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존재는 '나라'가 지켜주지 않는다

코로나 확진 판정. D+2

by 이보소

전날 밤늦게 아기와 와이프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모두 음성 판정. 미접종자인 아기와 와이프가 음성이라는 사실이 논리상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기다렸던 소식이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래서일까. 코막힘과 약간의 목 아픔 외에 불편한 증상들은 사라졌다. 전날보다 격히 호전된 몸 상태. 덕분에 마음의 짐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 되었다.


반면에 가는 졸지에 확진자 4명이 모여 있게 되었다. 본가의 가족들은 각자의 구역에서 따로 밥을 먹었다. 자연스레 형성된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이 집의 사령관인 어머니가 거실에 거처를 두고 시간마다 정기적으로 음식을 배급하였다. 아버지, 나, 동생 남자 셋은 방문을 열어 한 끼를 수령고 식사가 끝나면 다시 방문을 열 식기를 반납하였다. 방문을 여닫는 잠깐 사이 숨죽인 공간 속 유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1차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도통 들을 수 없었다. 그저 죄인이 되어 침묵만을 유지하였고 간간이 문자로 미안함 께 아기와 와이프의 안부를 묻는 것만이 유일한 소통이었다. 가뜩이나 쭈그려져 있는 아버지의 어깨가 더 처져있을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엉겁결에 방 안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활동 범위 극히 제한적이 되었다. 핸드폰을 만지작하는 것도 느 정도지 슬슬 핸드폰 액정 화면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곳 없는 시선은 책장에 꽂힌 책했다. 적응이란 건 간의 수많은 기능들 중 하나다.


읽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관심를 알 수 있다. 결혼을 하고는 신혼부부들의 에세이를, 임신을 하고는 육아 서적. 오직 소설만이었던 나의 확고한 취향은 변화가 가능했다. 책장 속에서 꼽아 든 책은 바로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 경제적 자유를 주제로 한 베스트셀러이다. 지금의 나는 아픈 아빠지만 먼 미래에는 부자 아빠가 되기를. 쩌면 책 하나가 격리기간 동안의 수확이 될지도 모르겠다.


와이프와는 전화로 안부 나눴다. 화는 음성이라 다행이야-로 시작여 아기와 함께 PCR 검사를 받았던 이야기로 이어졌다. 수소문 끝에 임산부 우선 사가 있는 검사소를 찾았지만 기나긴 줄을 그대로 서야 했. 2시간 넘게 마스크도 없는 신생아를 안 채 대기를 해야 했던. 부랴부랴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달려오셔 도움을 주셨지만 한동안 와이프 혼자 낑낑 댔던. 와이프는 홀로 고군분투를 했다. 미지가 그려지니 미안함은 더 .


신생아 격리에 대한 매뉴얼 따로 없는 재택 치료 시스템. 심심찮게 발생하는 확진자 집계 속에 아기들도 더러 포함이 되거늘. 지금 처사는 결국 걸리려면 걸려라-라는 배짱 시스템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유명무실이라 했던가. 이쯤 되니 방역 시스템의 존재 자체도 의심스러워졌다.판론자가 되기 싫지만 상황은 비판론자로 만들어 간다. '나'라는 존재는 '나라'가 지켜주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지켜야지. 확진 2일 차에 얻게 된 교훈이었다.


이 때는 몰랐다. 생이별을 하게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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