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라라랜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완벽한' 인생이란 없다. 어떤 인생을 살던 후회할 일은 항상 따라다닌다. 인생이란 존재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고나 할까. 그러면 우리에겐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자신의 인생에서 후회할 부분이 생긴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옛 일들을 아련하게 추억하며 회상하기, 후회하지 않도록 현생에 집중하기, 당시의 상황을 원망하기, 자기 비하하기 등등 방법은 다양하다. 영화 <라라랜드>의 남녀주인공들도 영화 마지막 재회를 통해 후회할 만한 상황에 마주한다.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 모두 꿈은 이뤘지만 이들의 사랑은 이루지 못했다. 영화 속 그들은 자신의 상황을 후회할까?
이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사랑을 연출하는 방식이다. 맨 처음 영화의 도입부나 두 주인공이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장면이나 아름다운 공원을 배경으로 춤추는 장면까지. 현실감각을 상실하게 만드는 장면의 연속은 환상을 느끼게 한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일처럼. 반면 영화에서 현실에 부딪히는 주인공의 연출은 대조적으로 평범하다. 사랑은 낭만적이고 현실은 현실적이다. 우리가 사랑과 현실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순 없어도 적어도 감정의 측면에서는 다르다. 그리고 사람은 낭만으로 살아갈 수 없듯이 둘의 인생도 사랑과 꿈을 향한 낭만으로만 살아갈 순 없다. 이 주제는 수많은 로맨스 영화의 단골소재이기도 하다.
그 '수많은' 영화들 중 하나인 라라랜드가 풀어나가는 결말은 다소 흥미롭다. 사랑을 쟁취하거나 현실에 적응하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이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임을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 몇 분가량 빠르게 지나가는 사랑연대기의 압축본은 이 영화를 다른 영화와 구분짓는다. 둘의 사랑이 예상보다 빨랐더라면, 현실과 타협하지말고 꿈을 향해 돌진했다면, 그리고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영화 속 전개와 다른 선택을 보여주며 또다른 낭만을 그림그리듯 연출한다. 앞에 나왔던 비현실적인 장면들처럼 낭만적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마지막 장면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의 눈빛교환은 후회였을까. 사랑을 좀 더 지키지 못한 자신을 생각하며 상대방을 연민하는 눈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들이 맨 처음 그들의 사랑을 선택했듯, 세바스찬이 인기 밴드의 멤버가 되고, 미아가 포기하려던 오디션을 다시 보러갔듯이 지금 그들의 인생은 수많은 선택지의 결말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하도록 만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한다. 나는 두 주인공이 이루지 못한 사랑을 후회하고 그리워하기보단 인생에서 '만약에 우리가~'를 생각할만큼 반짝였던 사랑을 추억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버린 둘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의 결말이 둘의 재회와 사랑이 아닌 이유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인생의 한 부분을 재현하기보다 영광의 한 챕터로 남기는 식.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