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by LONGTERRAONE

해바라기를 키운 적이 있다. 처음에는 모두 비슷하게 자랄 줄 알았다.

같은 날 씨앗을 심었고, 같은 흙을 나누어 담았고, 같은 물을 주었다. 화분들이 놓인 자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막연하게, 주어진 것이 비슷하면 자라는 모양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 아이가 자꾸 눈에 밟혔다. 다른 해바라기들이 잎을 넓게 펼치고 조금씩 키를 올릴 때, 그 아이만 유난히 느렸다. 줄기는 가늘었고, 잎은 힘이 부족해 보였다. 잘못 자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또렷하게, 연약했다.

나는 그 아이를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물을 줄 때면 먼저 그 화분을 살폈고, 햇빛이 너무 센 것은 아닌지 화분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보기도 했다. 흙이 너무 마르지는 않았는지 손끝으로 만져 보았고, 혹시 놓친 것이 있을까 싶어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다른 해바라기들도 분명 잘 자라기를 바랐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자꾸 그 아이 쪽으로 기울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그 아이가 내 눈에 띄었고, 내 손이 더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자 해바라기들은 조금씩 자라났다. 느리던 아이도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올라왔다. 금세 튼튼해지지는 않았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았다. 나는 그 미세한 차이를 오래 바라보았다. 잘 자라는 것보다, 더디더라도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 오래 붙잡는 날들이 있었다.

계절이 깊어질 무렵, 해바라기들은 결국 모두 꽃을 피웠다. 어떤 꽃은 조금 더 높이 올라가 피었고, 어떤 꽃은 조금 낮은 자리에서 피었다. 어떤 꽃은 크게 벌어졌고, 어떤 꽃은 조금 단정한 크기로 머물렀다. 처음에는 그 차이가 중요해 보였지만, 막상 모두 피어나고 난 뒤에는 그렇지 않았다. 크기가 조금 다르고 높이가 조금 달라도, 결국 모두 저마다의 꽃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다른 것이었다. 해바라기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 누가 더 크게 피었는지, 누가 더 늦게 자랐는지, 누가 더 높은 곳에 닿았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모두 해를 향해 서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해바라기를 꽃 피우게 하는 것이 햇빛이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해바라기는 해를 보고 자라고, 빛을 향해 고개를 든다. 마침내 꽃을 피우는 것도 결국 그 빛을 따라 올라간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도 가장 느리고 연약했던 그 아이를 떠올리면, 나는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아이가 끝내 꽃을 피운 것은 햇빛 때문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누군가가 더 오래 들여다보고, 더 자주 살피고, 더 조심스럽게 물을 주고, 쉽게 괜찮다고 넘기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그 생각은 이상할 만큼 오래

내 안에 남았다.

돌이켜보면 나도 하나의 씨앗으로 태어났다. 처음부터 단단한 사람은 아니었다. 부족한 날도 있었고, 더디게 자라는 날도 있었고, 자라나는 동안 생긴 상처도 있었다. 어떤 순간에는 내 모자람이 너무 선명해서, 내가 제대로 피어날 수 있을지 스스로도 믿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나는 자라났다. 계절을 건너왔고, 내 몫의 시간을 견뎠고, 마침내 나도 고개를 들어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종종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지, 얼마나 크게 피어났는지를 말한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것보다 먼저 있었던 것을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당당히 해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 그 빛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그보다 먼저 나를 오래 바라봐 준 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내가 느린 순간에도, 연약한 순간에도, 아직 피어날 준비가 덜 된 순간에도 쉽게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살펴봐 준 손길. 내가 남들보다 더디다고 해서 먼저 포기하지 않고, 자랄 수 있을 때까지 조용히 곁에 머물러 준 시간. 어쩌면 나는 그 손길 속에서 자라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해를 바라보며 서 있으면서도 그 사람을 함께 생각한다.

나는 분명 해를 본다. 세상을 보고, 삶을 보고, 앞으로의 빛을 본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당당히 해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먼저 나를 키워 준 당신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나를 오래 바라봐 주었기에, 내 모자람을 모자람으로만 남겨 두지 않았기에, 나는 끝내 여기까지 자라날 수 있었다.

크게 피었는지, 아름답게 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안다. 당신의 손길이 있었기에,

나는 마침내 당당히 해를 바라보는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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