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코로나에 걸린 것 같아

코로나 확진 판정. D-3

by 이보소

2022년 1월, 사랑스러운 아기가 태어났다. 갑자기 터진 양수에 급히 응급 분만실을 향했고 자연분만의 진통을 십분 느끼다가 결국에는 제왕절개를.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지켜만 보는 자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힘없는 손을 잡아주며 힘을 내라는 아이러니한 말 뿐이었던. 실로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거치고 어렵게 태어난 소중한 아들이었다.


근로기준법(2022년 기준)에 의하면 본인 출산 휴가는 총 90일, 배우자 출산 휴가는 총 10일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배우자 출산 휴가는 10일을 꺼번에 사용 수도 있고 1차, 2차로 분할하여 사용할 있다. 나라에서 정한 법이 그렇다. 다만 여전히 휴가 사용에 대해 눈치 주는 회사들 존재다 하니, 기업 문화가 성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한참은 더 시간이 요할 듯싶다. 배우자 출산 휴가가 3일에서 10일로 늘어난 것도 고작 3년 전(2019.10월)이니 말이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거쳐 돌아온 우리 집. 아기 침대에서 새근새근 자는 조그만 아기를 볼 때면 정말이지 천사가 강림해 있는 것 같다. 다행이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출산 휴가 사용에 너그러운 편이고 이에 분할 신청 하여 1차 산부인과 3일과 산후조리원 2일을 합해 총 5일 사용하였고, 나머지 2차 2주간의 산후도우미 이모님 도움이 끝나 다음날부터. 즉, 육아 초보 엄마 아빠가 본격적으로 아기와 함께 생활을 시작하는 첫 5일 간 사용하기로 하였다.


28일의 신생아 단계를 갓 지난 1개월 된 조그만 아기. 영유아 시기에 접어들면서 좋고 싫음을 울음으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잠이 들었다 싶어 눕히면 울어버리는 등 센서가 본격 발동되기 시작했다. 최고은 새벽만 되면 두 눈이 말똥말똥해진다는 거였는데 덕분에 2차 휴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해도 가히 부족하지가 않다. 군 시절 불침번은 잠깐의 취침 시간이라도 있었지 육아 세계는 휴식 없는 무제한 불침번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휴가 날 아기는 새벽 내내 입을 벌렸다 고개를 돌렸다 칭얼거렸다 울다 웃다가를 반복했 어느덧 시계는 새벽 5시 가리켰다. 겨우 눈을 감은 아기를 살포시 옆으로 안고(등 센서 때문에 눕히면 바로 울어버린다) 잠깐의 잠을 청한 시간은 새벽 6시.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킨 후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기의 울음소리에 게슴츠레 눈을 뜨고는 아기의 대화로 대답을 했다.

"오옹 배가 고파용~ 배가 고파서 일어나쪄용~"

아기는 소리를 한층 더 높여 '뿌애애앵-'으로 화답했다.

눈물이 없는 아기의 울음 '날 좀 안아줘-'로 해석됐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 4kg의 아기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몸이 이상했다. 그간의 피로감이 몰려온 건가. 미열이 있었고 목이 아팠다. 평소 편도가 약해 감기가 걸리면 항상 목부터 아파왔에 몸살이라 직감했다. 그럴 만도 한 게 5일 내내 잠을 못 자지 아니했는가. 일단은 우는 아기를 달래 놓고 몸 상태를 체크해보기로 했다.


38.4도. 아침마다 체크하는 아기 체온계에 38도라는 숫자가 찍혔다. 감기라 할지라도 이렇게 심하게 열 난 적 없었다.

잠깐만. 설마 코로나?

순간 머릿속으로 불안감이 쳐갔다. 불안 요소가 감지된 상태서 아기를 돌보는 건 무리가 있었다. 와이프에게 아기맡기고 단은 KF94 마스크를 썼다.


2022년 2월 이후, PCR 검사 지침은 변경되었다. 신속항원검사라는 절차 추가되었고 검사 시 양성일 경우에만 PCR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시시각각 바뀌는 방역 체계가 혼란러웠지만 언제는 질서가 있었는가. 뭐 그런가 보다지. 간단히 아침을 먹고는 약국에 들려 자가 키트와 몸살감기약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두 줄이 나오면 양성, 한 줄이 나오면 음성인 임신 테스트기와 같은 기계. 하나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가짐은 전혀 상반된, 심장이 말라 가는 기계. 이미 한 차례 보건소에서 자가 키트 검사를 한 적이 있어서 사용법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결과에 대한 나의 대처가 어려웠을 뿐. 서서히 벗겨지는 가 키트의 코팅제는 선명한 줄 하나와 희미한 줄 하나를 표시했다. 결과 두 줄. 양성이었다. 당황스러웠고 머리가 멍했다.


희미한 줄 하나는 보건소에 도착하니 선명한 줄로 바뀌어 있었다. 두 줄의 자가 키트를 머니에 넣 PCR 검사를 위한 대기줄 행렬에 동참했다. 제는 아무나 할 수 없게 된 PCR 검사이지만 대기줄은 길었다. 일일 확진자 최대 갱신이라는 뉴스 소식은 팩트였다.


하필 영하 10도의 날씨. 급하게 온 탓에 외투도 시원찮게 입었고 긴 대기 줄에 몸은 얼어갔. 두통은 점점 더 심해졌고 심지어 어지러움증까지 동반되었다. 점 코로나 증상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주마등처럼 아기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갓 1개월 된, 아직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기. 미안했다. 이런 험한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이. 그리고 걱정됐다. 코로나에 감염되었을까 봐.


한 시간 넘는 대기 시간에 반해 검사는 일 분도 안 되어 끝이 났다. 터덜터덜 돌아온 집. 아무래도 와이프와 아기의 분리가 필요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를 하기로 하고 급히 본가로 연락해 몸을 이동했다. 한낮에 도착한 본가에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 털레털레 방에 들어와 문을 닫고 아픈 몸을 누였다. 발열은 심해졌고 두통도 커졌다. 속이 매쓰꺼웠고 목은 칼칼했다. 엉망인 몸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었다.


한참 몸을 뒤척이사이 부모님이 돌아오셨다. 아버지 역시 자가 키트 양성으로 나와 PCR 검사를 받고 왔다 하였다. 와이프에게도 연락이 왔다.

"몸은 어때? 괜찮아?"

"계속 열도 나고 목도 아프고 이상하네. 그리고 아버지도 자가 키트 양성 나왔대. PCR 검사하고 오셨다는데. 나 증상을 보면 아무래도 코로나에 걸린 것 같아."

전화 너머로 아기가 울었다.

" 진짜? 어쩌지. 아기 운다. 다시 연락할게."

아침에 칭얼거렸던 아기 얼굴이 생각났다. 부디 PCR 검사 결과는 예상과 틀리기를. 게 잠들 수 없는 밤, 예수님도 부처님도 성모 마리아도 알라신도 믿지 않는 나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진정으로 간절한 기도를 했다. 제발 몸살이라고. 제발 나만 아프게 해 달라고. 새벽 내내 머리 아팠고 속은 울렁거렸다. 아기를 돌본 것도 아닌데 잠은 또 못 잤다.



두 줄이 나올 때의 심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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