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PCR 검사를 하였습니다
코로나 확진 판정. D-1
전날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늦은 저녁 자가 키트 검사에서는 다시 양성 판정을. 현실을 부정하며 잠을 청했고 약간의 미열을 느끼며 아침을 맞았다. 와이프가 차려 준 아침은 방 앞에 놓여 있었다. 방문을 열고 샐러드와 빵을 주섬주섬 먹는데 이건 흡사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와도 같은. 아프지만 밥은 잘도 먹었다. 이는 아마도 내가 인간이라는 방증이겠지.
여전히 몸이 완전하지 않았다. 전날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으니 코로나가 아닌 몸살감기이겠거늘. 확신을 얻기 위해 다시 한번 자가 키트로 코를 찔렀다. 제발 한 줄로 떠라-라는 기대감은 얼마 안 있어 산산조각으로 돌아왔다. 기대감의 사전적 정의,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심정. 하지만 이는 긍정의 기운에 어울리지 내가 처한 초조한 분위기에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기대한다가 아닌, 그저 결과를 기다린다라는 현상 표현이 더 적합한.
결과를 받아들였고 다시 PCR 검사를 하러 나섰다. 굳이 또 PCR 검사를 받아야 할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양성이 나오면 동거 가족인 아기와 와이프도 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 혹여 1개월 된 아기의 코를 찔렀다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더군다나 아기는 호흡이 약해 마스크도 안 쓰고 있는데 외출하는 것이 더 위험한 일 아닌가. 득은 없고 실만 가득한. 굳이 PCR 검사를 다시 받으러 간다? 아닌 것 같았다.
그럼 PCR 검사를 안 받을 경우 어떻게 되는가. 양성인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누군가에게 전파라도 한다면. 그것이 나의 가족이라면. 혹여 아기가 잘못될 경우 확진자의 가족이라는 증거가 없으니 어떠한 도움도 못 받을 테고. 반대로 생각했을 때의 리스크는 상당히 커 보였다. 결국 난 다시 PCR 검사를 하기로 했다.
또 찾게 된 PCR 검사소. 전날보다는 대기 줄이 줄었고 날도 따뜻했다. 반면에 증상은 심해졌다. 침을 삼키면 목이 더 아팠고 콧물이 더 흘렀다. 기다리는 동안 자기 암시를 했다.
'나는 어제랑 똑같이 음성일 거야. 그럼 다시는 PCR 검사를 안 받아야지. 자가 키트고 PCR이고 뭐고 정확한 건 없어. 그냥 나는 출산 휴가 내내 잠을 잘 못 잤고 컨디션 난조 속에서 육아를 하다 보니 몸살이 난 거야. 그래서 몸이 지금 이상한 거야'라고.
정상치 않은 몸 상태로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위험할 것 같아 검사 대기를 하는 동안 격리 시설을 검색했다. 우선은 인근 숙박업소. 결과 대기를 숨기고 이용은 할 수 있겠지만 다음 날 확진으로 판명될 경우,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 하였다. 일단 패스. 다음으로는 나라에서 지정한 자가격리 숙소. 검색어 검색을 거쳐 힘겹게 사이트를 찾았지만 하루가 아닌 최소 5박의 연박을 해야만 하는 곳뿐이 없었다. 이 또한 패스. 마지막으로는 차 안에서의 하룻밤.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데 추운 겨울날 괜히 상황만 악화될 것 같았다. 나를 위해 패스. 당일에 급히 격리할 곳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대기 끝에 또 한 번의 PCR 검사를 하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해소되지 않은 불안함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되었다. 아무리 조심한다 한들 동거 가족과 함께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코로나 전파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됐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철저하게 방문을 걸어 잠그고 최대한 숨을 참으며 양성의 기운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할 뿐.
어떠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기대감이 자리한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실망감 혹은 기쁨으로 변형될지라도 결과를 알기 전 기대감이 동반되는 건 인간만의 감정인 것 같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심정. 나는 다시 선택적으로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고 기대감과 함께 잠을 청했다.
이제 코를 그만 찌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