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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an 19. 2019

연봉은 선불일까 후불일까

연봉협상을 이끄는 영리한 협상 전략은 따로 있다

 연말과 연초 사이가 되면 맡고 있는 직책상 여러 사람의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는 자리가 생긴다. 받기 보다 주는 입장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대단한 경험이나 전략을 가지고 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봉을 받기 위해 오는 이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다양한 케이스들을 마주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연봉인상은 모든 직장인의 꿈이다


 연봉 인상은 모든 직장인의 당연한 욕구다. 높은 연봉 인상액, 혹은 인상률은 자신이 조직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얼마나 인정받고 있고 앞으로의 행보에 신뢰와 기대감을 받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는 모든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와 명분을 이야기하며 연봉 인상의 정당성을 이야기한다. 


 회사의 입장에 가까울 수 밖에 없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는 모든 동료들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를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자원은 정해져있고 가능하면 높은 인상을 원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 부분을 조율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매번 생각한다. 


 자신과 주변 동료들, 상사, 후배, 경영진까지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연봉협상은 당연히 수월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네 명이 100이라는 일을 하고 있을 때 그들에게 각자의 기여도를 물어보면 보통 100이 아니라 170~180 정도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자신의 기여도나 가치를 100%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런 대부분의 경우,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기여도와 가치를 어필하는데, 비슷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는 나는 자주 어떤 딜레마에 부딪힌다. 


"연봉은 선불일까? 아님 후불일까?"

 협상 테이블에 앉은 A는 말한다. 

"제가 지난 한 해동안 얼마나 야근을 많이 했는지 아시죠? 항상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제가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수행했고, 주말까지도 노트북을 가져가서 월요일 업무가 수월하도록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또다른 B는 말한다. 

"제가 한 해동안 팀이 세 번 바뀌었고요. 담당하는 클라이언트는 두 번 바뀌었어요. 이걸 제가 적응하고 업무 수행하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마 다른 동료들은 저처럼 해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대부분 이야기의 핵심은 "내가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느냐. 그러니 보상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업력이 높은 상급자들이 보았을 때 이들의 '고생'은 적지 않은 경우가 업무 미숙, 혹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 등의 모습으로 인해 빚어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능력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 직원도 분명히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이면 한가지 질문이 생긴다. "연봉은 선불일까, 아님 후불일까?" 


만약 선불이라면, 자신이 맡은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해 야근하거나 주말까지 시간을 할애했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연봉인상 요인이 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반대로 후불이라면, 냉정하게 성과를 판단해서 그에 맞춰 연봉을 조정해야 맞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맡은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업무 처리 능력의 관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대부분 입사할 때 연봉계약을 먼저 하고 일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후불보단 선불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앞의 A, B처럼 말하는 경우 대부분 원하는 만큼의 연봉 인상을 얻어내지 못하고 어떤 선에서 타협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일이 보통이다.


 연봉 인상을 이끌어 내는 사람들의 특별한 메시지 전략


 연봉 협상에 있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하는' 입장에서 다른 구성원들의 입장을 100% 이해하고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타협의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니다. 어떤 구성원들은 원하는만큼 연봉 인상 폭을 얻어가는 친구들도 있다. (혹은 다른 구성원보다 타협의 선이 더 높게 책정되게 만든다.) 

 

 그들의 비법은 '미래지향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자신보다 더 경력과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은 "내가 이렇게 잘했다"고 말하기보다 자신의 미래 가능성을 중심으로 언급한다. 그들의 메시지 전략은 아래와 같은 메시지 방식을 띈다.


 "제가 올 해 이런 부분은 이러이러해서 잘한 것 같고, 이런 부분은 이러이러해서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잘 한 부분은 이렇게 더 발전시키고, 아쉬운 부분은 이렇게 극복해서 이만큼까지 더 성장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제게 이만큼의 투자(연봉인상)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솔직히 아주 냉정하게 연봉협상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런 메시지는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잘한 점 못한 점을 명확히 객관하하여 파악하고 있고, 그에 대한 성장 및 보완 방안을 스스로 준비하고 있으며, 이후 자신의 모습은 이정도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넘어가지 않을 경영자/관리자가 누가 있을까? 아주 무리한 수준이 아닌 이상 기꺼이 투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메시지는 연봉이 선불인지, 후불인지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 그저 그와 함께 더 성장하는 회사의 미래를 그리고 싶을 뿐이다. 연봉협상에 왕도는 없지만 요령은 있다. 어설프게 누군가에게 "내가 고생했으니 보상해달라"고 말하기보단 "나의 장단점을 알고 있고 나는 이렇게 더 성장해서 기여하겠다"고 말해보라. 자신의 공과를 따지는 프레임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으로 함께 더 성장하게 되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게 하라. 


 이는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이익일 수 밖에 없다. 당사자는 이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평가할 수 밖에 없고, 심지어 성장을 위한 대안까지 찾을 수 밖에 없다. 회사는 그의 성장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므로 보다 구체적인 낙관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메시지가 정리되어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회사와 개인 모두 1년 뒤 훨씬 다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아직 연봉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런 영리한 전략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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