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쓰롱썸 Jul 16. 2017

남아공에서 샐러드를 먹는 이유

스튜와 스테이크 대신 샐러드를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보통 여섯시쯤 된다. 어깨에 짊어진 백팩을 내려놓는다. 돌아가기 전에 다 쓰지 못할 물비누 사는 것이 아까워 대신 쓰고 있는 폼클렌징으로 손을 씻으며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


하루종일 입고 있던 블라우스와 H라인 스커트에서 목이 늘어진 헐렁한 셔츠에 수면바지를 입으면 비로소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방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연결되는 부엌으로 나가 냉장고 문을 연다.



멕시칸 샐러드 해먹기


최근 사무실 옆에서 점심으로 먹은 Mexcian Bowl에 꽂혀 멕시칸 샐러드를 하기로 결심했다. 고수와 아보카도, 토마토를 씻어서 자르고, 소고기만 오일에 살짝 볶아 섞으면 완성이다. 맛있는데 간편하기까지하다.


내가 만든 Mexican Bowl



사실 나의 멕시칸 보울에는 샐러리와 레디쉬도 들어간다. 얘네를 멕시칸보울에 넣어도 되나 싶긴한데, 상큼한 샐러리와 레디쉬는 '신선한 야채를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는 정신적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거의 모든 샐러드에 가리지 않고 넣게 된다.


그 외에도 가끔 냉장고에 보이는 양송이나 베이컨을 소고기와 함께 볶아 같이 넣어주기도 한다.


신선한 야채 섭취의 만족감을 주는 샐러리와 레디쉬


아보카도와 토마토, 소고기, 고수에 삶은 강낭콩을 더하면 더욱 멕시칸스러운 느낌이 나겠지만, 강낭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퀴노아로 대체했다.


퀴노아는 다른 재료들과의 궁합이 아주 훌륭하다. 퀴노아를 직접 삶지는 않고, 마트에서 한 통에 삼천원 정도하는 바질페스토 퀴노아 샐러드를 조금 덜어 사용한다.


퀴노아 샐러드는 손바닥정도 크기의 통에 담겨있어 보기에는 적어보이지만, 보통 다른 재료들과 섞어 세 번 정도에 걸쳐 먹으니 꽤나 경제적이다.


바질페스토와 퀴노아 외에도 페타 치즈, 호박이 들어있어 다른 야채 샐러드와 같이 섞어 먹으면 별다른 드레싱 없이도 맛있다.


퀴노아샐러드의 무궁무진한 활용


멕시칸 보울의 소고기와 고수는 사실 나에게 멕시코보다는 베트남을 생각나게 한다.


멕시코에서 소고기, 고수 조합의 음식을 몇 번 먹다보면 베트남과의 연결고리가 조금 옅어질 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고수향이 나는 소고기를 먹을 때면 어김없이 하노이 생각이 난다. 소고기를 넣은 Banh을 달콤한 피쉬소스에 찍어먹는 그 맛이 그립다. 길가 목욕탕의자에 앉아 오토바이 매연도 함께 먹어야한다는 게 현실이겠지만


샐러드 단골 재료 중 하나는 아보카도다. 아보카도는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한번에 여섯개씩 들어있는 봉지를 사고있다. 한국에서는 하나에 2000원 이상하는 아보카도를 여기서는 800-900원 정도면 살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사먹고 있다.


종종 바나나, 우유와 함께 믹서에 갈아 아보카도 바나나 쉐이크를 아침으로 먹기도 하고, 점심이나 저녁 샐러드에 대충 썰어 풍부한 맛을 내는 데에 사용한다.



생소한 야채에 도전하기


남아공 마트에는 처음보는 야채부터, 외국 요리 영상이나 레시피에서만 접하던 야채들까지 다양한데 익숙지 않은 야채로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외국에서 낯선 야채를 사는 것은 꽤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고기는 신선하기만 하면 그냥 소금, 후추 양념 정도만 해서 먹어도 맛있지만, 야채는 그 야채의 맛을 가장 잘 살려줄 수 있는 방법으로 조리하거나 궁합이 아주 좋은 다른 재료와 곁들여야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소포장된 야채 위주로 나름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는 편이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하나 둘 씩 사들여 조리하면서 내 취향에 맞는 것들을 알아가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맘에 드는 건 green bean이다.(googling하면 강낭콩이 뜨는데, 이름으로 알 수 있겠지만 붉은 강낭콩이 아니다...)


양고기 스테이크와 구운 greenbean, 양송이, 양파
green bean, 컬리플라워, 호박 등을 사용한 따뜻한 샐러드


대부분의 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자카야에서 소금으로 간한 깍지콩은 정말 좋아한다. 내가 즐겨 사먹고 있는 green bean은 이자카야에서 나오던 깍지콩과는 약간 다르게, 콩껍질까지 먹을 수 있고 콩의 크기가 아주 작다.


안타깝게도 가격은 다른 저렴한 야채들에 비해 그리 착한 편은 아니고, 저장성도 그리 좋지는 않다.


컬리플라워도 그리 싼 편이 아니나 고기와 함께 먹기에 좋아 한 송이씩 사두고 꾸준히 먹고 있다. 컬리플라워는 브로콜리에 비해 부드러운 맛과 식감이라 좋아한다. 그러나 컬리플라워에서 나는 비릿한 향이 약간 거슬릴 때가 있는데, 어떻게 이 향을 잡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야채를 찾게된 이유


남아공에 와서 첫 한 달간 가장 즐겨먹던 것은 스테이크와 스튜였다.


뇨끼를 넣은 양고기 스튜



스튜는 따뜻한 국물과, 충분한 고기, 감자나 파스타 같은 탄수화물까지 한 냄비에 끓일 수 있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음식이다.


요즘 이 곳은 아침저녁으로는 패딩조끼에 코트를 입어야 적당할 정도의 겨울 날씨인데, 따끈한 스튜의 국물은 한기가 스미는 집안에서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곤 했다.


스튜에는 주로 소고기나 양고기를 넣었다. 생토마토와 토마토 페이스트에 오레가노, 바질 등의 향신료를 넣어서 바글바글 끓을 때 쯤 생고기를 넣기도 하였고, 때로는 전 끼니에 먹다 남은 스테이크를 넣기도 했다.


그러나 스튜와 스테이크로 한 달 정도를 먹다보니 끓인 토마토와 구운 고기 덩어리는 더 이상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졌다. 야채를 너무 적게 먹는다는 생각도 슬슬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스테이크와 함께 먹는 양송이, 양파 외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내가 신선 야채코너로 눈을 들리기 시작하였다. 스테이크와 스튜에 질려 자연스럽게 야채를 찾게된 것이다.


요즘은 점심이나 저녁에 주로 샐러드를 먹는다. 그렇다고 고기를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냉장고 맨 아래칸에는 보통 어떤 종류든 고기가 항상 쟁여져있다.


샐러드에 항상 일정량의 단백질을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에는 소고기 채끝 등심, 양고기 찹스테이크 위주로만 준비해 놓았다면, 요즘은 닭고기나 소고기 분쇄육을 사곤 한다.


첫 한달 동안은 주로 소고기와 양고기 혹은 소시지를 주로 샀다
첫 한달 동안 가장 즐겨 먹은 lamb chop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는 해산물도 먹고있다. 연어와 대구살, 모듬냉동해물을 사서 얼려두고,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먹는다.



사실 이 곳에서 고기를 놔두고 해산물을 찾는다는 게 얼마나 우수운 일인지 모를 것이다. 고기 가격은 우리나라에 비해 아주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요하네스버그의 해산물은 종류도 제한적이고 가격도 전혀 저렴하지 않다.


아래는 마트 육류코너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남아공 고기가 어느 정도로 괜찮은지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마트에서는 생고기만 파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양념한 제육볶음, 불고기를 팔듯 온갖 양념에 재워진 꼬치, 고기를 판매한다. 굳이 대용량의 소스를 사지 않더라도 양념고기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시미나 회는 아니더라도, 생선이나 해산물을 일주일에 한번 정도씩은 먹어줘야하는 것 같다. 한달 동안 육고기만 먹었더니 비록 냉동이여도 해산물이 주는 만족감이 매우 크다.



그 외에 먹는 것들


주로 샐러드, 스테이크와 구운 야채를 먹기는 하지만, 밥을 전혀 안 해먹는 것은 아니다. 가끔 속이 안 좋을 때나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냄비밥과 간단한 찌개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밥공기랄 것이 없어, 지난번 맥주페스티벌에서 받아온 컵을 밥공기 삼아 담아 먹고있다.


양송이와 호박을 얹은 후라이팬 밥
맥주컵에 담긴 밥과 고기반찬


딱히 한국음식이 그립거나 하지는 않다. 물론 영상에서 감자탕이나 순대국같은 것들을 보면 침이 꼴깍 넘어가긴 하지만 그뿐이다.


매콤하고 짭짤한 음식은 가끔 생각나곤 하는데, 한국에서 챙겨온 고춧가루와 현지에서 산 간장으로 짬뽕을 끓여먹는 것만으로 한국의 맛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치안 때문에 저녁에는 어디를 나가지 못하니, 사무실에서 연결된 쇼핑몰에서 장을 보고 그걸로 밥을 해먹는 데에 저녁시간의 대부분을 사용한다.


가끔은 그 날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그 다음날 점심 도시락을 싸기도 하는데, 이럴 때면 내가 지금 삼시세끼 요하네스버그 편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건 몰라도 요리실력은 좀 늘어서 돌아갈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하네스버그 시내로 나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