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검사는 음성. 자가 키트는 또 양성
코로나 확진 판정. D-2
정상치 않은 몸으로 잠을 설치고 나니 아침이 되었다. 열과 두통이 가라앉은 대신 목 아픔은 심해졌다. 전날 목이 칼칼한 정도였다면 이제는 침을 삼킬 때마다 아픔이 느껴졌다. 콧물도 조금씩 흘렀다. 아직 전달받지 못한 PCR 검사 결과. 하지만 확진일 것만 같은 불안함. 조용한 방 안에서 핸드폰을 진동 모드로 바꿔놓고 PCR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초조함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안방에 있는 아버지가 가족 카톡으로 양성 판정 문자를 받았다고 알렸다. 오미크론의 잠복기는 평균 3.1일. 출산 휴가를 썼던 주의 마지막 일요일, 아기를 보러 부모님이 방문하셨고 저녁으로 함께 보쌈을 먹었다. 나의 경우 수요일에 증상이 발현됐으니 날짜를 역으로 계산해보면 지난 일요일과 수요일 사이는 잠복 기간이었고 결국은 일요일에 아버지와 접촉했던 것이 감염의 원인이지 않겠냐로 귀결됐다. 나도 곧 양성 판정 문자를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와 와이프 얼굴이 떠올랐다. 특히나 아파도 말도 하지 못하는, 울음만이 유일한 소통인 우리 아기.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아기 사진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오전 9시가 지났는데도 핸드폰은 고요했다. 평소에는 9시가 안 돼서 연락이 왔는데. 불안했다. 점점 양성 판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전 날 급히 상담 전화를 했지만 양성 판정이 아닌 상태에서 아기에 대한 대처는 매뉴얼이 없다고 했다. 잠재적 위험은 모르겠고 위험에 노출되어야 작동되는 매뉴얼. 실망을 했지만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무기력함. 시간은 흘러갔고 확신은 체념으로 바뀌어 갔다. 체념은 인정과도 연결이 된다. 그렇다. 난 확진자인가 보다.
오전 9시 17분. 핸드폰 액정 속 검사 결과가 전달됐다. 음성이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걱정이 교차했다. 오묘했다. 하지만 양성인 아버지와는 거리를 두어야 했다.
"방문 앞에 죽 놔두었어요. 저 다시 집으로 갈게요. 몸조리 잘하세요."
닫힌 방문에 대고 조심스레 안부를 전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기와 와이프는 곤히 자고 있었다. 전날에도 새벽에 잠을 못 잤던 모양이다. 입었던 옷은 바로 세탁실로 향했고 이내 샤워를 하였다. 전날보다는 두통과 매쓰꺼움이 사라져 한결 나았지만 여전히 정상인 몸은 아니었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아기에게 접근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작은 방에 임시거처를 마련한 뒤, 아기와 와이프와는 당분간 격리를 하기로 했다. 감기일지라도 옮기면 안 되기 때문에. 몸이 회복될 때까지 와이프가 아기를 맡기로 하였다. 와이프 역시 제왕절개 수술로 회복이 필요한 몸인데, 도움은 커녕 힘만 더 들게 하니 미안함이 배가 됐다.
수시로 봐줘야 하는 아기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할 수도 없어, 저녁으로 치킨과 햄버거를 주문하였다. 요새 즐겨보는 프로그램, <나는 솔로>. 계속 방에서 따로 있다가 음성 판정을 받았으니 괜찮겠지 하며 거실로 나와 TV를 보며 저녁을 먹었다. 혹시 몰라 외 이프와는 소파를 사이로 거리두기를 한 채. 한참 프로그램에 빠지려 할 때쯤 아기가 울음을 터트렸다. 하루만 못 본 건데 아기의 보챔이 심해지고 울음소리는 더 커진 느낌이었다. 저녁을 다 먹지도 못한 채 와이프는 우는 아기를 달래주었다.
밥시간도 아니고 기저귀를 보아도 평온하고 쪽쪽이를 물려도 거부하고. 아기의 울음은 당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기를 달래는 와이프의 손목은 힘이 많이 빠져 보였다. TV 속 <나는 솔로> 출연진들은 자신을 뽐내기 위한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자가 키트 검사할래?"
힘에 부쳤는지 자가 키트 검사를 권유한 와이프. 사실 확실한 결과를 위해 다음 날 검사를 하려 했지만, 힘들어하는 와이프를 보고 있자니 빨리 도움을 주고 싶었다.
잠시 잠이 든 아기를 내려놓고 서로 자가 키트 검사를 했다. 여전히 와이프는 음성이었고 나는 양성이었다. 두 줄 중 하나는 희미한 것 같아-라고 자기 합리화를 했지만, 설명서에 있는 양성 이미지와는 일치했다. 다시 초조해졌다. 어제보다 불안감이 더 커졌다. 얼른 거실에서 방으로 이동했고 이번에는 방문을 걸어 잠겄다. 와이프도 아기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솔로>도 다음 주 예고 장면으로 넘어가며 끝이 났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길고 긴 하루는 또 그렇게 흘러갔다. 혼자 끙끙대며 늦은 밤 발열 증상을 견뎌냈고 와이프는 용을 쓰며 낑낑대는 아기를 케어했다. 시간이란 건 누군가에게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될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초조함만 가득한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천당과 지옥. 경험은 없지만 알 것도 같았다. 같은 집에서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위를 묻는 부부. 참 슬픈 그림이었다.
문 틈 사이로 봐야 했던 우리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