해온 아버지는 한 번도 자식들에게 투자 권유를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코스피가 단기간에 곤두박질 치자 흘러가듯 말했다.
돈 있으면 주식 좀 사보는 게 어떻겠노?
그로 인해 본격적으로 주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얼마 없던 재산이었지만 대부분을 주식 계좌에 넣은 덕에 재미도 조금 보았다. 하지만 초심자의 행운은 잠시 뿐이었다. 욕심을 부려 추가 매수를 했던 탓으로 평균 단가는 높아졌고 지금은 꽤 많은 주식이 물려 있다.
높아져 버린 금리 탓에 전세 대출 이자를 갚는다고 여윳돈이 없었고 이미 가진 것들의 주가도 그다지 챙겨 볼만한 수준은 아니라 한동안 주식에 대한 관심을 꺼놓고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배터리 섹터의 주식들이 불기둥을 세우며 올라갔다. 고점인가 했는데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고공행진 했다. 하루에 10%의 수익은 우습게 보였다.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못 버는 것 같아서 배가 아팠다. 조정이 오면 한번 한 주라도 사 봐야지 했는데 웬걸, 주가가 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며칠을 기다리다가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매수 버튼을 눌러 버리고야 말았다.
아, 손목을 잘라버릴걸. 한 시간이 지나자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배터리 섹터 전체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하루 만에 10%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던 주식은 -20%로 떨어졌다. ‘역시, 마이너스의 손! 추매만 하면 떨어진다니까?’ 마치 하늘에서 내가 매수 버튼을 누르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3시간 만에 14만 원을 잃었다.
주식이 내리 꽂히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기분만 상해 집으로 돌아왔다. 속상한 마음이야 말을 할 수가 없지만 이미 지나간 잘못은 어쩔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악수를 복기한다.
비정상적인 상승곡선을 보고도 불나방처럼 돌진했던 이유는 나만 ‘벼락 거지’가 된 것 같은 상대적 박탈감을 어쩌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변인들이 화제가 되고 있는 주식을 갖고 있다고 말할 때 ‘나도 쟤 정도 혹은 쟤 보다 더 돈을 잘 벌고 싶다’는 경쟁심리가 과열된 투매를 부추겼다. 멘털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이다.
매매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떨어지면 사고 더 떨어지면 물 타기를 하고 폭락에 휩쓸려 털어버리면 거지꼴을 면치 못하는데. 알면서도 무지성으로 주워 담았다. 주식 시장은 이익과 손실의 폭이 크기 때문에 원칙을 정해 놓지 않으면 흔들리기 쉽다. 그리고 원칙을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만’이라는 유혹을 떨쳐내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다.
복기를 끝내고 남은 일은 이미 떨어져 버린 주식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손절을 하거나 버티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었다. 주식시장에는 ‘매수는 기술이고 매도는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다. 매수 때는 지키지 못한 매도의 원칙을 지킬 때가 왔다. 추후 주가가 흘러가는 흐름을 관망하며 10일선이 무너질 때 매도를 한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다.
이익이나 손실의 폭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보다 나아질 내 재정상태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유혹에 흔들려 매매 원칙을 깨트리지 않는다. 가슴 철렁였던 세시간과 아까운 14만 원을 지불하고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