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택을 모으는 재미
‘사랑은 안 변해, 사람이 변해’라는 가사처럼 옷은 안 변하는데 시간이 흐르고, 내가 변해서 멀어진 옷들이 있다. ‘저 때 저 옷 참 좋아했는데…지금은 어디 갔지?’ 마음 같아선 세상 모든 옷을 품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거의 연인은 잊더라도 입었던 옷은 기억하고 싶은데, 색다른 방법이 없을까?
의류 택을 모으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창한 뜻이 있는 건 아니다. 첫 라벨은 디자이너와 콜라보 한 SPA 브랜드 옷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화려한 디자인의 택을 처음 봤고, 어렸을 때부터 예쁜 종이만 보면 서랍장에 넣고 보는 탓에 하나씩 모으기 시작한 게 벌써 7-8년째다. 지금 보니 한 손으로는 쥘 수 없을 만큼 택이 꽤 두둑하게 모였다.
의도를 갖고 모은 건 아니지만 쌓이고 쌓이니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기록이 되었다. 한참 전에 버려진 옷이나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던 옷도 태그 뒤 정보를 자세히 읽어보면 어렴풋이 생각난다. 이 종이 뭉텅이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곧 내 옷의 역사인 것이다. 내 돈이 통장을 그냥 스쳐 지나간 줄 알았더니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착실히도 모아 놓았다.
'label'
정의) 종이 등에 물건의 정보를 적어 붙여 놓은 표
'tag'
정의) 물건의 성격 등을 묘사하는 꼬리표
‘라벨’이라고 하기도 하고 ‘태그 or 택’이라고도 불리는 작은 종이조각의 뜻은 <물건에 붙는 꼬리표>. 즉, 이 작은 종이 조각이 곧 이 옷의 아이디카드인 것이다. 같은 브랜드여도 시즌마다 라벨 디자인에 조금씩 변화를 주기도 하고 콜라보나 한정판 같이 특별한 라인에는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택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술작품과 콜라보 한 택으로 의류와 똑같은 예술작품이 프린팅되어 있다. 지금은 갖고 있지 않은 2014, 2015년쯤 구매한 옷이지만 택을 보면 어떤 옷인지 기억할 수 있다.
스포츠 브랜드 운동화를 사면 자주 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한 택이다. 외관에서 보이지 않는 걸 눈으로 확인시켜줌으로써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사진 속 건물 그림이 그려져 있는 택만 같은 해에 3장째 받다가 4번째 구매했을 때 자동차 그림이 그려져 있는 택으로 바뀌었다. 아마 시즌과 함께 택도 바뀐 것 같은데 옷만큼이나 다음 택 디자인도 궁금해졌다.
마찬가지로 시즌이 바뀌면서 택에 변화를 준 케이스. 같은 체리여도 배경색에 따라 각각 다른 시즌 컬렉션임을 알 수 있다. 시그니처 아이콘인 체리는 계속 사용해서 각인시키고, 배경색으로 분위기만 바꾼 것이다.
몇 년 전, 독일 여행 중 오프라인 매장에서 외투를 구매했는데 계산할 때 영수증을 수기로 적어준 적이 있다. 이 택의 영문 필기체를 보고 그 경험이 확 떠오르면서 온라인으로 구매했지만 오프라인에서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편지봉투, 편지지가 주는 고유의 감성이 있다. 특별할 것 없는 택이지만 편지봉투를 열어보게 되고 이 행위 자체만으로 브랜드와 소통하는 기분이 든다. 이런 사소한 경험이 쌓여 좋은 브랜드로 기억되면 다음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작고 소중한 로고 참 하나에도 쉽게 두근거리는 호갱의 기질을 타고났다. 작은 플라스틱 하나로 허공에 귀엽다며 앓는 소리를 낸다.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작은 디테일이 모여 브랜드의 이미지가 완성된다고 생각하는데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저런 작은 요소가 가끔은 뭐 된다.
나의 택 컬렉션은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아직 갖지 못한 택이 너무 많기에…. 가끔은 무심코 버려지는 택을 한 번쯤 살펴보는 걸 추천한다. 옷 한 벌 사는 경험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