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상태가 썩어빠졌다는 소리는 18번
야호! 내가 이혼녀라니!
'정신상태가 썩어빠졌다'는 소리를 하도 들어서 나도 이제 정신 한번 빠짝 차려볼까 했더니 이혼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야호! 내가 이혼녀라니!
이혼녀라니!
꿈에 그리던 이혼녀가 되려 한다.
몇 달을 고민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진술서만 한 달을 썼나 보다. 한 달 내내 쓴 것도 아닌데 오래 걸린 이유는 십 년간의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컸다. 잊고 살던 그때의 기억을 세세히 꺼내 적다 보면 기가 빨렸다. 틈틈이 녹음해 두었던 욕설을 증거자료로 제출하기 위해 정리하려 듣고 있자면 피가 거꾸로 솟아 꺼버리길 반복했다.
마지막 고통이라 생각하고 이 또한 지나가면 나는 꿈에 그리던 이혼녀가 되어 있겠지 라는 희망으로 일단은 진술서라도 다 써서 넘기고 나니 벌써 한고비 넘긴 기분마저 든다. 갈길이 멀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믿어본다. 부디 이로써 반이 되어주길.
물론 1 플러스 2에 2를 맡고 있는 죄 없는 두 자매의 솔직한 심정을 감히 짐작하지 못한 채 어수선한 상태지만 사실 집이 바뀌는 거 말고는 가정에서 늘 우리 셋뿐이었다는 건 변함이 없을 걸 생각하면 그리 크게 혼란스러울 것도 없을 거라는 건 나의 생각이다.
어쨌건 차차 너희의 심경변화가 어찌 올진 모르겠지만 원래도 채우고 있던 아빠의 자리는 어떻게든 이 한 몸뚱이 불태워 더 꽉꽉 채워볼게!
하나 둘 챙겨야 할 짐들을 티 나지 않게 꾸려놓고 친정에 갈 때마다 한 짐씩 옮겨놓으면 이 집에 묵혀있던 내 감정도 같이 털어버리는 홀가분함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도 켜켜이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