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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Mar 23. 2022

나로 시작하는 하루

연필 소리

514 챌린지로 시작해 어느새 모닝 루틴이 된 새벽 기상의 나비효과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식구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은 온전히 나로 시작하는 하루다.


첫 번째, 오랫동안 생각만 했던 필사를 시작했다. 두 아이의 교과서 한 문장 쓰기를 두 달 남짓 진행한 후, <<어린 왕자 >> 필사 책을  세 권 주문했다. 아이들과 함께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후 아빠에게 누가 가장 잘 그렸는지 심사를 청하기도 했다.  그러기를 며칠,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슬그머니 필사를 손에서 놓았다. 아이들은 득달같이 잔소리를 해왔다. 본을 보여야 하는 입장인지라 하는 수 없이 새벽 기상 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렇게 다시 문장력 강화의 일환으로 시작한 필사. 새벽에 사각사각거리는 연필의 ASMR은 의외의 힐링 지점이었다. 명상을 하듯 집중하며 쓰는 새벽 시간이 나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다른 시간에는 왜 이 소리를 못 들었을까. 공 들여 쓰다 보니 평소 악필이라 못마땅하게 여겼던 필체 마저 봐줄 만하다. 필사를 하다 스스로에 대한 재발견을 한 셈이다. 


두 번째,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는 용기가 생겼다. 낯설고 모르는 것 투성인 SNS 활용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본능처럼 낯선 기능 앞에 서면 두려움이 같이 따라온다.  "그냥, 눌러요! 눌러도 안 죽어요. 아무거나 그냥 일단 눌러요." 음성 지원되는 기능이라도 있는 듯 응원의 소리가 재생된다. 남들 다 아는 것을 나만 모른다는 부끄러움보다 눌러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다. 송길영 박사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잘하는 것을 보려는 것보다, 누군가의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응원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SNS는 하루하루 쌓여 가는 나의 성장 기록을 남기는 곳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단 누르고 본다.

  

세 번째, 영어 공부다. 뇌 건강에는 외국어 공부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부쩍 뇌 분야에 관심이 많아진 계기가 있다. 종종 나의 뇌와 입의 협응 기능이 오작동을 일으킨다. 일례로 학원 갈 채비를 하는 아들에게 "마스크 챙겨!",라고 해야 하는데 입에서는 "마우스 챙겨!",라고 한다. 좋지 않은 뇌를 자꾸 쓰다 보니 과부하가 생긴 모양이다.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영어 유튜브 소개를 보고 아이들에게 노출하기 시작했다. 영어학원 보내줄 여력 안되니 그냥 보기만 해도 된다며 간단히 타협을 봤다. 엄마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짤막한 영어 영상 보며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피곤해, 나는 매우 피곤해, 를 따라 하며 내 심정처럼 읊조려본다. 애들은 엄마의 빅 피쳐를 아는지 모르겠다. 먼저 보여줘야 흥미를 느끼는 너희들을 위해 이 한 몸 불쏘시가 되기로 했다는 것을 말이다.


온전히 나로 시작하는 하루는 단순히 기상 훈련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변화를 불러오게 하는 나비의 날갯짓 같은 것이었다. 새벽 시간을 통해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게 됐다. 매일의 꾸준함으로 나는 마스터리가 되기 위한 긴 여정에 올라섰다.



마스터리란 완벽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마스터리는 과정이자 여정이다. 그 여정을 매일같이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이 바로 마스터다. 평생에 걸쳐 시도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시도하는 사람이다.

 <<마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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