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불안함과 선택의 연속
갑자기 무서워졌다. 하루 종일 울고 밖에 나가지 못 했다. 4년 넘게 하던 바이올린 레슨을 하기 싫었던 걸까?
5학년 때 괴롭히던 승현이란 친구가 갑자기 생각이 났던 걸까. 이유는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모르겠다.
가뜩이나 키도 크지 않았던 내가 (초6 기준 147cm) 하루 종일 울고 있으니 어머니는 좀 무서우셨나보다.
소아정신과에 방문했다.
의사선생님은 내가 뭐가 무섭냐고 물어봤지만, 나도 그 이유를 모르는걸요.
그 때부터 스무고개가 시작됐다. 단순히 남자아이니까, 로 시작됐던 거 같은데 군대에 가기 싫어? (그런 얘기를 들으신 적이 있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사실 나도 이유를 모르니까 그냥 그렇다고 했다.
몇 가지 약을 처방받고 집에 왔다.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방학의 어느 날, 친구가 놀러왔다. 당시 재밌게 하던 디아블로2를 같이 하자고 집에 놀러온 친구였는데 난 하루 종일 울고만 있을 때라 친구도 만나지 않았다. 사실, 그 1달 정도 내가 뭐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오은영 박사의 프로그램을 보다가 우연히 사춘기 때의 성장호르몬이 불안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를 봤다.
단순히 그런 이유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자아이 치곤 좀 빠르고 깊게 사춘기가 왔을 거라고.
엄청난 울음(?)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 된 후, 난 바이올린을 관뒀다. 뭐 대외적으론 공부를 더 잘해서요 (반에서 2등함)라고 하지만 난 내 우울증이 더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클래식 바이올린은 날 더 깊은 곳으로 빠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하셨던 부모님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큰 돈을 날렸던 2019년의 어느 날도 그 때보다 심하게 우울했던 적은 없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고 발표를 하고 졸업을 하고 면접을 보고 퇴사를 했다. 여전히 불안함은 지속된다. 그리고 난 어떻게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지 조금 빨리 알게 됐다. 마음의 문을 열고 불안함을 잠깐 넣어두면 된다. 잠깐 넣어두는 공간을 만들기 까진 10년 정도가 걸렸다. 군대에 가서 생각이 많아졌을 무렵, 생각과 감정 정리를 좀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누군가는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라 하고 누군가는 후회의 연속이라 한다.
난 전자를 더 믿는 편이지만 내 선택은 과연 최선이었을까? 부모님은 내게 그들의 인생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조언과 지원을 해주고, 먼저 결혼한 친구와 선배들은 결혼을 하지 말라고 종용한다.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난 최선의 선택을 했다 여긴다. 꼭 어떻게 살아야만 잘 사는 건 아니니까.
불안함은 잠깐 넣어두고, 복리가 붙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