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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Jul 31. 2015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28

@ Ko Lipe, Thailand (Scuba Diving)

섬은 무섭다. 평화롭던 섬이 새벽 즈음해서 시작된 갑작스러운 천둥번개로 굉음에 휩싸였다. 6시에는 엄청난 천둥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진다. 어차피 잠에서 깰 시간이라 상관은 없는데, 오늘 다이빙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걱정된다. 비가 오더라도 무조건 간다고 하긴 했으니 문제는 없지 싶지만 걱정이 되는건 어쩔 수 없다.

모기장 안에서 자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홈매트 방역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았음에도 밤새 모기 한방 물리지 않았다. 다만 섬이라 그런지 과하게 습하다 보니 모든 것이 축축하다. 이불도, 배게도, 침대보도 뽀송뽀송과는 거리가 멀고 그냥 축축하다. 어디서든 잘 자는 요즘의 내 컨디션 덕분에 숙면을 취하긴 했지만 뭔가 피곤함이 남아있다.


아침을 먹으러 갔어야 했는데 비가 오느라 못 갔다. 오늘 육체적으로 힘든 날이라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 헌데 또 긴장했는지 그리 잘 오던 아침 신호가 오늘따라 안 온다. 배에 타면 그때부터는 화장실을 가기도 쉽지 않다. 어떻게든 신호를 유발해서 방을 나가기 전에 해결을 봐야 한다. 배를 차갑게 유지하는 전략으로 무사히 처리한다. 이게 무슨 짓이다냐.


8시 반까지 모이기로 했는데 결국 8시가 넘어서야 방에서 나온다. 시간이 늦은지라 Walking Street에 있는 샵으로 바로 향한다. 지금 숙소가 진짜 다소 외져서 거기까지 꽤나 오래 걸린다. 공항에서도 항상 게이트를 찾아 멀리 들어가고, 숙소도 번화가에서 먼 곳에 있고... 돈 없으면 몸이 고생한다.


도착하니 8시 반이다. 동양인 커플이 한쌍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미모강사한테 우리 오늘 몇시에 출발하냐고, 혹시 지금 밥 먹고 올 시간이 있냐고 물어보니 바로 출발한다고 안된단다. 그래도 빈속으로 가기에는 찝찝해서 근처 편의점으로 뛰어가 찜빵 두개를 사와서 먹는다. 50바트로 속성이지만 아침을 해결했으니 나름 괜찮다. 양도 은근히 많아서 배도 든든하다.


어제 그 찝쩍 남까지 도착하고 4명이 모두 모여서 미녀강사와 함께 출발한다. 자기 장비는 자기가 챙기는 것이 다이빙의 기본이다. 내 장비를 챙겨서 롱테일 보트로 들고 간다.


배에 왕자 자국이 멋들어진 서양 아저씨 한분이 롱테일 보트를 운전한다. 이 보트는 현지인들이 많이 모는 배인데 방향 조정이 수동이다. 모터의 위치를 힘으로 바꿔가며 배를 조정한다. 그래서 왕자가 생기셨나 보다.


파타야 해변에서 선라이즈 해변으로 배를 타고 이동한다. 선라이즈 해변에는 우리를 태우고 갈 2층짜리 모선이 바다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 강사가 큰 배라고 해서 뭔가 화려한 배를 기대했는데 그냥 평범한 배다.


롱테일보트가 모선에 정착하고 하나 둘 큰 배로 올라탄다. 배에 올라가 보니 2층에 4인 자리가 있기에 자연스레 그곳에 4명이 모여서 잠시 대화를 나눈다. 아까 그 커플은 남자는 홍콩 사람이고 여자는 말레이시아 사람이다. 남자는 몰골을 보니 꽤나 오래 여행한 듯하다. 대충 보아하니 3달은 넘은 거 같고 한 5달 됐냐고 하니 맞다고 어떻게 알았냐며 깜짝 놀랜다. 어찌 알긴. 저 머리와 저 수염을 보면 어찌 모를 수가 있다냐. 장기 여행하는 자는 보통 머리가 길거나 수염이 생기면서 나 같은 거지의 몰골을 하게 된다.

나 보고는 3달 이상했냐고 물어서 아직 1달이 채 안됐다고 알려준다. 그래도 이제 곧 두 번째 달이 된다. 보통 여행 다니는 사람한테 물어볼 때는 숫자를 월 단위로 얘기를 한다. 5라고 하면 5일이 아니라 5달이다. 대부분이 3달 이상은 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지금은 죽어도 2달 이상은 싫다. 집에 가서 삼겹살이나 먹을 거다.

조금 기다리니 다른 일행들이 온다. Fora Dive 다이빙 센터는 꼬리뻬 안에만 4개가 있다. 다른 해변에서 그 사람들을 따로 접수 받은 후 여기 배로 모두 집합시킨다. 4명이서 가게 되려나 싶었는데 10명이 넘는 서양인들이 우루루 배에 올라탄다.


이때 미녀감사가 Refreshment 교육을 시작하자고 한다. 우리끼리 얘기하고 있다가 미녀강사를 따라간다. 미녀강사가 앞으로 나가서 장비를 하나씩 꺼내면서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Refreshing을 신청하기를 잘했다. 미모강사가 탱크에 장비를 채우는 것부터 안전 확인까지 하나 하나 꼼꼼하게 알려준다. 얘기를 들으니 모든 것이 바로 생각이 난다. 하지만 만약 이렇게 제대로 강의를 듣지 않고 물속으로 바로 들어갔다면 분명 당황했을 거다. 물에 들어가서 10분 정도 간단히 재교육을 받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될 거다.


장비를 잔뜩 매달은 조끼를 차고 뒤에 산소통을 맨체 일어난다. 이게 이렇게 무거웠던가? 3년이 지난지라 생각이 잘 안고 할 때마다 조금씩 생각이 돌아오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 뭔가 생소하다. 갑판의 가장자리로 가서 마스크와 오리발을 낀다. 호흡기를 입에 머금고 버튼을 눌러서 조끼 안에 공기를 채운다. 한손으로 마스크가 빠지지 않게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게추를 달아놓은 허리띠를 잡은 체 먼 곳을 보며 한발 앞으로 크게 딛이는 동작을 취하면서 물속으로 뛰어든다.

막상 물에 들어오니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3년 전에 했을 때 나름 우등생이라고 인정받았었다. 찝적남은 다른 잘하는 팀으로 배치받고 나는 말레이시아인 초보 두 명과 함께하게 되었다. 둘 다 내 뒤를 따라 바다로 뛰어든다.

먼저 들어와있던 미녀강사는 모두 물에 있는 것을 확인 후 뒤로 누워서 오리발을 이용해서 이동한다. 공기를 불어넣은 조끼는 튜브 역할을 해서 가만히 있어도 몸을 뜨게 한다. 수경을 낀 체 계속 물속을 확인하며 내려갈만한 곳을 찾던 미녀강사가 적당한 곳을 찾았는지 내려가라는 수신호를 보낸다.

부력을 없애기 위하여 공기 배출 버튼을 눌러서 조끼에 공기를 뺀다. 공기가 빠지면서 천천히 몸이 물속으로 내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얼굴이 물 밑으로 들어가면서 바닷속의 익숙하지 않은 시야가 눈에 들어온다. 물안경을 통해 보는 바다는 깨끗하지는 않지만 역시나 신선하다. 들리는 것은 내 거친 숨소리 뿐이다. 호흡을 천천히 하려고 노력한다.

미녀강사의 리드를 따라 내려가며 코를 막고 이퀄라이징(기압조절)을 꾸준히 한다. 3년 전에 교육 받을때는 귀가 제대로 안 뚫려서 고생을 한 기억이 있는지라 이번에도 살짝 긴장된다. 조금 깊이 내려가니 수압 때문인지 수경에 물이 조금 차기 시작한다. 일단 수경의 윗부분을 손으로 누른체 코로 공기를 내뱉어서 안의 물을 바깥으로 밀어낸다. 들어오기 전에 수경 끈을 더 바짝 조일걸 그랬다. 한번 들어오면 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바닥이다. 미녀강사가 모두 무릎을 꿇고 동그랗게 앉으라는 수신호를 보내는데, 이게 막상 쉽지가 않다. 물에서는 흐름이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몸이 조금씩 흔들리기 때문에 균형을 잡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이거 옛날에는 잘됐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영 잘 안된다. 다른 두명은 그래도 성공하는 내가 마지막까지 자리를 잘 못 잡는다. 일행에게 방해가 되면 안되는데... 마음이 급하니 더 안된다. 가까스레 겨우 균형을 잡는데 성공하고 무릎을 꿇으며 괜찮다는 수신호를 미녀강사에게 보낸다.

바닥에서 강사를 따라 이전에 배웠던 여러 가지 학습을 복습한다. 먼저 물안경에 물을 집어넣은 후 빼는 연습을 한다. 물을 다 빼는데는 가볍게 성공하지만 눈에 바닷물이 조금 들어가니 따가워져서 또 잠시 당황한다. 물 안에서는 당황하면 호흡이 가빠져서 산소도 많이 쓰게 되고 여러모로 좋지 않다. 눈을 계속 깜박거리며 좀 나아지기를 기다린다. 호흡기를 뺐다가 다시 끼는 연습, 위급 상황을 대비하여 옆 사람의 스페어 호흡기를 쓰는 연습은 쉽게 성공한다.


헌데, 교육보다도 무릎을 꿇은체 계속 한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게 쉽지가 않다. 설상가상으로 옆에 성게가 여기저기 있어서 불안하다. 자리 못 잡고 흔들리다가 성게 위에 앉을지도 모르겠다. 가누기 힘든 몸을 유지하며 최대한 자세를 잡는다. 다행히 나뿐만 아니라 커플 중 남자친구도 같이 헤매고 있어서 위안이 된다. 그냥 끼리끼리 잘 만났다.


마지막으로 바닥에서 떨어진체 물에 부유한 상태로 제 자리에서 균형을 잡는 연습을 한다. 조끼에 공기를 조금 불어넣어서 큰 부력을 조정하고 호흡으로 미세한 균형을 잡는다. 물 속에서는 호흡을 많이 들이마시면 올라가고 내쉬면 내려간다. 호흡은 들이마신 상태로 할 수도 있으며 내신 상태에서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느 부분에서 호흡을 하냐에 따라 몸의 균형이 미세하게 조정된다. 이 미세한 조절로 균형을 잡고 조금씩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포인트다. 이거는 내가 자신 있는 분야다. 예전에 노여사는 이걸 잘 못해서 위 수면까지 쭉 올라갔다가 아래로 쑥 내려갔다가 난리도 아니었다. 부력이 조금 늦게 나타나기에 쉽지는 않지만 위아래로 왔다갔다하게 되면 수압의 차이로 몸에 굉장히 안좋아서 조심해야 한다.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거는 잘 통과한다.


이제 교육은 끝나고 이동이다. 엎드린 자세로 강사를 따라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근데 마스크에 계속 물이 차는 게 너무 신경 쓰인다. 설상가상으로 어느 정도 깊이까지는 이퀄라이징에 문제가 없는데 그 깊이에서 30센티만 내려가면 귀가 심하게 아파온다. 코를 막고 이퀄라이징을 계속 해보지만 안 뚫린다. 한번만 뚫리면 되는데 몸이 안 따라온다. 결국 강사한테 귀에 문제가 있음을 수신호로 알리고 나는 조금 위에서 따라간다.

고기들은 생각보다 그다지 볼게 없다. 시간을 너무 끌어서 원래 갈 곳을 못 간 걸까? 그냥 바다 속의 흔한 바닥이다. 오픈워터를 땄던 필리핀은 정말 신세계를 보여줘서 기대가 컸는데 실망이다. 이놈의 마스크는 계속 바닷물이 들어와서 코로 바닷물을 꽤나 들이마신다. 가래가 껴서 호흡기를 통해 몇 번 뱉어낸다. 이번 다이브는 즐겁지가 않다.


30분 정도 돌아다니다 공기통을 확인하라는 강사에 수신호에 70이 남았다고 역시 수신호로 대답한다. 단위는 모르겠지만 200에서 시작하는 거니 50이면 슬슬 올라갈 때가 된 거다. 올라가라는 신호를 하며 강사가 천천히 상승한다. 기압에 몸이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해서 매우 천천히 상승한다. 최대한 미녀강사의 페이스를 맞추며 같이 올라간다.

물 위로 나와서 조끼에 다시 공기를 가득 채워놓고 뒤로 눕는다. 오랜만에 하는 다이빙이라 그런지 조금 괴로웠는데 물 위로 올라오니 이제 좀 살 거 같다. 천천히 한 명씩 배에 오른다. 물에 들어가기 위해 무게를 허리에 차는지라 몸이 무거워서 배 위로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 오리발을 먼저 벗어서 올리고,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몸을 배에 싣는다.

한번의 다이빙에 자신감이 급상실했다. 나 원래 잘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왜 이리 되었지? 사람들 보기도 민망해서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다. 눈치가 보이니 영어도 뭔가 버벅거린다. 역시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이고, 모든 일의 핵심은 자신감이다.

화장실을 간다. 배에 있는 화장실은 문을 열기가 쉽지가 않다. 삐그덕 거리며 문을 여는데 닫기가 쉽지 않다. 앞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닫는다. 일을 보고 문을 여는데 안 열린다. 힘을 내서 열다가 바닥에 크게 미끄러진다. 안 넘어지려고 발버둥 치지만 결국 머리를 벽에 심하게 부딪치며 쓰러진다.

아픈 거보다 부끄럽다. 누구 본 사람이 없을까? 주변을 두리번 거리지만 다행히 본 사람은 없는 듯하다. 머리가 약간 띵하긴 한데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닌 거 같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와서 사람들과 합류한다.

점심은 태국식 카레다. 오랜만에 다이빙하였더니 몸이 피로해서 식욕이 돋는다. 말레이시아 커플은 밥을 다 남긴다. 배부른 것들. 내 밥은 당연히 싹 다 먹어 치운다.


수박을 조금 먹으면서 기다리니 두 번째 다이빙 사이트에 도착한다. 꼬란챠라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까 연습 했으니 이번에는 괜찮겠지?

힘을 내서 장비를 다시 조립한다. 안전체크를 하는데 순서가 기억이 잘 안 난다. 나 머리 좋은 사람인데, 주눅 드니 머리가 돌이 됐다. 강사의 도움을 받아서 아까 했던 안전체크를 다시 처음부터 다 한다.

물안경을 머리에 쓰고, 오리방을 발에 끼고, 호흡기를 입에 넣은 채로 배에서 점프한다. 모두 점프하기를 기다린 후 강사 주위로 동그랗게 모여든다. 강사가 수신호로 하강을 지시하고 모두 조끼에서 공기를 빼며 다시 한번 물속으로 하강한다.

조끼에서 나오는 공기방울로 물속은 자욱하다. 아까 한번 해서인지 이번에는 큰 무리 없이 밑으로 내려간다. 이퀄라이징도 쉽게 잘 된다. 몸도 내가 원하는 데로 가누어진다. 강사가 가리키는 모래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아까 미녀 강사가 이번에 내려가면 이동 하기 전에 바닥을 보며 누운체 호흡만으로 상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조절 연습을 할거라고 했다. 처음 여자애는 조금 헤맨다. 이번에는 내 차례다. 수월하게 잘 된다. 예전부터 호흡으로 하는 부량조절은 잘했었다. 자신감이 조금씩 돌아온다. 세 번째 남자애가 완전 삽질하는 것을 보니 더 자신감이 생긴다.


이제 본격적인 펀 다이빙이다. 강사가 바닥에서 30센티 정도를 떨어진 상태를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수영하는걸 뒤에서 따라간다. 바닥에 발이 닿으면 자연을 해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서 가면 관찰을 못한다. 저 정도 간격을 유지하고 가는 게 생명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걸 위해서 그 모든 교육을 받는 거다.


생각보다 몸이 내 뜻대로 잘 움직인다. 감이 돌아왔나 보다. 3년 만에 갑자기 들어가서 놀랬던 내 다이빙 운동신경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 가끔 사람들 엉덩이에 부딪치기도 하고 내가 오리발로 얼굴을 살짝 치기도 하지만 자연은 훼손하지 않고 잘 따라간다. 헌데 필리핀에서만큼 환상적인 광경은 안 보인다.

강사가 갑자기 산소통을 치며 집중하라는 소리를 낸다. 바라보니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수백 마리의 이름을 모르는 노란 고기가 떼를 이루어 돌아다니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물속에서 육성으로 탄성을 짓는다. 물론 소리는 안 나고 물방울만 보글보글 올라간다.


물고기 떼에 가까이 다가서니 고기가 피하기는 하지만 멀리 가지는 않는다. 수영해서 다가서면 고기가 내 몸 주변으로 감싸면서 피하는 느낌이 왠지 현실적이지 않다. 말레이시아 남자애가 고프로로 사진 찍고 있던데 이거 찍었을까? 혼자 보기 아깝다. 물속에서도 노여사 생각이 난다. 같이 와서 보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고기들이 우리를 쫓아다니는 건지 우리가 그 주위에 있는 건지 계속해서 손 닿으면 만질 수 있을만한 곳에 그 물고기 떼들이 계속 있다. 수 많은 물고기들을 배경으로 하여 강사가 가리키는 방향을 계속 쳐다본다. 커다란 장어부터 희귀한 고기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내가 이름을 모르니 사실 그냥 다 물고기다.

이번 다이빙은 꽤나 재미있다. 마스크에 물도 그리 심하게 들어오지 않고, 호흡도 편해졌다. 첫 번째 다이빙에서 고생했던 이퀄라이징도 이번에는 괜찮고 물 속에서의 위치 조절도 내 뜻대로 된다. 역시 오랜만에 하는 건지라 연습이 한번 필요했나 보다.

해류가 꽤나 심한 곳으로 진입한다. 이곳은 열심히 발을 움직여야 제자리가 유지될 정도다. 앞으로 가기 위해서 발에 힘을 더 싣는다. 겨우 앞으로 나아간다. 육체적으로 꽤나 힘들다.  다이빙 할때는 산소를 아끼기 위하여 최대한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게 움직여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건 아주 그냥 산소를 빨아먹는다.


그 지역을 지나서 산소를 확인하니 벌써 올라갈 때가 되었다. 때마침 강사가 산소를 확인한 후에 올라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올라가기 전에 줄에 묶인 작은 풍선을 꺼내 그 안에 입으로 공기를 담아서 먼저 올려 보낸다. 우리 배가 저 풍선을 보고 우리의 위치를 알게 된다. 그런 후에 기압에 적응하기 위하여 강사와 눈높이를 맞춘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부력 조절이 쉽지 않으니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다.


손과 발을 모으고 호흡에 집중한다. 첫 번째 다이빙에서 올라올 때는 위아래로 조금씩 요동쳤는데 이번에는 평정심을 찾고 집중을 하니 내 생각에도 꽤나 페이스를 잘 맞춘다. 강사가 나를 보며 양손 엄지를 척 올려서 잘한다고 격려해준다. 한쪽에서 위아래로 요동치는 말레이시아 커플을 보니 문득 예전의 노여사 생각이 난다 

물 위로 올라온 후 배에 올라타서 장비를 챙긴다. 이번은 나쁘지 않은 다이브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필리핀 코론에 비할바는 아니다. 거기는 모든 것이 그림이었는데 여기는 그냥 물고기 구경이다. 차원이 다르다.

강사가 세 번째 다이빙을 할 거냐고 묻는다. 잠시 고민하다가 세 번째는 스킵하겠다고 한다. 왠지 3번째 다이빙 포인트도 들어가보면 지난 두 번의 포인트와 비슷할 거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다이빙이라 그런지 몸이 급속도로 매우 피곤해졌다. 머리도 약간 띵한 게 쉬는 게 나을 거 같다. 첫 번째 다이빙에서 바닷물을 너무 마셨다.

강사가 아쉬워하며 3번째 포인트로 가는 동안 생각이 바뀌면 얘기하라고 한다. 아주 친절한 게 영업을 잘한다. 하지만 역시나 세 번째 다이빙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파인애플을 내줘서 사람들과 같이 먹는다. 특이한 게 아시아인들은 어떻게든 그늘에 숨으려고 하고 서양인들은 모두 한결 같이 선크림을 바르더니 햇볕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양쪽 다 몸이 좋든 안 좋든 신경 안 쓰고 상의는 벗어재낀다. 우리 미녀 강사는 맥주를 많이 하셨는지 몸매는 의외로 딱 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서양언니들이 비키니만 입고 사방에 다들 누워있지만 별 생각이 없다. 좀 팔불출 같지만 몸매도 우리 노여사가 여기 모두보다 나은 거 같다. 그건 아니려나...?

다음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을 한다. 뭔가 급속하게 피곤해진다. 스노클링은 무료라길래 해볼까 했는데 피곤해서 할지 말지 고민이다. 그 생각을 하는 와중에 배가 처음 출발했던 꼬리뻬로 돌아온다. 뭐지? 아무도 3번째 다이빙을 안하나? 혼자 한다고 했으면 완전 민폐였겠다.

헌데 몇몇 사람들이 다이빙 옷을 챙겨 입는다. 아마 마지막 다이빙 포인트는 여기인 듯 싶다. 그럼 다이빙을 안하는 우리는 여기서 그냥 돌아가는 건가? 때마침 스태프가 오더니 우리를 데려갈 롱테일 보트가 20분 정도 후에 오니 그동안 스노클링 할 사람은 하고 있으라고 일러준다.

모두들 피곤해서 그냥 있는다. 나도 그냥 있을까 싶다 문득 피곤해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를 떠나면 또 언제 올 수 있을까. 할 수 있을때 후회없이 해야 한다. 시간이 길지 않으니 서두른다. 후딱 일어나서 장비를 챙긴다. 내가 장비를 챙기는 걸 보더니 쉬던 몇 명이 일어나서 따라온다. 이런 줏대 없는 것들.



원래  다이빙할 때는 배 후미에서 뛰어들지만 지금은 다이빙이 아니니 상관없다. 장비를 모두 챙긴 후 배 옆으로 가서 바다로 첨벙 뛰어든다.

구명조끼나 다이빙 조끼의 도움 없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느낌이 좋다.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겠지만 당연히 오리발로 수영을 하며 물 위로 올라온다. 그래 수영은 이렇게 능동적인 거다.


물안경을 끼고 물속을 보지만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스태프에게 당황스러운 눈길을 보내니 저쪽으로 가보라며 한쪽을 가리킨다. 내가 그쪽으로 수영을 하고 가니 아까 같이 내려온 몇몇이 따라온다.

조금 가니 산호초가 나타난다. 의외로 꽤나 다양한 물고기들이 있다. 어찌 보면 다이빙보다 더 편하게 애들을 구경한다. 숨 쉬는 걱정할 필요 없고, 배가 근처에 있으니 불안할 것도 없다.

한 물고기가 눈에 들어와서 가까이 보고자 무의식적으로 잠수를 한다.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당황하며 바로 나와 거칠게 침을 뱉는다. 다이빙을 하고 오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바보러첨 물 속에서 숨을 쉬고 말았다. 다이빙에서는 공기의 압축으로 인하여 폐에 무리가 갈 수 있기에 절대 잊지 말라고 배우는 것이 숨을 멈추지 말라는 거다. 이걸 스노클링에도 적용하고 있으니 난 참 좋은 학생이라고 해야 하겠다. 아님 그냥 바보인 건가.

기다랗게 생긴 물고기가 하나 보인다. 따라 가니 한 마리가 늘어난다. 계속 늘어나더니 5마리가 된다. 이놈들 뭐지? 멀리 도망도 안 간다. 계속 따라가며 어디로 가는지 지켜본다.

그때 갑자기 소리가 들려서 배를 바라보니 빨리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우리를 섬으로 태워줄 롱테일보트가 왔나 보다. 물고기들한테 안녕을 고하고 배로 향한다.

배에 올라오니 이미 대부분이 롱테일 보트로 갈아타있다. 나도 서둘러 짐을 챙기고 올라탄다. 내가 마지막인지, 내가 타자마자 배가 바로 출발한다.

다이빙은 참 신기한 게 할 때는 조금 불안하고 무섭기도 한데, 끝나고 나면 또 하고 싶어 진다. 지금 당장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지만 또 조만간 그런 생각이 들겠지. 3년 만에 두 번째 다이빙을 했으니 다음 다이빙은 언제일까.

배는 일단 가까운 선라이즈 비치부터 간다. 헌데 여기서 모두 내린다. 파타야 비치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아는데 그냥  여기서부터 걸어가려나 보다.


어쩌다 보니 파타야 비치로는 미녀강사와 내가 단둘이 가게 되었다. 미녀강사는 나와 대화를 하다 배 앞으로 가서 비키니를 입고 선탠을 한다. 하도 비키니 언니들을 봤더니 이제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 오히려 자연스레 노출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차라리 저리 당당하면 야하지가 않다. 동양인들 처럼 가리면서 수줍어하는 것이 오히려 야한 느낌이 든다.


파타야 비치에 도착하고, 그냥 모른척하기 애매해서 짐 옮기는걸 좀 도와준다. 난 매너남이니까. 뭐 사실 몇 개 되지 않아서 금방 끝내고 미녀강사와 인사를 한다. 여기 이틀 더 있을 거니 지나다니면서 마주치면 인사나 하자고 한다.


숙소로 와서 일단 리셉션부터 들린다. 원래 다이빙 세 번에 숙박을 하루 추가해서 딜을 한 거였는데 다이빙을 두 번 했으니 다시 한번 확실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다이빙 3번이 3200바트였는데, 초기 교육을 포함하고 다이빙 2번을 해서 3000바트인지라 큰 차이는 아니지만 애매하게 놔두면 분명히 나중에 뒤통수를 친다.

역시나 스태프가 처음에는 좀 꺼려한다. 워낙 좋은 조건으로 계약한 거니 상황이 바뀌었을 때 취소시킬려는듯 하다. 하지만 잘 어르고 타일러서 원래대로 하루는 300바트에 자는 걸로 다시 합의 본다. 하지만 남은 이틀을 같은 가격에 해보려고 하니 나를 도둑놈 혹은 거지 보듯이 해서 이건 아닌가 보다 하고 포기한다.

이 사람 입장에서는 이 섬에서 500바트가 제일 싼 가격이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 이 정도 시설에 500바트는 정말 비싸게 자는 거다. 엊그제 핫야이에서의 숙소가 240바트였던 걸 생각하면 절대 여기가 거기에 비해 두배의 시설은 아니다. 그래도 자리세라는 것도 있으니 더 이상 네고는 안 하기로 한다.

방에 들어와서 일단 씻는다. 수도물이 뿌얘서 이거 제대로 씻는 느낌이 안 나지만 그래도 소금기를 걷어내야 한다. 다이빙하면서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이 섬에서는 모든 곳의 물이 이렇단다. 아울러 방에 침대도 다 습기가 있단다. 어쩔 수 없나 보다.

머리가 아파온다. 거기다가 가만히 있어도 뭔가 흔들 흔들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다이빙의 후유증이 틀림없다. 침대에 좀 누워본다. 너무 덥다. 잠시 누워있다가 안되겠어서 바깥으로 나와 해먹에 몸을 뉘운다.


확실히 밖은 좀 시원하다. 최근에 완전 재미를 붙인 펄벅의 소설을 보며 잠을 청해 본다. 자려고 누운건데 책이 재미있다보니 두 시간 정도를 그러고 있는다. 헌데 여기는 또 모기가 너무 많다. 모기 물리는 거에 꽤나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물려도 안 간지러운 건 아니다.

다섯 방 물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방은 덥고 밖은 모기가 있고, 중간이면 좋으련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선풍기를 틀고 침대에 누워 가만히 있어본다. 역시 몸의 컨디션이 안 좋다.

7시가 되어서 그래도 몸을 일으킨다. 밥은 먹어야 한다. 그래도 세 시간 정도 누워있었더니 확실히 처음보다는 나은 거 같다. 이곳이 워낙 습하기에 아까 돌아와서 했던 빨래는 물론, 어제 했던 빨래마저 마르지 않았기에 그냥 잠옷을 입고 밥을 먹으러 나간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으니 괜찮다.


가는 길에 다이방샵에 들려서 3000바트를 미녀강사에게 지불한다. 로비에 물어보니 돈은 다이빙샵에 가서 주라고 했었다. 300바트 숙비는 잔돈이 없어서 밥을 먹고 주기로 했다. 미녀강사는 여전히 참 친한척한다. 뭐 사실 좀 친해지기도 했다. 아까 못 썼던 다이빙 로그를 미녀강사와 둘이 같이 작성한다. 앞으로 이틀 더 있을 거니 지나다니면서 가끔 들리겠다고 하고 나온다.

어디를 가지? 몸이 안 좋으니 좀 시원하고 와이파이 되는 곳에 가서 편하게 있고 싶은데 사실 여기는 거기가 거기다. 딱히 마음에 들고 단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없다.


적당히 사람이 많은 곳으로 들어가는데 옆에 낯이 익은 사람이 앉아있다. 눈이 몇 번 마주치고 헷갈리다가 떠올려보니 숙소에서 몇번 스쳐지나 가며 한두 번 인사한 적이 있는 이스라엘 여인이다. 아 오늘은 컨디션 안 좋아서 혼자 있고 싶은데. 분위기가 합석해야 하는 듯해서 합석해서 얘기를 좀 한다.


페이팔 독일 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고 28일 동안 휴가를 왔단다. 서양 애들은 휴가도 참 길다. 우리는 사표 써야 올 수 있는 이런 여행을 얘네는 맘만 먹으면 온다는 게 문득 짜증 난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것 보다 그냥 혼자 있고 싶은지라 교류가 잘 안된다. 아무래도 그게 눈에 보이나보다. 그래도 매너는 아닌지라 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렇다고 둘러댄다.


이름 모를 생선 튀김을 시켜서 먹는데 그리 맛있지도 또 맛없지도 않다. 밥은 먹어야겠기에 그냥 꾸역꾸역 챙겨먹는다. 꼬리뻬에서도 아직까지는 맛있는 음식을 못 찾았다. 먹으려면 돈을 써야 하는 곳인데 새가슴이라 참 쓰기가 어렵다.

밥값으로 220바트를 지불하고 나온다. 혼자 조용히 맥주나 한잔 하고 가고 싶은데 이 친구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슬쩍 물어보니 숙소로 돌아간단다. 아마 같이 가자는 얘기 같은데 못 알아들은척 그럼 잘됐다고 한다. 난 산책이나 좀 하다 가겠다고 하며 돌려보낸다. 아, 역시 혼자가 편하다.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가서 조용해 보이는 바에 자리를 잡는다. 뭘 시킬까 하다가 그냥 맥주 하나를 80바트에 시킨다. 체력이 없어서인지 의욕이 없다. 와이파이가 된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되긴 되지만 미얀마보다도 느리다. 에잇.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몸이 무겁다. 가만히 있으면 땅이 흔들흔들거리고 기분도 썩 좋지가 않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왜 쉬려고 온 이곳에서 몸이 더 피폐해지는 걸까. 이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좀 변화를 줘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즐거웠지만 뭔가 힘든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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