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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소 Mar 06. 2023

새로운 취미, 마음 가꾸기

진짜 어른이 되어봐야겠습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는 일 년이 지날 즈음 아기가 걷기 시작했습니다. 넘어질락 말락 하지만 좀처럼 넘어지지 않는. 누워있던 아기가 뒤집을 줄 알고, 뒤집던 아기가 길 줄 알고, 기던 아기가 일어설 줄 알고, 일어서던 아기가 걷기 시작했습니다. 뒤뚱뒤뚱과 아장아장이 어우러진 13개월 아기의 걸음.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운 아기가 어린이집에 입학을 했습니다. 낯선 공간 속에서의 시간은 어땠는지. 불편하진 않았는지. 아기의 반응이 궁금하지만 생후 13개월 아기에게 들을 수 있는 대답은 '으으- 아아-' 일 뿐입니다.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은 걸 보고 괜찮았구나-라고 자의적 판단을 해보기도 합니다. 내 방식대로 해석하기. 엄마 아빠들의 특기라 할 수 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아장아장한 아기가 자기만 한 가방을 멘다는 것. 그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에 간다는 것.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또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을 13개월 아기가 해낸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아기가 입학을 하니 자연스레 학부모가 되었습니다. 아기의 선생님이 어떤 분 일지. 아기는 어린이집 생활을 잘하는지가 궁금해질 것 같습니다. 나의 부모님은 알고 있을 학부모의 마음.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슬그머니 또 하나의 역할이 생겨버렸습니다. 남편. 아빠. 그리고 학부모.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려면 아직도 더 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죠. 키는 더 이상 안 자를 것 같은데 말입니다. 에라이 모르겠다. 꿩 대신 닭이라고 마음이라도 키워봐야겠습니다. 마음을 잘 가꾸어 진짜 어른이 되어봐야겠습니다. 진짜 어른이 되면 좋은 아빠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내 스스로가 좋은 아빠라 칭하는 것이 아닌, 아기가 말하는 좋은 아빠. 마음 가꾸기. 학부모 역할에 걸맞은 새로운 취미입니다.


뾰족함은 둥글게. 게으름은 부지런하게. 때 묻음은 순수하게. 

날카로움은 싹둑 잘라버리고. 나태함은 쓰레기통으로. 

좋은 아빠라는 나무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을 잘 가꾸어 보겠습니다.


뒤뚱뒤뚱과 아장아장함으로 무장한 아기가 어린이집을 향해 걷습니다. 

생후 13개월 아기의 하루. 오늘도 행복한 날이길 바랍니다.


어린이집 입학식 날. 초등학교 입학식은 어떤 느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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