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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Jul 26. 2015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23

Bangkok, Thailand to Siem Reap, Cambodia

요새 여행에 익숙해지면서 술을 너무 자주 마신 거 같다. 거의 일주일 내내 매일 같이 한잔 이상은 마시지 않았나 싶다. 여행에서 맥주 한잔이 주는 즐거움은 물론 무시 못하지만 그렇다고 습관적으로 한잔씩 하는 건 좀 자제해야겠다. 특히 어제 저녁에 귀가해서 혼자 마신 마지막 한 병은 정말 의미 없었다.

새벽에 숙취 때문에 머리가 살짝 아파서 잠이 깬다. 도미토리는 워낙 익숙해져서 잠은 잘 자는 편인데 이렇게 꼭 한번씩 새벽에 깨곤 한다. 근데 이게 사실 또 나쁘지만은 않은 게, 충전하던 핸드폰 배터리를 바꿔 껴서 충전을 다시 하고 잘 수 있다.

5시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완전히 눈을 뜬다. 바로 나가지는 않고 침대에 누워 6시 반까지는 자다 깨다 하면서 있다가 나온다. 어제 따로 얘기를 안 하는 바람에 처음으로 2층을 배치받았다. 2층은 밑에 있는 사람이 신경 쓰여서 개인적으로 싫어하는데, 막상 잘 때는 괜찮았다. 저번에 이곳에 왔을 때는 엄청 추웠는데, 어제 저녁에 보니 옆에 있는 커튼을 완전히 닫으면 또 그리 춥지도 않더라. 오히려 더워서 나중에는 조금 커튼을 열었었다. 이런 것도 여행 다니면서 생기는 노하우겠지.


로비에 나오니 역시 아무도 없어서 홀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핌은 항상 저녁 늦게까지 있는 듯하더니 아침에는 늦잠을 자나보다. 다른 스태프 하나가 홀로 나와서 로비를 깔끔하게 청소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사람들이 참 청소를 열심히 한다. 흙이 많고 먼지가 많아서 그런가?

일단 식빵을 굽는다. 오늘은 또 점심을 언제 먹게 될지 모르겠다. 에어아시아에서 기내식은 당연히 기대하면 안된다. 평소와는 다르게 식빵을 4개나 굽고, 버터와 잼 그리고 커피를 들고 자리로 온다. 여기는 다 좋은데 조식이 너무 심플한게 아쉽다.


어제 못 올린 글을 마무리한다. 사진을 넣고 올리려고 보니 사진이 160장이라고 뜬다. 야 이 빌어먹을 티스토리야. 어제 찍은 사진을 전부 다 해도 120장인데 무슨 160장을 업로드하냐. 그냥 내버려둔다. 그래도 여기는 인터넷이 빠르니 놔두면 언젠가는 올라가겠지.


천둥이 친다. 비가 올려나. 근데 천둥 소리가 무슨 대포 소리 같다. 이 지역의 날씨는 정말 모르겠다. 비가 올듯 하면서 안오고, 또 안올듯 하면서 온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인가 보다. 앉아있으니 비가 후두둑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 있다가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방금 전 한 여행자 팀은 우비를 몸에 입고 가방은 방수커버를 씌우고 출발하던데, 이 더위에 그러고 싶지는 않다. 조금 기다리면 멈출 거야, 멈출 거야, 주문을 외워본다.

160장의 정체 모를 사진이 업로드되는걸 기다리며 씨엠립의 정보를 찾고 있는데 어제 저녁에 봤던 남미인으로 추정되는 남자 6명이 우루루 내려온다. 사람이 보이면 인사하는 건 이제는 그냥 버릇이 되어버렸다. 남미 애들이라 약간 경계심이 있었는데 얘기해보니 꽤나 괜찮은 애들이다.

모두 아르헨티나 사람들이다. 마리안나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아르헨티나와 인연이 닿기 시작했다. 3명은 형제이고, 한 명은 그 형제의 복싱 강사라고 한다. 나머지 애들도 같은 도장의 관원이다. 어쩐지 생긴 게 우락바락 하더라. 나도 복싱을 6달 배웠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하지만 설사 내가 알리의 기술이 있다하더라도 얘네랑 붙으면 그냥 딱 5초 걸릴 듯하다. 피지컬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얘네랑 얘기를 하며 사진 업로드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9시 50분 비행기이니 7시 반에는 나가려고 했는데 업로드하는 사진이 좀 애매하게 남아서 기다려본다. 시간이 어언 7시 30분이 지나가고 사진은 아직도 30장 정도 남았다. 사실 첨부한 사진을 다 다 합해봤자 30장 정도일 듯 한데 도대체  업로드되고 있는 지금의 160장은 무엇이란 말인가.

마지막 한 장! 그리고 에러! 빌어먹을 티스토리! 아주 그냥 욕이 나오게 하는구먼. 일단 지금은 시간이 없다. 벌써 8시가 되어버렸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서 빨리 짐을 싸고, 얘기하던 애들과 급한 작별인사를 한다. 거의 쫓기듯이 숙소를 나와서 서둘러 가다가 또 문득 충전기를 놔두고 왔음을 깨닫는다. 다시 뛰어가듯이 돌아가서 충전기를 챙기고 지하철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항상 보면 마음이 급할 때는 모든 것이 안 풀린다. 라차테윗 역에 도착해서 표를 사고 있는데 기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저 기차를 탔어야 했는데... 일단 서둘러서 잔돈을 바꾸고 37바트짜리 표를 사서 올라간다. 역시 기차는 방금 떠났는지 반대편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데 반해, 이쪽은 한가하다.



마음이 급하니 앉아있지 못하고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린다. 한 시간이면 갈려나. 한시간에 서둘러 간다해도 비행 출발 한 시간 전에 도착 못한다. 국제항공이라 한 시간 전에는 들어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한 10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기차가 온다.


아, 지금 시각이 8시 10분, 출근시간이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가방을 손에 쥐고 타서 서있을 자리를 잡는다. 이러면 버스도 막히는 거 아닐지 또 걱정이 된다. 아, 조금 일찍 나올걸, 왜 이리 꾸물거렸을까. 여행 다니면서 이렇게 서두르는 게 제일 싫다.

모칫역에 도착한다. 기차가 왔던 방향 그대로 버스가 이어가는 것을 감안해서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정신없다 보니 방향이 헷갈린다. 설상가상으로 아직 출구 위에 있는데 공항버스가 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만약 출구를 잘못 찾고 저 버스를 못 타면 또 한참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닌가? 일단 모험을 해서 한쪽으로 내려가 본다.


그래도 다행히 방향이 맞았나 보다. 서둘러 가보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게 보인다. 이거 놓치면 난 큰일이다 싶어서 조금 뛰어서 정류장으로 간다. 내 모습을 보더니 이 버스가 공항 가는 버스라고 주위 사람들이 친절하게 얘기해준다.

버스에 올라타니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생긴다. 물론 아직도 안심할 단계는 아닌지라, 공항 가서 할 일들을 빨리 정리한다. 여권을 챙기고, 키오스크로 체크인을 하기 위해 예매 번호를 사진으로 미리 찍어둔다.


역시 예상대로 출근길이라 막힌다. 또 다시 불안해지려는 찰나, 길이 뚫리기 시작한다. 아 다행이다. 그래도 비행기는 탈 수 있겠다.


길이 뚫리고 나니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다. 9시 50분 비행기인데 8시 40분쯤 왔으니 충분해 보인다. 익숙한 절차인지라 헤매지 않고 바로 티켓팅하는 곳으로 가보니 줄이 길다. 일단 줄을 서 있다가 한세월인듯 하여 키오스크를 찾아간다. 저번에 국제항공은 키오스크로 안되는 거 같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니 다시 한번 시도해봐야겠다.



메뉴를 눌러보니 국제항공이 있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빠르게 누른다. 국내항공과 다르게 국제항공은 여권을 스캔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 여권을 갖다 대니 스캔에 실패한다. 두어 번 해도 역시 실패한다. 이러면 이거 의미가 없잖아. 몇번의 실패 후, 옆의 키오스크로 넘어가서 한번 해보니 다행히 성공한다. 뭐 이리 한번에 되는 게 없다냐.


이번에는 출국 수속을 하는데에서 걸린다. 가방을 엑스레이 통과하더니 열어보란다. 아 이번에는 소주도 없다고. 안 그래도 어제 안동소주가 아까워 죽겠는데 이런 거까지 해야겠니. 시간도 없는데 이러니 뭔가 살짝 짜증도 난다.

나야 당당하니 모두 꺼내서 보여준다. 이거 로션, 이거 치약, 이런 것도 문제 되니. 아 그건 선크림이야. 그런데 뭔가 엑스레이에서 잡힌 용의품이 안 나왔나 보다. 결국 가방을 열고 다 뒤진다. 그러다 찾은 것은 결국 세제다. 아 세제가 위험물품으로 보일 수는 있겠구나. 앞으로는 보안에 걸릴 잠재력이 있는 애들을 가방 위쪽에 몰아놔서 확인하기 편하게 해야겠다.

다행히 보안 통과 이후로는 원래의 페이스를 찾는다. 게이트를 찾아보니 3번 게이트라길래 숫자가 낮아서 혹시나 가까울까 싶었는데, 역시나 내려가고 들어가고 또 내려가고, 한참 걸어서 게이트에 당도한다. 그러면 그렇지.


비행기는 10시 10분 이륙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나 남았다. 서두른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하나, 서두른 게 의미가 없다고 해야 하려나. 여하튼 앉아서 글도 좀 쓰고, 화장실도 갔다오며 개인 정비를 한다.

조금 지나니 보딩이 시작되고, 비행기에 오른다. 미얀마의 동네 버스터미널 같은 공항만 다니다, 오랜만에 나름 큰 공항에서 출국을 하니 모든 절차가 참 체계적임을 느낀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이번에도 창가 자리가 아니다. 근데 역시 옆자리에는 아무도 없다. 이번에도 혼자 이 라인을 독차지하려나? 조금 기다려보는데 역시 아무도 안 오고 비행기의 문은 닫힌다. 또 자연스레 창가 자리로 이동한다. 티켓팅을 떠나서 이번 여행에서 단 한번도 창가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이 정도면 대단한 거 아냐?



비행기가 출발했으니 예산 결산도 좀 하고, 글도 좀 써야겠다...라고 생각하지만 이륙하자마자 내려간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거 무슨 제주도 가는 것보다 빠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짧은 비행여행이다. 짧아서 그런지 시차 차이도 없어서 시계를 조정할 필요도 없다.








씨엠립 공항의 첫 모습은 다소 의외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니 당연히 꽤나 발전된 형태일 거라 상상했는데 오히려 만달레이 공항과 비슷한 면이 있다. 비행기도 몇 대 없으며, 신기한 건 비행기에서 공항으로 이어주는 버스도 없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그냥 걸어서 공항으로 들어선다. 안기다려도 되는건 좋다.


공항에 들어서니 모든 사람들이 뭔가를 모두 정신없이 쓰고 있다. 자세히 보니 비자 신청서다. 맞다, 캄보디아는 입국시 비자를 별도로 발급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거 같다. 나도 이러고 있으면 안되지. 슬슬 배도 고프니 빨리 통과해야 하고 그러러면 이 사람들과 경쟁해서 1분이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볼펜을 들고 후다닥 서류를 작성한다. 작성을 다하고 입국 수속하는 데로 가니 아무도 없다. 하하, 내가 1등이다. 당당하게 비자 신청서와 여권을 내민다. 거기 아저씨, 여권을 받더니 굉장히 불친절한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뭐지? 비자는 어디 있냐고 묻는다. 없으니까 그 신청서를 내는 거 아니야,라고 얘기하니 무표정한 목소리로 저 뒤로 가란다. 가리키는 곳을 보니 줄을 쫙 서서 비자 발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잔뜩 보인다.

여기가 아니었군. 촌스러운 짓 했구나. 나도 어서 가서 그 뒤에 줄을 선다. 줄이 꽤 길다. 이거 처리하는 것도 꽤나 일이겠다. 근데 줄이 두개가 있다. 비자를 두개 받는 것도 아니고 뭐지? 한쪽에서 처리가 끝난 사람들이 또 다시 줄을 선다.



내 차례가 되어서 줄이 두개인 이유를 깨닫는다. 30달러와 함께 신청서를 내미니, 여권과 돈을 가져가고 여권은 돌려주지 않은 체로 저쪽 다른 줄에 가서 서라고 지시한다. 뭔 시스템인지 한번 보니 이것은 포드가 자동차로 대량생산 시스템을 개발했을 때 썼다는 분업화! 직원들이 쭉 앉아서 하나씩 처리를 하고 옆으로 넘기면 옆에 사람이 자기 부분을 처리하는 식이다. 여권이 그 10며명을 지나면 비자가 붙은 최종 여권으로 진화된다. 그리고 그 여권을 돌려받는 또 하나의 줄이 있다. 비자 발급이 워낙 많다 보니 이렇게 효율화와 전문화가 되었나 보다.

여권을 분배하는 쪽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직원이 곧 한국 여권을 들고 나를 부른다. 앞으로 가니 아저씨가 사진과 나를 물끄러미 본다. 나 맞냐고 묻는다. 나 맞아요. 이 아저씨 약간 장난기가 있다. 그러다 맨 뒤에 노여사 사진을 보더니 친구냐고 한다. 당당하게 여자친구라고 한다. 무척 예쁘다고 한다. 이 사진 완전 촌스럽게 나온 사진인데 동남아 사람들은 노여사의 촌스러운 버전을 좋아한다. 그리고 오히려 풀메이크업 사진을 보여주면 별로라고 한다. 노여사, 여행 다닐 때 노메이크업으로 다녀서 인기가 많았던 걸까? 하긴 화장한 것보다 안 하는 게 어울리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화장할 줄을 모르는 거고.


여권을 챙겨가지고 나오니 유명 관광도시라 그런지 시내까지 가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시내까지 오토바이가 2달러, 택시가 7달러, 그리고 미니버스가 10달러다. 나같이 짐 없고 혼자인 사람에게는 저렴한 오토바이 옵션이 있는 거 자체가 고맙다. 당연히 2달러를 주고 오토바이 티켓을 구입한다.

바로 오타바이 운전수가 배정되고 배낭을 맨체 기사님 뒤에 올라탄다. 오토바이를 이제 꽤나 몰았더니 딱 보면 어떤 오토바이인지 눈에 바로 들어온다. 오토매틱이고 빠이에서 몰던 거와 비슷하다. 출력이 좋긴 않겠군. 별 걱정을 다 한다.


가는 내내 기사님이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굉장히 친절하시다. 여기 오기 전에 살짝 검색해보니 이런 픽업하시는 분들은 무료로 일을 하되 앙코르와트의 관광을 자기들이 할 수 있게 마케팅할 기회를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영업하시나 싶어 약간 한걸음 떨어져서 지켜봤는데 도착할 때까지 그런 얘기는 하나도 없으시다.

대신 숙소를 예약했냐고 해서 안 했다고, 아는데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부탁한다. 얼마 정도를 원하냐고 해서 당연히 싸면 쌀수록 좋다고 한다. 5달러짜리가 있다길래 그럼 거기로 가자고 한다. 5달러면 시설을 떠나서 굉장히 훌륭하다.


내려주는 도미토리에 들어가보니 서양인들이 여러 명 앉아있다. 나름 나쁘지 않은 듯하다. 물어보니 와이파이도 되고 진짜 5달러이다. 시설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지만 미얀마에서 온 나에게 웬만한 곳은 지내는데 상관이 없다. 바로 그 자리에서 5달러를 지불한다.

오토바이 아저씨는 계속 안 가고 있다. 내가 방을 보러 올라갈때 까지도 그대로 그곳을 지키고 있다. 일단 스태프와 함께 방을 보러 올라간다. 꼭대기 층이다. 힘들에 올라갔더니 이곳은 뭐란 말인가. 치앙마이와 핀요린의 숙소가 연상되는데, 이곳은 도미토리다. 도미토리에는 에어컨은 기본 아니었어? 이 얆은 천조각은 매트리스라고 불리는 그놈 맞겠지?


이래서 방을 보기 전에는 돈을 지불하면 안되는데 서툴렀다. 이미 돈을 지불했으니 끝이다. 생각해보니 오토바이 기사님이 안 가시고 있었던 게 수상하다. 아마도 커미션을 받는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뭐라도 있겠지.

일단 침대 하나를 정하고 가방을 놔둔체 나온다. 오늘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4일을 이곳에 있는 건 못할 짓이다. 에어컨이 없으면 모기가 판친다는 얘기고, 도미토리기 때문에 홈매트도 효과가 없을 거다. 빨리 다른 곳을 찾아서 내일은 탈출해야 한다.

길을 나와서 게스트하우스 근처를 한바퀴 둘러보는데, 이곳은 뭔가 도시의 구조가 머릿속에 잘 안 들어온다. 어디든 새로 가면 헤매는 게 있긴 했지만 여기는 진짜 좀 길이 독특하다. 아니 이 기사님 도대체 날 어디에 내려준 걸까. 조금 돌아다니니 잘못하면 내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마저 잃어버릴 듯해서 일단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머리 속에 정리를 해본다.

식사라도 해야 해서 프런트의 스태프에게 물어보니 아무것도 안 하는 주제에 지상 최고로 귀찮은 일을 물어본다는 듯이 대충 저기 시장 가서 아무거나 먹으라고 한다. 잠시 쉬려고 에어컨 나오고 와이파이 속도 좋은 식당을 좀 알려달라니까 모른단다. 알았어... 안 물어볼게. 아 미얀마가 그립다.

다시 나간다.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뚝뚝 기사들과 오토바이 기사들이 계속 따라오며 흥정을 한다. 하지만 난 지금 배가 고프다. 가격만 조금 묻고 일단 밥을 먹고 다시 오겠다고 한다. 지금 비수기라 그런가? 따라오면서 알아서 막 할인을 해준다. 근데 나 진짜 돈 때문이 아니라 배고파서 그래... 그리고 너무 더워...

조금 걷다 보니 도저히 안되겠다. 아까 흥정하던 사람들 중 뚝뚝 말고 오토바이도 있었는데 오늘 일몰부터 내일 일몰까지 10달러를 얘기했었다. 돌아가서 만약 지금부터 내일 일몰까지 10달러면 계약하겠다고 한다. 영어를 잘 못하는 기사님인데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더니 그러자고 한다. 원래는 오토바이를 빌려서 내가 운전하는 걸로 이해했는데 그건 아니고 자기가 운전해주는 거란다. 같은 가격이면 뒤에서 가는 게 더 편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러자고 한다. 근데 이거 싸게 한 거 맞지?

기사님에게 첫 번째 미션으로 에어컨이 나오고 와이파이도 빠른 식당으로 나를 인도해달라고 하고 오토바이 뒤에 올라탄다. 자기가 아는 곳이 있다며 어딘가로 쑥쑥 들어간다. 나야 모르니 빨리 도착하기만을 바란다. 도미토리가 시원하지 않다 보니 여기는 시원하게 쉴데가 없다는 게 너무 힘들다. 캄보디아는 정말 덥다. 땀이 범벅이다.


구석 구석 어딘가로 들어간다. 도착해서 보니 왠 방갈로 같은 구조의 식탁들이 여러 개 있는 허름한 곳이다. 여기가 에어컨 있는 곳이니. 이놈, 너도 커미션 받는구나. 어쩔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앉는다. 일단 밥도 먹어야 하고 그래도 그늘은 좀 시원하지 않을까 싶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메뉴판을 주고 천장에 붙어있는 팬을 켜준다. 그래도 팬이 있으니 훨씬 살 거 같다. 메뉴는 뭘 먹을지 몰라서 헤매다가 골라달라고 부탁을 해보지만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제일 잘하는 사람이 오토바이 기사님인데 그 분도 영 영어가 시원찮다. 그래도 그 분의 도움으로 겨우 의사전달이 되고 볶음국수와 콜라를 주문한다. 씨엠립에서는 미국 달라와 태국 바트가 캄보디아 돈과 더불어 모두 통용된다. 국수는 2달러를 주고, 콜라는 30바트를 주는 것으로 한다.


기사님은 내가 식사하는 동안 계속 여기서 기다릴 심상인가 보다. 아 이런 건 너무 불편하다. 따로 불러서 나 여기 혼자 있어도 되니 놀다가 3시까지만 와달라고 부탁한다. 오늘 내일 하루종일 나한테 완전 얽매이는 건데 10달러를 받으면 이곳에서는 많이 받는 걸까.

볶음 국수를 먹으며 어제 글을 블로그에 올린다. 올리면서 캄보디아의 인터넷이 빠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사진이 160장이 아닌, 36장으로 정상적으로 나와 신나 했더니 사진 하나도 제대로 잘 안 올라간다. 방콕에서는 이 정도는 10분이면 올렸던 거 같은데. 일단 두 시간이나 있으니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업로드를 걸어놓고 오늘 글을 쓴다.

볶음 국수가 왔다. 비주얼은 딱 팟타이에 계란 프라이를 얹은 느낌이다. 먹어보니 면발이 팟타이 보다 조금 더 얇은 게 다른 듯하다.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근데 이걸로 요기가 되려나. 이따 저녁에는 밥 종류를 먹어야겠다.

글 쓰는 와중에 지난주에 태사랑을 통해 연결된 분에게 카톡을 한다. 캄보디아에서의 4일 일정 중 오늘 내일은 유적지를 보고, 모레는 그 분이 주도하는 고아원 봉사를 가기로 했다. 태사랑 게시판을 보고 가고 싶었지만 과연 하루만 가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연락드려 봤더니 언제든 환영이라고 혼쾌히 얘기를 해주셔서 그리하기로 결정했다. 방금 도착했다고 얘기하고 오늘 숙소 욕을 좀 한 후에, 모레 일정을 잡는다. 교육을 하는 건가 했더니 모레까지는 아이들이 방학이라 그냥 애들하고 배구 같은 운동도 하면서 놀아주면 된단다. 난 몸 쓰는 것 보다 머리 쓰는 게 오히려 편한데... 그래도 설마 애들한테 배구로 지겠어? 질려나. 주체하시는 그 분하고는 모레 고아원에 가기 전에 상황 봐서 내일 저녁에 맥주나 한잔 하기로 한다.

사실 하루 봉사활동은 조금 꺼려진다. 예전에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4년간 가르칠 때도, 동문회에서 한 달에 한번씩 지체장애시설에 봉사를 갈 때도 항상 참가를 하면서 이런 활동은 지속적이지 않으면 오히려 상처를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이란 아예 없으면 익숙해지지만, 있다가 없으면 그 빈자리가 더 커 보이는 법이다. 사랑을 줄 거면 계속 줘야지 줬다 뺐는 것만큼 잔인한 것도 없다. 이건 꼭 사람만이 아니라, 애완동물도 마찬가지다. 아니 그 예쁜 것들을 어찌 버려...

하지만 이곳은 내 개인이 가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런 활동이 유지가 되는 거 같아서 참가해보기로 했다. 어찌 보면 이건 애들을 위한 게 아니라 내 자신의 추억을 만들기 위함이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꾸준히 들려서 바톤터치 하듯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꽤나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걸 기획하고 계속 이어가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블로그는 올라갈 듯 말듯 아주 나를 괴롭힌다. 한 시간을 올렸는데 5장이 남아서 안 올라가더니 좀 더 있으니 마지막 한 장이 올라갈 듯 말듯 하며 약을 올리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전부 올리는데 성공이다. 오늘 인터넷 속도를 보니 이곳에서의 업로드 사진은 확 줄여겠다. 그나저나 이 70달러짜리 핸드폰은 램이 작아서 사진이 많은 글은 브라우저에서 못 불러온다. 고로, 내가 올린 글을 나는 볼 수가 없다. 역시 다다익램이 진리지.


모기가 너무 많아서 모기향를 부탁하는데 또 영어가 안되서 소통이 안되니 이번에는 내 왼쪽에 앉아있는 고객한테 신세를 지게 된다. 그걸 인연으로 얘기를 좀 하는데, 이분은 캄보디아의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란다. 그 대학이 우리나라 건국대학교와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진행한단다. 예전에 여행 온 학생이 인연을 이어준 것이 이어지고 있단다. 근데 영어로 강의를 하신다는데, 영어가 솔직히 아까의 뚝뚝 기사님보다도 못하다. 역시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당장의 먹고살기 위한 공부가 제일 효과적이다.

오늘 저녁은 앙코르와트에서 일출을 볼거고... 내일은 어쩔까. 노여사가 저번에 어머니 모시고 캄보디아를 온 경험이 있어서 카톡으로 한번 물어보니 그때는 어머니 때문에 자기도 패키지 관광을 해서 막상 잘 모른단다. 그러면서도 오늘은 앙코르와트에서 일몰을 보고 내일 일몰은 그 나무 많은 사원에서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한다. 거기가 어디지? 오늘 좀 찾아보고 그리 해야겠다.

3시가 되니 오토바이 기사님이 온다. 갑자기 내일 옮길 호텔 생각이 나서 급하게 검색을 좀 한다. 5분만 기다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주변 호텔을 아고다에서 검색해본다. 도미토리가 있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두개를 발견한다. 그 두곳을 아냐고 기사님한테 물어보니 'Angkor Villa'는 안단다. 정확히는 'Cercle do Angkor Villa'지만 대략 맞는 듯해서 올라탄다.

기사님 이름을 물어보니 '소토'라고 한다. 내 이름을 물어보기에 '경훈'이라고 하니 의외로 발음을 잘한다. 내일 일정을 얘기하며 일몰은 앙코르와트가 아닌 다른 사원에서 보자고 하니 그건 지금 계약한 10달러로 절대 안된다고  한다. 공항에서 여기까지 2달러면 대충 시세가 될 듯 한데 그래도 큰 돈은 아닌지라 2달러를 더 드려서 12달러로 하자고 합의 본다. 하지만 운전하는 중에도 계속 돈이 없어서 결혼 못했다고 우는 소리를 하며 자꾸 돈 얘기를 꺼낸다. 나도 한마디 해준다. 나도 돈 없어서 결혼 못해.

기사님이 데려간 곳은 무슨 호화로운 호텔이다. 딱 봐도 내가 말한 곳이 아닌듯 한데 자꾸 맞다고 우긴다. 여긴 들어가서 물어보기도 겁난다. 일단 들어가서 도미토리가 있냐고 물어보니 없단다. 봐 여기 아니잖아,라고 하니 앙코르 빌라는 여기가 맞다고 자꾸 같은 얘기만 한다. 헌데 주변에 다른 기사님들한테 다 물어봐도 앙코르 빌라 호텔과 리조트가 있는데 호텔은 여기가 맞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여기 사람들은 한번 그렇다고 하면 속단하고 바꾸지 않는 성향이 있다. 지도를 다시 보여주고 싶은데 와이파이가 안되니 바보가 된다.

다시 한번 제대로된 앙코르빌라를 찾아 나선다. 그래도 기사님이 열심히는 찾아다닌다. 와이파이가 안되지만 다시 펴보니 캐쉬가 남았는지 이름이 나온다. 기사님에게 보여준다. 한참을 사람들에게 묻더니 앞에 'Cercle de'를 왜 얘기 안했냐고 한다. 난 했거든. 자기가 듣고 그냥 판단해놓고선. 왜 이리 성격이 급한 거야.

이름을 제대로 얘기하니 아는 사람이 생겨서 드디어 찾아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꽤나 괜찮아 보인다. 아고다에서 4달러로 나온 곳이다. 내가 오늘 있는 곳을 5달러 주고 들어갔으니 더 싼 거다. 딴 거 바라지 않고 에어컨만 있기를 기원하며 들어간다.


리셉션의 여성분이 매우 친절하게 반겨준다. 아 그래, 친절하기까지 하면 된 거다. 친절하다는 것은 뭔가 뜨내기가 아닌 단골을 만들거나 리뷰에 관심이 있다는 소리이고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관리가 잘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까 오늘 계약한 숙소는 '어차피 너는 이곳에 다시 안 올 거 다 아니까 그냥 신경 끄겠어' 이런 뜨내기 마음이 너무 잘 엿보였었다.

여기서는 계약하기 전에 일단 도미토리부터 보자고 한다. 오늘의 숙소는 5층인가까지 올라갔는데 여기는 바로 2층에 있다. 가는 길에 청소하는 사람을 서너 명 지나친다. 굉장히 깔끔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에어컨이 빵빵해서 시원하다. 안에 서너 명이 이 시원한 곳에서 쉬고 있다. 이놈들 행복하겠다. 나도 환불받고 여기로 오고 싶지만 그건 안되겠지. 화장실도 깨끗하다.

다시 로비로 돌아와서 자리가 있냐고 하니 있단다. 가격을 물어보니 6달러란다. 저기, 제가 4달러를 보고 왔거든요. 인터넷으로 할 때만 그렇단다. 커미션 떼면 인터넷 예약이 더 손해일텐데 도대체 왜 워크인이 더 비싼거야. 문제는 난 카드도 없고, 핸드폰이 지랄 맞아서 인터넷으로는 결제를 못한다. 그걸 티 내지는 않고 잘 얘기를 한다. 난 너희가 마음에 드는데 아고다한테 수수료 주는 게 싫어. 그러니 그냥 4달러로 하자. 협상 끝에 결국 4달러로 하기로 한다. 고마운 마음에 나도 이틀 계약하기로 한다.

내일 새벽에 해 뜨는걸 보러 떠나기 전에 먼저 이곳에 들려서 가방을 맡기고 출발하기로 한다. 돈을 지금 내야 하냐니까 그냥 나중에 체크아웃할 때 내란다. 내가 안 오면 어쩌려고. 좀 다녀보니 캄보디아 사람들도 본성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워낙 관광지다 보니 상업적으로 물들지 않기는 힘들겠지만 의외로 순수함이 보이고 챙겨주려는 모습이 보인다.

다음 숙소를 찾고 나니 마음이 다 편해진다. 다시 소토의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일단 오늘의 그 쓰레기 숙소로 돌아 가자고 한다. 지금이 3시 반이니 좀 쉬다가 5시에 다시 앙코르와트로 가자고 얘기한다. 내 숙소를 몰라서 처음에 우리가 만난 곳으로 가면 내가 길을 안다고 그리 가자고 한다. 헌데 소토 영어가 너무 안 통한다. 아무리 얘기해도 못 알아듣길래 그냥 내 숙소 이름인 'Golden Papaya'라고 얘기하니 어떻게 어떻게 찾아서 간다. 길을 알려주고 싶지만 의사소통이 안되니 방법이 없다.

혹시 몰라서 소토는 4시 50분까지 10분 일찍 오라고 해둔다. 이것도 이해시키는데 한참이 소요된다. 내일은 괜찮겠지? 어차피 앙코르와트랑 다른 한 곳으로 데려다만 주면 되니 큰 문제는 없을 거야.

도미토리로 올라가니 완전히 찜통이다. 손님은 당연히 아무도 없다. 이곳에 있다간 죽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충전도 시켜야 하고 좀 쉬기도 해야 하기에 나름 버텨본다. 여기서는 선풍기를 전부 틀어나도 땀이 계속해서 난다.

화장실을 가니 이번에는 변기 뚜껑이 없다. 해우소가 아니라 근심이 쌓이는 곳이 되겠다. 뭐 이건 지금보다는 내일의 걱정이니 일단 무시하기로 한다. 아까 그곳이 4달러임을 생각하면 여기 5달러는 그냥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4시 40분이 돼서 내려간다. 더워서 못 있겠어서 밖으로 나왔는데 밖에도 만만치 않게 덥다. 이곳은 모든 곳이 덥다. 4시 50분까지 오라고 했던 소타는 5시가 돼서야 미안하다며 나타난다.


소토의 뒤에 올라타고 출발한다. 생각보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았음에도 도시의 중심을 벗어나니 길의 분위기가 확 바뀐다. 훨씬 더 깔끔해지고 길 양옆에 가로수가 늘어난다. 아무래도 캄보디아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가 이 관광지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투자를 하는 듯하다.


20분 정도 지나니 매표소로 온다. 나는 1일권을 살 예정이다. 1일권을 사면 저녁 5시부터 입장하여 다음날 하루종일 사용이 가능하니 오늘 일몰을 보고 내일 사원 몇군데를 돌아보기에는 꽤나 괜찮은 딜이다. 내일 모레는 다른 일정이 있어 입장권이 필요없는 나에게는 딱이다.


표에 사진이 들어간다. 아마도 하나를 사서 나눠서 쓰려는 사람을 방지하기 위함이겠지? 내 잘난 사진이 표에 들어가니 표가 훨씬 고급져 보인다.

표를 사고 나오니 소타가 반대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 이제 진짜로 앙코르와트를 가보도록 하자.


표를 검사하고 입구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니 진짜로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오토바이에 타고 가니 온몸으로 거리의 분위기가 전달된다. 시원한 바람이 몸을 감싸고, 풀내음이 코에 신선한 자극을 전달한다. 주변에서 쉬고 있거나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앙코르와트가 이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유적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안쪽에는 큰 호수도 있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루 종일 더운데 있다가 넓게 잘 뚫린 길을 시원하게 가니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듯하다. 자연의 에어컨을 맞으며 오토바이는 질주한다.

조금 지나니 오른쪽에 왠 사원이 보인다. 저게 앙코르와트인가? 어떤 유적지를 가도 그다지 기대를 한적이 없는데 이곳은 전희가 훌륭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며 기대를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꽤나 많이 들락날락하는 것이 유명 관광지임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소타는 여기를 그냥 지나친다. 여기가 아닌가? 또 다른 곳이 있나 보다. 일단 나는 모르니 가는 데로 둔다. 영어를 잘 못하는 소타인지라 괜히 말을 걸면 더 복잡해진다.


한 5분 더 올라가더니 왠 산 입구에서 나를 내려준다. 자기는 이곳에서 기다릴테니 올라갔다 오란다. 여기가 뭐하는 곳이길래. 그냥 산 입구 같은데. 일단 알겠다고 하고 7시 정도에 돌아온다고 하고 길을 나서 본다. 뭔가 화려한 유적지가 짠하고 나타나려나.

근데 여기서는 내려오는 사람이 더 많다. 한두 명도 아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는데 반해 올라가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소수다. 쇼타, 여기 괜찮은 거지? 나에게 똥을 준건 아니지?


뭔가 빨리 가야 할거 같다는 알지 못할 예감에 발길을 서둘러본다. 인레 트래킹에 비하면 여기 동산은 평지와 비슷하다. 사람들을 추월하며 나답지 않게 뭐가 있는지 모를 그 목적지를 향하여 급하게 가본다.


중간에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가서 보니 일몰이 꽤나 근사하게 보일만한 곳이다. 여기가 목적지는 아니겠지? 맞다 하더라도 중국인들이 우루루 몰려있어서 내가 앉을 곳은 없다. 위에 진짜 목적지가 있다면 왜 여기 있는 거지? 일단 무시하고 더 올라간다.



그리 많이 안 올라가서 정상에 도달한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장황한 유적지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최종 목적지가 맞나보다. 하, 멋지구나. 첫인상으로는 내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준다. 자세히 보니 그 유적지 위에 사람들이 서 있는 것도 보인다. 저 위가 일몰의 명당인가 보다. 빨리 가야겠다. 근데 왜 밑에 사람들이 안올라가고 모여있지? 올라가는 길이 험한가? 그렇다면 난 어떻게든 올라가야겠다.


조금 더 가까이 가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일종의 모양을 형성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일직선의 모양이다. 즉, 줄을 서 있다는 거다. 설마...? 가까이 가니 올라가는 입구부터 저 뒤까지 줄이 쫙 길게 이어져있다. 황당해서 잠시 서서 보니 유적 위에 있는 사람이 내려오면 그 수만큼 이 줄에 있는 사람들이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보는 순간 바로 포기한다. 이 시간에 누가 내려오니. 하, 소타 나에게 진짜 똥을 주었구나. 일몰을 볼 수 있는 그 많고 많은 곳 중에서 꼭 여기로 날 인도해야만 했니.

그래도 일몰은 봐야겠기에 포기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 남모를 명소가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숲이 우거져서 저 유적지의 정상 말고는 그 어디에도 일몰이 보이는 곳이 없다. 문득 왜 아까 올라오는 길에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았었는지, 그리고 또 중간에 일몰이 잘 보일듯한 곳에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는지 한번에 이해가 된다.


유적지 위에 올라가는 것을 성공한 위너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잠시 아무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어쩌지. 무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곳이라 당황스럽다. 내려가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해볼까? 이미 늦었겠지? 잠시 미련을 가지고 조금 더 둘러보다, 결국 포기한다.

좋게 생각하자. 맛있는 것은 늦게 먹을수록 더 맛있는 법, 나에게 훨씬 멋진 장관을 보여주려고 이리 수줍게 모습을 감추었구나. 잠시 앉아서 땀을 식히면서 쉰다. 뭐 이제 일몰을 보기는 글렀다. 잃었던 여유나 다시 찾자. 집착을 버리니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래도 저 위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승리자들을 보니 악한 마음이 든다. 확 구름이나 껴라!

근데 소타, 여긴 도대체 어디니. 대충 쓰여 있는 안내를 봐도 앙코르와트는 확실히 아닌데 말이지. 어디 이상한 곳에 나를 데리고 온 거니. 근데 앙코르와트의 정체가 뭘까? 하나의 사원일까, 아니면 여러 개 사원의 집합을 일컫는 말일까. 내일이면 정체를 알게 되겠지.

철수하는 시간인지 유적지 위의 사람들이 우루루 내려온다. 올라가서 1초라도 한번 구경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기웃기웃 거리니 직원이 안된다고 막는다. 한번만 스윽 보고 오면  안될까,라고 얘기를 하니 당연히 안된단다. 그래, 여기는 미얀마가 아닌 캄보디아지.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다.

그래, 내려가자. 등산 한번 자알 했다. 동네 뒷산 올라온 거와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이곳에서 본 것은 위너들의 잔인한 미소뿐이다. 내려오는 길에 아까 지나쳤던, 사람들이 몰려있던 곳을 슬쩍 가보니 지금은 사람이 없다. 그래, 여기서나마 넓은 시야를 한번 보자. 근데 내가 저주를 조금 햇다고 진짜 구름이 팍팍 꼈네? 이런 허접한 일몰을 첫 경험으로 삼지 말라는 소타의 너그러운 배려가 느껴진다.


폐장 시간인지 이곳에 올라온 모든 사람들과 다 같이 내려온다. 알라딘 바지를 입은 여행자, 어머니를 모시고 온 가족, 중국인, 유럽인 등 각지각색의 많은 사람들이 섞여 있다. 일반적인 관광지가 아닌 그 유명한 앙코르와트이다 보니 확실히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오나보다.


산에서 내려오니 소타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7시쯤 온다고 했는데 천천히 내려왔음에도 아직 6시 반이다. 소타한테 줄이 길어서 보지를 못했다, 왜 여기로  데려왔냐,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해보지만 역시 못 알아듣는다. 그래, 넘어가자. 몰랐겠지.


돌아오는 길에 아까 올때 봤던 호수와 광장이 있는 유적지를 지나친다. 차라리 저기 광장이 괜찮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꼭 해가 지평선을 넘어가는걸 봐야 하는 건 아닌데. 난 이 정도면 만족하는데 이상한 곳에 가서 오히려 그 시간을 놓친 것이 다소 아쉽다.


돌아가는 길에 오토바이에서 소타가 배고프냐고 맥주를 마시고 싶냐고 묻는다. 뭐 땡기기야 한다고 하니 자기 것도 사줄 수 있냐고 묻는다. 고민하다가 그냥 오늘은 안 마신다고 한다. 요즘 술을 너무 습관적으로 마셔서 안 그래도 오늘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었다. 근데 이거 무슨 커미션이 진짜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오는 길에 호텔들을 많이 지나간다. 이곳에 오는 여행자들과 관광인들의 구성이 다양하듯이 숙소 또한 당연하게도 화려하고 좋은 호텔과 내가 있는 후줄근한 호스텔 등의 극과 극의 숙소가 섞여 있다. 분수가 있는 호텔 앞에서 예쁜 원피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 여인 두 명을 배경으로 나는 5달러짜리 도미토리로 향한다.

도착하니 아직 7시가 안됐다. 내일도 일몰을 보고 오면 이때쯤 도착할 거 같다. 내리면서 소타한테 그러면 내일 새벽 4시 50분에 보자고 한다. 가방을 새로운 숙소로 옮기고 해돋이를 보려면 그쯤은 되어야 할거 같다.

갑자기 소타가 "해돋이를 보려고?"라며 묻는다. 얘 또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 당연히 해돋이를 봐야지,라고 하니 그러면 또 지금의 가격이 너무 싸다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그 순간 열을 확 받는다.

아까부터 조금씩 마음에 안 들더니 보자보자 하니 나를 호구로 아나. 처음에 10달러도 내가 얘기한 게 아니라 자기가 먼저 제시한 거였고, 다른건 몰라도 오늘 일몰과 내일 일출, 그리고 내일 일몰을 보는 것으로 확실히 짚고 계약을 했었다. 게다가 아까 앙코르빌라 게스트하우스에서 계약할때 분명히 일출 시간을 확인하고 그러면 내일 새벽 5시까지 이곳에 가방을 놓고 일출을 보러 가자고 같이 얘기까지 해놓구서는 이게 무슨 생뚱맞은 말이냐. 여기에는 오해의 여지가 없다.

여행 와서 처음으로 화가 확 올라온다. 차라리 처음에 딜을 할 때 비싸게 불렀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나는 한번 합의한걸 바꾸는 사람이 정말 싫다. 약속을 안 지키고, 한입으로 두말을 하는 사람은 상종하고 싶지가 않다. 인도에서도 뚝뚝 기사랑 이래서 1달러 때문에 엄청 싸운 적이 있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신의의 문제다.

"너 왜 갑자기 딴말이야. 분명히 네가 그리 얘기한 거잖아. 10달러도 네가 불러놓고는 왜 헛소리야."
"안돼, 난 그 돈이면 못 가. 너한테는 큰 돈도 아니잖아."

일단, 5달러짜리 방에 묵고 있는 지금, 그 돈이 나에게도 의외로 큰 돈이 되며, 설사 그렇지 않다한들 신의의 문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거다. 짜증 나서 그러면 오늘만 정산하자고 하고 얼마를 줄까라고 묻는다.

"10 달러"

진짜 욕할뻔했다. 하, 뭐 이런 사기꾼이 다 있어. 전체가 10달러였는데 계약한 거에서 반도 안다닌거니 많이 쳐줘야 5달러다. 얘 말 맞다나 많이 봐줘서 내일 해돋이를 안 보는 것으로 오해했다 가정해도 반 정도니 5달러가 맞다.

말도 안된다고 하니 이번에는 8달러를 달라고 한다. 자꾸 나한테는 큰 돈이 아니라며 우긴다. 자꾸 왜 논점에서 벗어난 얘기를 해. 난 죽어도 8달러는 못 준다. 지갑을 뒤져보니 하필이면 이때 잔돈이 없어서 10달러짜리 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잔돈을 줄리는 없어서 태국 돈을 찾아보니 200바트가 있다. 이게 얼마지? 열 받으니 계산도 안된다. 대충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돈으로 6000원이 넘으니 6달러 정도 되는 거 같다.

진짜 200밧를 얼굴에 뿌려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그냥 건네준다. 불만족스러운 얼굴이길래 이 정도면 6달러 정도이니 적당하다고 얘기하고 그 다음에 하는 말들은 그냥 무시해버리고 뒤돌아선다. 여기서 더 싸워봤자 나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숙소에 올라오니 여전히 아무도 없다. 여기도 처음에 기사가 커미션 받고 데려온 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지를 안 다녀서 그런지 이런 대우에 열이 확 받는다. 아 캄보디아, 재수없어!

돈도 돈이지만 당장 내일 일정이 틀어진 게 더 짜증이 난다. 지금부터 내일 새벽에 움직일 수단을 찾아야 하는데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내일 짐도 옮기려면 오늘 저녁에 새로운 숙소도 혼자서 한번 가봐야 할거 같다. 여유로운 밤이 안되지 싶다.

미얀마에서는 어느 곳에서든 치안 걱정은 안 했는데 캄보디아에서는 불신이 쌓였는지, 여기 숙소는 뭔가 찝찝한 구석이 있다. 씻으러 가는동안 짐을 놔두는거 마저도 불안하게 느껴진다. 일단 오늘 하루만 버티자. 원래 첫날은 좀 고생하는 법이다.

역시 시세보다 너무 저렴한 것은 항상 탈이 난다. 그걸 알면서도 항상 이리 화가 터지니 나도 참 별 수 없다. 일단 씻고 저녁도 먹고 내일 이동 수단도 좀 찾아보기로 한다. 

이곳 Golden Papaya는 정말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그냥 현지 사람들이 사는 장소 같다. 손님이 지나가도 아무도 관심이 없고, 손님용 욕실에서 직원들이 씻고 있고, 심지어 청소도 아무도 안 한다. 살다 살다 이런 곳은 처음 본다. 짐들이 걱정돼서 후딱 대충 씻고 나온다. 한번 망가진 캄보디아의 인상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너무 늦기 전에 나가야 한다. 사람을 못 믿으니 괜히 또 고생할바에야 내일은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다닐까 싶기도 하다. 일단 나와서 강가를 따라 내일 숙소인 'Cercle d'Angkor Villa'를 찾아간다. 지도를 보니 찾기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큰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건너편에 오토바이가 모여있는 곳이 보인다. 빌려주는 건가?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으면 최고다. 좀 돌아가지만 찾아가본다. 물어보니 빌려주는 거 아니란다. 그럼 왜 모아놓은 걸까.

다시 길을 나서는데 뚝뚝 기사가 또 "뚝뚝?"하며 말을 건다. 무시하고 지나간다. 하지만 조금 걸어가다 혹시나 싶어서 다시 돌아와서 얼마냐고 물어본다. 일출과 일몰을 다 볼 거라고 하니 꽤 긴 시간이라며 15달러를 달라고 한다. 13달러는 안되냐고 흥정해보는데 절대 안된다고 해서 일단 돌아선다.

걸어가면서 문득 생각해보니 너무 한 푼 두 푼 아끼려다가 더 문제가 된 거 같다. 여기가 미얀마도 아니고 관광지면 준만큼 받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왔으면 이곳 법칙을 따라야지. 게다가 내일 진정한 관광은 내일 딱 하루 뿐인데 제대로 못 보면 얼마나 아쉬울까 싶다.

그냥 돌아가서 아까 그 기사님에게 15달러에 가자고 한다. 대신 잘 챙겨달라고 부탁을 한다. 내일 4시 40분에 만나서 짐을 새로운 숙소로 옮기고 출발하는 것으로 얘기를 한다. 기사님 이름이 '픔'이라는데 이쪽 동네에서는 흔한 이름이 아닌가 싶다. 나이도 조금 있으시고 좋은 사람 같아 보여서 뭔가 마음이 놓인다. 그래 괜히 싸게 하려고 하는 거보다 이렇게 할인도 안해주고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거다. 좀 비싸게 한 듯 하지만 아쉽지 않다.

기사님이 내가 지금 있는 숙소는 아는데 내일 숙소 위치를 잘 모르시는 듯해서 나온 김에 나혼자 미리 한번 찾아가본다. 한 10분 걸어가니 휘화찬란한 Night Market이 나온다. 이따 여기서 저녁을 먹어볼까? 일단은 조금 더 가서 Cercle d'Angok를 찾는다. 혹시 몰라서 들어가서 명함을 하나 챙겨 가지고 나온다.

이제 밥 먹으러 나이트마켓으로 향한다. 그래도 소토 이놈 덕분에 이곳까지 나오게 되었다. 여행은 원래 계획에서 조금씩 변경되는 게 어찌 보면 묘미 아닐까. 시간이 조금 지나니 아까 화를 낸 게 오히려 조금 걸린다. 그냥 좋게 얘기하고 돈 주고 보낼걸 싶기도 하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이놈 오늘 내 일몰도 망쳤다. 난 분명히 앙코르와트에서 보자고 했는데 자기 멋데로 그 언덕으로 데려갔다.



나이트마켓은 약간 동대문시장 느낌이 난다. 텐트처럼 쳐져있는 곳에 여러 전구로 빛을 밝힌 상점들이 쭈욱 늘어서 있다. 티셔츠도 팔고 기념품도 팔고, 안 파는 게 없어 보인다. 여행 다니다 보면 여행자들이 대부분 하나씩 가지고 있는 'I Love Cambodia' 티셔츠도 다 여기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나도 가기 전에 한벌 장만해볼까? 마크2 옷이 많이 해져서 마크3로  업그레이드할 시점이 되기도 했는데.

시장 한복판에 있는 식당에 자리를 잡는다. 맛이 그다지 있을 거 같지도 않고 가격도 조금 비싸 보이지만 오늘은 이런 좀 시끄러운 곳에서 저녁을 먹고 싶다.

메뉴를 보니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시키면 밥도 같이 나온다고 해서 음식만 시킨다. 이름을 보고 뭔지는 잘 모르겠다. 수박 주스도 태국에서 유행하는 듯 보여서 한번 시켜본다. 맥주는 아침에 마음 먹었듯이 패스한다.

수박 주스는 생각보다 차갑고 맛도 좋다. 캄보디어 전통 음식이라는 3달러짜리 음식은 우리나라 소고기 무우국 같다. 근데 반찬이 없이 국과 밥 뿐이다. 이건 뭐여. 한 숟가락 떠먹다가 그냥 우리나라 식으로 말아먹는다. 딱 소고기 무우국에 이곳 향신료를 섞은듯한 맛이다. 좀 허전하긴 하지만, 나름 맛이 나쁘진 않다.


오늘은 여기서 하루를 정리할까 싶다. 어차피 내일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니 가자마자 잠들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요새 잘 잔다지만 그 덥고 불안하고 음침한 곳에서도 잘 잠들 수 있을까? 핀요린에서의 그 숙소에서도 잘 자긴 했지만 여기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그래도 내일 하루를 위해서 푹 잘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캄보디아, 솔직히 지금까지의 첫인상은 미안하지만 최악이다. 하나가 확실한 게 있는 자는 다른 것을 개발하지 않는다. 오일이 있는 중동국가들은 다른 산업에 투자할 필요가 없으며, 앙코르와트라는 걸출한 유적지가 있는 캄보디아는 굳이 관광객을 모을 필요가 없으니 서비스가 그다지 발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갔던 길들이 문제가 아니었나 반성해본다. 5달러짜리 방에서 자고, 10달러로 이틀을 다니려고 했으니 좋은 경험은 하기 힘들었을게 뻔하다. 오늘은 내 과오도 인정한다. 그러므로 이곳에 대한 평가는 아직 미루도록 하자. 그리고 단 하루로 한 도시를 평가한다는건 언제나 오만이다.

사실 캄보디아에 큰 욕심은 없다. 사람은 불친절할 수 있어도 유적지는 불친절할 수가 없다. 만약 여기 유적지가 그 명성만큼의 가치만 있다면 최소한 이곳에 온 목적은 달성하고 가게 되겠지. 다소 씁쓸하지만 이 정도로 기대치를 낮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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