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쯤 된 것 같다. 그때 내가 살던 곳은 서울의 상도동이라는 동네였는데 한강까지 가는 길이 기분 좋은 내리막길이라 운이 좋으면 10분도 채 안되어서 한강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념들로 머리가 복잡할 때면 자전거를 타고 찾는 곳이 있었다. 한강대교 - 원효대교 - 마포대교 - 서강대교 - 양화대교 - 성산대교를 차례대로 지난 후 2km 정도를 조금 더 가면 안양천과 한강이 만나는 안양천합수부가 나온다.
비밀기지라고 하기에는 사람들이 많아 시끌벅적한 곳이지만 이곳은 아무도 모르게 찾는 비움의 장소이다. 쉽사리 떨쳐내지 못 했던 불안, 좌절, 고민들도 여기에서는 흘려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장소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꾸밈과 거짓이 없는 풍경에서 나를 마주하는 것은 때로는 큰 위안이 된다. 지금은 삼년전 비밀기지로 가기에는 먼 곳으로 이사를 왔기 때문인지 그런 위안을 얻고 싶을 때 종종 길을 잃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