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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룩켓매거진 Sep 26. 2022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옷은 택을 남긴다

의류 택을 모으는 재미

옷은 안 변해, 사람이 변해

‘사랑은 안 변해, 사람이 변해’라는 가사처럼 옷은 안 변하는데 시간이 흐르고, 내가 변해서 멀어진 옷들이 있다. ‘저 때 저 옷 참 좋아했는데…지금은 어디 갔지?’ 마음 같아선 세상 모든 옷을 품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거의 연인은 잊더라도 입었던 옷은 기억하고 싶은데, 색다른 방법이 없을까?

7-8년간 꾸준히 모은 의류 택

의류 택을 모으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창한 뜻이 있는 건 아니다. 첫 라벨은 디자이너와 콜라보 한 SPA 브랜드 옷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화려한 디자인의 택을 처음 봤고, 어렸을 때부터 예쁜 종이만 보면 서랍장에 넣고 보는 탓에 하나씩 모으기 시작한 게 벌써 7-8년째다. 지금 보니 한 손으로는 쥘 수 없을 만큼 택이 꽤 두둑하게 모였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옷은 택을 남긴다.

의도를 갖고 모은 건 아니지만 쌓이고 쌓이니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기록이 되었다. 한참 전에 버려진 옷이나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던 옷도 태그 뒤 정보를 자세히 읽어보면 어렴풋이 생각난다. 이 종이 뭉텅이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곧 내 옷의 역사인 것이다. 내 돈이 통장을 그냥 스쳐 지나간 줄 알았더니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착실히도 모아 놓았다.


'label'

정의) 종이 등에 물건의 정보를 적어 붙여 놓은 표


'tag'

정의) 물건의 성격 등을 묘사하는 꼬리표


‘라벨’이라고 하기도 하고 ‘태그 or 택’이라고도 불리는 작은 종이조각의 뜻은 <물건에 붙는 꼬리표>. 즉, 이 작은 종이 조각이 곧 이 옷의 아이디카드인 것이다. 같은 브랜드여도 시즌마다 라벨 디자인에 조금씩 변화를 주기도 하고 콜라보나 한정판 같이 특별한 라인에는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택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 제품을 알리는 택

예술작품과 콜라보 한 택으로 의류와 똑같은 예술작품이 프린팅되어 있다. 지금은 갖고 있지 않은 2014, 2015년쯤 구매한 옷이지만 택을 보면 어떤 옷인지 기억할 수 있다.


 

스포츠 브랜드 운동화를 사면 자주 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한 택이다. 외관에서 보이지 않는 걸 눈으로 확인시켜줌으로써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2. 시즌을 구분하는 택

사진 속 건물 그림이 그려져 있는 택만 같은 해에 3장째 받다가 4번째 구매했을 때 자동차 그림이 그려져 있는 택으로 바뀌었다. 아마 시즌과 함께 택도 바뀐 것 같은데 옷만큼이나 다음 택 디자인도 궁금해졌다.


마찬가지로 시즌이 바뀌면서 택에 변화를 준 케이스. 같은 체리여도 배경색에 따라 각각 다른 시즌 컬렉션임을 알 수 있다. 시그니처 아이콘인 체리는 계속 사용해서 각인시키고, 배경색으로 분위기만 바꾼 것이다.


3.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택

몇 년 전, 독일 여행 중 오프라인 매장에서 외투를 구매했는데 계산할 때 영수증을 수기로 적어준 적이 있다. 이 택의 영문 필기체를 보고 그 경험이 확 떠오르면서 온라인으로 구매했지만 오프라인에서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편지봉투, 편지지가 주는 고유의 감성이 있다. 특별할 것 없는 택이지만 편지봉투를 열어보게 되고 이 행위 자체만으로 브랜드와 소통하는 기분이 든다. 이런 사소한 경험이 쌓여 좋은 브랜드로 기억되면 다음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작고 소중한 로고 참 하나에도 쉽게 두근거리는 호갱의 기질을 타고났다. 작은 플라스틱 하나로 허공에 귀엽다며 앓는 소리를 낸다.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작은 디테일이 모여 브랜드의 이미지가 완성된다고 생각하는데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저런 작은 요소가 가끔은 뭐 된다.



옷 사면서 재미는 덤  

나의 택 컬렉션은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아직 갖지 못한 택이 너무 많기에…. 가끔은 무심코 버려지는 택을 한 번쯤 살펴보는 걸 추천한다. 옷 한 벌 사는 경험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원문>

룩켓매거진 9호

@looketmag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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