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인데요. 신생아가 집에 있어요

코로나 최종 확진 판정

by 이보소

그간 문자를 기다린다는 은 설렘이 동반된 일이었는데(가령 소싯적 썸녀의 연락이라던가 택배 출발의 안내 문자 같은) 기존과는 다른 느낌의 기다림은 참 곤혹이었다. 오전 9시가 넘었지만 동 없는 핸드폰. 생각보다 길어지는 기다림에 초조함은 더해지고 불안감은 강해졌다.


9시 41분. 방바닥에 놓여 있는 핸드폰이 진동했다. [OO구 보건소 코로나 19 검사 결과 안내]. 가려진 뒷 문장을 열어보는 은 힘든 일이었다. 영화 제목이었던가 책 제목이었던가. 자의 나머지 확인한 순간, 그것은 제목럼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명됐다.


코로나 확진이었다.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나에게 일어날 줄이야. 16만 명이라는 일 확진자 수 중 1명이 나일 줄이야. 전날 기도와 함께 잠을 청했는데(잠이라고는 하지만 깊게 잘 수가 없었던) 진심이 전달되지 않은 건지 기도의 방법이 잘못되었던 건지 기다리던 문자는 기대를 저버렸다. 문자에는 양성 판정과 함께 자가 격리 및 재택 치료 안내가 있었. 동거가족은 PCR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도 함께.


우리 집에는 이제 1개월 된 아기가 있는데요- 주절주절 쓰여 있는 문자에 아기에 대한 매뉴얼은 없었다. 급하게 전날 PCR 검사소에서 챙긴 역학조사 안내문 찾았다. 상담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불통이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어렵게 연결된 통화.


"확진자인데요. 신생아가 집에 있어요. 동거 가족이면 PCR 검사를 받으라는데 신생아도 검사를 받나요? 신생아는 어떻게 검사를 해야 하죠?"


"네, 아기도 PCR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방법은 어른과 일합니다. 동거 가족인 와이프 분이 음성이면 움직임이 가한 것이니 아기와 함께 PCR 검사를 받으세요."


"아니, 1개월 된 아기고 마스크도 쓰질 않는데요."


"네, 그 외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통화 속 답변은 원론적이었다. 폭증하는 확진자 수 때문에 지원 인력이 부족하다던데 어쩌면 통화 상대는 AI 아니었을까. 원칙에 입각하다 보니 예외 적용이 되지 않는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 남들의 시선에서는 어떡해-라는 반응이 다인.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닌, 그런 가십거리의 주인공. 그게 나였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상담 전화는 뒤로 하고, 우선은 아기와 와이프부터 피해 있기로 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더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빠르게 본가로 연락을 취해 피신하기로 결정했다. 본가는 전날 양성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계신 곳이기도 했고 나와 같은 날 양성 판정이 나온 엄마와 동생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졸지에 확진자 집합소가 된 본가. 가족들이여 제가 갑니다. 이왕 양성인 거 우리 모두 함께 공유합시다. 웃기고 슬픈 상황이었다.


막상 확진이 되고 보니 시스템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컸다. 확진이 되면 감시 대상자로 분류되어 관리를 받을 줄 알았는데 대처가 전혀 없는 무반응에 이게 뭐인가 싶고. 아니 위험한 감염병이어서 백신도 맞으라 하고 방역 패스도 실시하고 뭐 그런 거 아니었나. 평소 남 탓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화살은 나라를 향하게 되었다.


확진 하루 동안 관련 연락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듬성듬성 왔다. 학조사 정보를 입력해라- 약은 알아서 챙겨 먹어라- 그런데 나가지는 말아라- 재택 치료는 알아서 잘해라- 등등. 혹시나 하며 보면 역시나 한 보나 마나 한 문자. 그 사이 와이프와 아기는 '알아서' PCR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엉망인 격리 시스템에 하루 내내 기대 했던 건 순진한 처사였다. 순진하면 피해를 입는다. 인정하기 싫지만 세상은 그런 것 같다.


마스크를 쓴 채 본가의 방 한 칸에 박혀 있었다. 감옥에 갇혀있는 기분. 침을 삼키면 목 아픈 현상은 더 심해졌고 목소리 아예 잠다. 기침과 재채기가 추가됐고 콧물 흐르는 빈도수가 많아졌다. 별개로 아기와 와이프와 떨어져 생이별까지 하게 되는 말 못 할 기분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의도치 않게 본가를 방문한 날, 세계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선 준비로 각 당이 서로를 헐뜯었다. 나는 이런 혼란 속에서 초라하게 코로나 확진이라는 문자를 받았. 생후 1개월 된 아기. 고생하는 와이프. 모두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걱정됐다. 가족들에게 코로나 전파를 아닐는지. 기대와 체념과 걱정이 공존하는, 시간이 너무 더디었던 하루였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문자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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