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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소 May 06. 2023

내가 학부모라니! : 생애 첫 학부모 참여 수업

'첫'의 의미

아기와 함께한 지 467일째. 생애 처음으로 어린이집 학부모 참여 수업에 참석하였습니다. 엄마 아빠로 불리는 것이 이제야 조금 덜 어색한 것 같은데 이제는 학부모라고까지 합니다. 앞으로 게 될 다른 칭들은 무엇 있을요. 새로운 역할들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회사일이 갑자기 바빠졌지만(휴가를 냈지만 오후 내내 일을 했던) 첫 학부모 참여 수업 필을 했습니다. 엄마 아빠 모두가 참석하면 아기도 기세등등하지 않을까 싶어. 무엇보다 우리 아기의 어린이집 생활은 어떤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입원한 한 명의 아기를 제외하총 다섯 명의 아기가 엄마 아빠와 등원을 했습니다. 둘째가 있는 엄마 아빠들은 각 반으로 나누어 방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맞벌이 가구가 반적인 가정 형태가 된 스마트폰 시대. 엄마 아빠의 석은 박수를 쳐줄만합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한 다섯 명의 아기들은 평소보다 더 신이 났을 겁니다.

아기의 담당 어린이집 선생님은 총 두 분이었습니다. 선임과 후임 느낌의 선생님들. 선임 선생님은 노련미가 돋보였고 후임 선생님은 긴장미가 있었지만 아기들과 함께 하는 두 분은 꽤나 조화로워 보였습니다. 학부모 참여 수업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들. 나비 만들기, 야광 놀이 체험, 점심 식사. 세 시간 만에 모든 프로그램이 끝났지만 선생님들에게는 간단하지 않은 시간이었을 겁니다. 평소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하는 하루였기에 어쩌면 달갑지 않았을 학부모 참여 수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점심시간에는 부모님들 식사까지 챙겨줬으니 말이죠. 여간 힘든 날이 아니었을 겁니다.

저 또한 신경이 쓰였습니다. 행여 우리 아기가 소외되지 않을까 싶어 선생님들 앞에서 착한 아빠 코스프레를 했습니다. 엄마 아빠를 봐서라도 우리 아기를 더 잘 살펴봐달라는 일종의 퍼포먼스라 할까요. 평소보다 하이톤으로 아기와 함께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세상 다정다감한 아빠인 척하는 것이 어설프기도 했지만 확실한 건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 안간힘을 쓴 건 맞습니다. 첫인상이 나쁠 필요는 없으니까요.

'첫'이란 관형사는 사랑의 감정에 잘 어울립니다. 첫 데이트. 첫사랑. 첫 키스. 사랑하는 아기와 함께 한 첫 부모 참여 수업 같은. 부디 아기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아기의 선생님들에게도. 저의 첫 부모 참여 수업이 좋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또 다른 생각 :

학부모 참여 수업이라지만 세 시간 동안 선생님과의 소개팅을 하다 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도 학부모도 서로에게 잘 보이고 싶은 시간. 훗날 아기가 결혼한다 했을 때 겪을 상견례라는 것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요. 아주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그래서 벌써부터 생각한 일은 더더욱이 아니겠지만. 혹은 혹여 아기가 비혼주의를 외칠지도 모르겠지만. AI가 활약하는 챗 GPT시대에 살고 있는터라 어쩌면 금방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한 지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금세 학부모가 된 것처럼 말이죠.


나비 만들기. 당분간 아기의 체험 활동은 엄마 아빠의 과제가 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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