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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Aug 23. 2022

바라는 삶을 닮아가는 나

나는 눈과 손의 협응이 조화롭지 못 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똥손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크레파스나 스케치북을 충분히 사주지 않아서 소근육이 제때 발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연유로 색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기 일쑤였다. 나의 취약점에 대해 투덜거릴 때 남편은 “많이 안 해봐서 그래.”라고 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한 노력도, 종이접기를 집중해서 해 본 적도 없이 못 하는 사람이라고 쉽게 단정 지었다.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노래, 춤,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내게는 부족하다. 유일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 글쓰기였다. 예전에는 자아 성찰에 대한 자문자답의 글을 썼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썼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일상 기록자로서 순간의 쓸모에 대해 기록한다. 타고난 필력도 글쓰기에 대한 배움도 없지만 읽다 보니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학창 시절 때는 일기장에 끼적이고,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그곳에 단상들을 끼적였다. 작가에게 메일을 통해 필담을 나누고, 작가 동호회 모임에도 참석하고, 매일 듣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다. 마치 낚시를 하듯 각종 이벤트에 응모하여 당첨이라는 소소한 행복을 건져 올리기도 했다. 부지불식간에 나는 쓰는 삶을 살고 있었다.     



최근 들어 사람들에게 내공이 많은 사람처럼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다. 젊은 시절의 내가 그토록 바라던 모습이다. 바라는 삶을 닮아가는 내가 되었다는 것은 무한 영광이다. 어릴 때는 성공한 사람들은 그저 재능이 탁월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능을 운 좋게 타고났다고 해도 끈기가 없다면 결코 탁월함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은 세월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꾸준함이었다. 머릿속으로 해야지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는 사람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타고난 글쓰기 재능보다 꾸준히 글 쓰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많이 읽고 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나는 계속해서 배우는 사람이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을 때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다. 배움은 끊임없이 내 안의 열정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SNS상의 필명은 간서치다. 지나치게 책을 읽는 데만 열중하거나 책만 읽어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나의 모든 배움은 책으로 연결되어 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주변에서 종종 책 추천을 부탁받는다. 책은 시절 인연이 닿아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좀 더 전문적으로 책을 연결해주고 싶어 북 큐레이션을 공부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독서지도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서 몇 달 동안 끙끙거리며 배운 결과 자격증을 취득했다. 배움이 멈춘 순간 늙는다고 한다. 나이보다는 배움이 늙는 삶을 두려워하며 살아야 한다.     



꾸준하게 읽고, 쓰고, 배우는 삶을 살다 보니 그토록 바라던 내공이 많은 사람을 닮아 가는 중이다. 고로 나는 지금, 가장 빛나는 순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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