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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un 28. 2020

레고로 워크샵을 하면 알게되는 것들

레고시리어스플레이 퍼실리테이터 과정을 통해 배운 커뮤니케이션 원리들 

 지난 해 12월, 싱가포르에서 레고시리어스플레이 워크샵에 참여해 퍼실리테이터 인증 교육을 받았다. 평소 LSP(Lego Serious Play)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에 잠깐의 하프 타임 기간에 맞춰 약 5일간 워크샵에 참석했다. 네이티브하지 못한 영어 실력이 걱정되어 미리 워크샵 진행측에 문의해 두었으나 '손은 머리보다 정직하니 괜찮다'며 문제 없다는 답변을 들었고, 현장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어 워크샵이니 역시 영어가 중요하지 않을리 없다) 그래도 무난하고 즐겁게 과정을 학습할 수 있었다. 


 레고로 하는 워크샵, 어떻게 가능할까?

 처음 "레고로 워크샵을 한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대개 그렇게 물어본다. 아이들 가지고 노는, 혹은 키덜트 들의 장난감인줄로만 알았던 레고가 어른들을 위한 워크샵 도구가 되다니! 


 나 역시 그런 생각이었지만 실제 교육을 받아보면서 레고가 가진 특성들이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하고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의 원칙들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_손은 머리보다 빠르다 


 레고시리어스플레이(이하 "LSP")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 먼저 레고 브릭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이런 계산 저런 계산 하기보다 주제와 관련하여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만들어보고 그것이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오리'를 만들어 보라고 할 경우, 사람들은 같은 브릭을 가지고도 약 3천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오리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실제 오리와 닮았느냐가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오리의 개념이 어떻게 브릭을 통해 표현되느냐가 중요하다. 오리를 머릿속에 그리기 전에 먼저 만들어 보는 것. 몇 분이 걸릴 일을 단 몇 초만에 표현할 수 있다. 


#2_볼 수 있으면 이해가 훨씬 더 쉽다 


 LSP의 장점 중 하나는 만들어진 각자의 레고 브릭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앞선 예를 다시 가져와서 '오리'의 이야기를 하자면, 누구나 각자 자신이 만든 오리 모형을 가지고 "나는 왜 오리 모양을 이렇게 표현했나"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


 눈으로 보면서 그들의 생각을 듣기 때문에 이해가 훨씬 더 쉽다. 메시지를 받아들인 후에 머릿속에 다시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고, 눈 앞에 보이는 브릭 모형을 통해 이해하기 때문이다.



#3_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룹 워크샵을 진행할 때에는 각자가 만든 모형을 팀 구성원이 함께 연결하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자신의 모형은 자기 자신 외에는 어떤 누구도 그 의미를 바꾸거나 위치를 이동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말은 곧 누구나가 가진 각자의 생각과 관점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팀으로 함께 일을 하다보면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100% 내기가 쉽지 않다. 목소리가 크거나 더 높은 직급, 권위를 가진 사람들의 발언권이 더 커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LSP에서는 누구나 참여하고, 누구나 자신의 의미를 이야기할 수 있으며, 함부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꿀 수 없다. 이러한 룰 안에서 함께 팀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4_상대의 생각과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팀웍이다


 LSP를 그룹으로 진행하게 되면 각자의 의미가 담긴 브릭들을 함께 그룹짓고,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여 공통의 의미를 도출해 나간다. 나와 상대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한 팀으로 움직이기 위해 각기 다른 의견들을 하나의 풍경(landscape) 안에서 조율하고 조화시켜야 한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함과 동시에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협력 방안까지 찾아야 한다. 구성원들의 팀 플레이를 위해 LSP가 유용한 이유 중 하나다. 



LSP, 생각을 드러내고 존중하고 팀을 생각하게 하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쉽고 강력한 팀 워크샵 방법론으로 LSP가 인기를 얻고 있다. 직접 퍼실리테이터 과정을 밟고 나니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워크샵 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LSP 속에 숨겨진 커뮤니케이션 원리들이 사실은 대단히 어렵거나 복잡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너무나 당연해야 할 과정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롭게 느껴졌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라. 다른 팀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라. 팀이 함께 어우러지게 하라"


사실은 크게 복잡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자주 놓치게 되는 부분들이다. LSP는 브릭을 통해 이 과정을 너무도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꼭 LSP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꼭 잊지 말아야 하는 원칙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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