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소비를 위해
지난 호에서 21% 랩과 래코드 전시를 다녀온 뒤, 한번 산 옷을 끝까지 책임지겠다 다짐했지만 야속하게도 바로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이하고 마는데…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안 사면 100% 할인이라는 말, 살면서 믿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늦게 사면 100% 후회했을 뿐.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할인이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았다.
‘갑자기 사버린 이 옷을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올해는 우리에게 온 빅 세일의 기회를 반대로 활용하기 위해 사방에 수많은 멘트들의 유혹에 앞서, 신중하게 꼭 필요한 구매를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철칙이라니 거창해 보이지만 요약하면 내 것이 맞는지 3번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다. 대대적인 세일 기간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도 아니고, 특별히 나만 하는 방법도 아니지만 쇼핑의 실패를 줄이는 데에 나름 유용하다.
늘 습관처럼 쇼핑 플랫폼을 둘러보면서 마음에 들거나 주목할 만한 제품을 계속 찜해두고 마치 이미 산 것처럼 매일 들여다본다. 처음엔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다음날이 되고, 또 다음날이 되면 단점이 하나 둘 보인다. 보관 및 세탁이 까다롭거나 다른 옷과 매치가 어렵다는 등 자꾸 생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지 않게 된다. 눈은 마음에 든다고 하지만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 경우, 대게 맞는 말은 머리가 하는 법이다.
며칠 내내 봐도 질리지 않고, 머리도 사도 된다 인정하는 옷도 결국 옷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주변 옷과 합이 좋아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입어보는 게 가장 정확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갖고 있는 옷과 어떻게 매치할지 사전에 콜라주를 해본다. 룩켓매거진 첫 호에서 GoodNote앱을 활용한 콜라주 방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경험상 이때 적어도 2,3가지 코디가 가능해야 실제로 구매했을 때 옷의 활용도가 훨씬 좋았다. 아무리 단독으로 예쁜 옷이어도 진짜 매력 있는 룩은 전체적인 합이 좋아야 완성된다.
최종 결제 단계에서 씁쓸한 얘기지만, 2단계에 걸쳐 고민한 옷의 결제는 우리의 통장이 하므로 주머니 사정에 맞춰 살 수 있는 옷이 가장 좋은 옷이라고 생각한다.(각자 소비의 가치를 어디에 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선 이상의 소비를 했을 때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적절한 수준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구매했을 때가 훨씬 만족도가 높았는데, 취향의 브랜드를 찾는 재미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브랜드를 공유하는 기쁨도 크기 때문이다.
전지전능한 신도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잘 샀다, 좋은 소비였다’ 생각하는 건 모두 개인적인 기준으로 각자가 판단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누구나 더 나은 소비를 하길 원한다.
오늘 쓴 이 글은 무조건 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한 소비 습관을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신중한 소비라고 생각한다. 작년의 나를 떠올리면 블프 기간에 고민 없는 결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어떤 부분에서 만족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고 구매하니까 더 신중할 수 있게 되었고 쇼핑의 만족도가 올라가니 실패도 많이 줄었다. 모두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는 한 번 더 생각해서 모두 만족스럽고 후회 없는 소비가 되길 바란다.
<참고>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