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라이브방송, 100만 촛불과 함께 대중화의 불씨를 쏘다
100만 촛불이 불타오른 지난 주말은 그야말로 ‘국민적 폭발’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100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은 이 시대를 향한 울분을 너무나 멋지게 표현해냈다. (이 시국에 ‘멋지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100만명이라는 엄청난 인파가 보여준 모습은 ‘멋지다’ 혹은 ‘감동적이다’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현장에서 역사를 만들어 냈다. 광장에 나가지 못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장의 그들과 연결되어 함께 힘을 보탰다. 광장의 사람들과 광장 밖의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그들은 단지 전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 받는 수준이 아니라, 현장의 그들이 보는 것을 함께 보았고, 광장에서 함께 소리지르진 못했지만 감정표현 아이콘을 통해, 댓글을 통해,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하면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했다. 광장에 서 있던 사람들은 100만명이었지만, 그들과 연결된 사람들은 수백만명에 달했다.
광장에 서 있던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모두 연결되었다. 라이브방송 덕분이다. 더 빨라진 네트워크 속도와 단말기, 그리고 페이스북과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1인 방송의 파급은 사람들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시켰다. 광장에 나간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고, 방송사들 역시 정규 편성 시간이 아닐 때에도 집회 수 시간 전부터 라이브방송을 통해 시민들의 현장 분위기, 직접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실시간으로 광장의 모습을 전했다.
아마 11월 12일 하루동안 페이스북에 접속했던 사람들은 최소 몇 건 이상의 라이브방송 알림을 받았을 것이다. 내가 팔로잉하고 있는 페이지에서, 혹은 내 페친들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된다는 알림 말이다. 페이스북을 열심히 쓰고 있는 내 경우는 이날 하루동안 최소 20건 이상의 라이브방송을 뉴스피드에서 마주쳤던 것 같다. 현장 곳곳에 국내 대형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지원 차량 및 인력이 배치되어 통신장애 문제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던 부분도 있어서 방송은 더욱 수월했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은 ‘비하인드스토리’ 중심의 콘텐츠만 보여지는 수준으로 여겨진 경우가 많았다. 개인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할만한 것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1인 크리에이터나 뉴스거리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 페이지 정도가 아니고서야 라이브 방송을 자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란 평가 또한 많았다.
그러나 사건은 현상을 낳았다. 국민적 이슈, ‘사건’이 발생하니 사람들은 너도나도 스스로가 방송국이 되길, 미디어가 되길 자처했다. 현장에 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메시지에 공감해주길 바랬다.
물론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페친들의, 팔로잉하는 언론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며 이 새로운 콘텐츠의 가능성을 경험하고, 알게 되고, 나아가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갖게 되었다. 이번 집회의 정치적 성격과 별개로 소셜미디어 세계에는, 적어도 한국의 소셜미디어 상황에는 라이브 방송의 대중화라는 커다란 변화가 체감가능한 이슈가 되었다.
최근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 역시 인스타그램이 라이브 방송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브방송의 가능성에 많은 플랫폼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성격이 크게 다르기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라이브방송이 보다 대중화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 이제 본격적인 라이브방송의 시대가 열렸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에서 라이브 방송은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매체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국내 상황에서도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여러 사건 사고의 현장에서(그것이 크건 작건 간에)도 크게 활약할 것이다.
문제는 단순하다. 이것을 활용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