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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Aug 12. 2015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40

Luang Prabang, Laos to Nong Khiaw, Laos

예상했던 숙취가 역시 어김없이 찾아온다. 시포에서 프랑스인들과 마신 후 이번 여행에서 두 번째로 겪는 진정한 과음과 그에 이은 괴로운 숙취다. 흔들리는 머리와 울렁대는 속을 부여잡고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을 끈다. 8시다. 버스를 타려면 일어나서 30분 안에 준비를 하고 나가야 한다.

아직 정신이 멍하지만 짐을 싸야 하니 일단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냥 있는 데로 가방에 정신 없이 쑤셔 넣는다. 어제 빨아서 널어놨던 수영복과 티셔츠도 잊지 않고 챙긴다. 그 와중에 화장실도 들려서 근심도 해결한다. 고맙다 내 건강한 장들아.

가방을 들고 로비로 나온다. 나름 이틀 동안 친해졌던 여사장님은 안 보이고 다른 스태프가 앉아있다. 여기 머무는 여행자는 나 하나인데 일하는 사람은 3명이다. 월급은 어떻게 주는 걸까.

두통이 심하다. 괴롭다. 로비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8시 반이 되어도 아직 안 온다. 혹시 안 오는 거 아닐까? 혹시 만에 하나라도 그렇다면 잘됐다 생각하고 취소한 후 그냥 하루 더 쉬고 싶다. 오지 마라, 오지 마라. 제발.

안 올 리가 있나. Nong Khiaw로 가는 버스는 어김없이 찾아오고 나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가방을 메고 일어난다. 그래도 가야지. 3시간밖에 안 걸린다고 했으니 어떻게든 힘을 내보자.

버스가 꽉 차 있다. 만석이지만 모두가 서양인이고 동양인은 나 혼자다. 역시 북부로 가니 한국인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다시 원래의 여행으로 돌아왔구나. 문득 외로워진다. 어제의 일들이 하룻밤의 꿈만 같다. 외로워 말고 고독해지자. 나는 혼자임을 즐기는 고독한 여행자다. 잠시 외도를 하다 원래 내 여행으로 복귀했을 뿐이다.

이 버스를 타고 가는 건가 싶었더니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더니 모두 내리라 한다. 그래놓고는 Nong Khiaw로 향허는 사람들은 다시 이 버스로 올라타란다. 헌데 기사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정말 사람을 꽉 채워서 태우려고 한다. 맨 뒷자리에 원래 3명이 앉아야 정상이지만 4명을 꾸역꾸역 앉히고는 만만한 나는 문 바로 옆의 불편한 간이의자를 배정해준다. 꽉 찬 버스임에도 출발 후 조금 가더니 길에서 또 누구를 태워서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 앉힌다. 정말 이러다가는 소, 닭까지 태울 기세다.

이제는 완벽히 여유 자리가 없어지고 버스는 그제서야 본격적인 이동길에 접어든다. 차가 현대 자동차다. 한글이 여기저기 보여서 반갑긴 한데 워낙 옛날 차이고 상태가 안 좋은지 시속 60키로 이상을 내지 못한다. 게다가 길도 워낙 험해서 여기저기 구멍이 수없이 뚫려있는지라 속도를 전혀 낼 수가 없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괴로운 이동이다. 숙취를 이겨내고자 좁은 자리에서 어떻게든 머리를 기대고 잠들려 해보지만 당연히 쉽지 않다. 그냥 취소하고 하루 쉬고 올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오지만 이미 늦었다. 그래도 이 순간만 잘 지나면 이동했음을 다행으로 여기가 되리라. 럭셔리한 루앙프라방은 확실히 내 도시가 아니었다.

다행인건 느리지만 그래도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간다는 거다. 12시가 되니 아저씨가 이제 30분 정도 남았다고 알려준다. 이걸 왜 알려주신 걸까. 마지막 30분이 버티기 제일 힘들다.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을 하니 괜찮던 속마저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드디어 작은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그래도 해냈다. 보통은 동행하는 여행자들과 인사도 나누고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내리자마자 짐을 울러 매고 쉴수 있는 근처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바로 나선다. 첫 번째 보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시원한 에어컨방으로 오늘은 무조건 계약할 거다. 돈 따위, 괴로운 오늘은 아낄 상황이 아니다.

라오스 중부와 북부를 이어주는 농키아우는 진정한 시골 마을이다. 아무리 걸어도 게스트하우스가 안 나온다. 버스터미널이 중심지에서 좀 멀리 있었나? 그래도 여행자들이 오긴 올 텐데 게스트하우스가 두어 개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강 쪽으로 게스트하우스 표지판이 드디어 하나 보여서 무작적 그쪽 방향으로 접어들어본다.

제일 먼저 찾은 게스트하우스는 방갈로이다. 에어컨이 있냐고 물어보니 이 동네는 시원해서 필요없단다. 좀 더운 거 같은데... 방은 방갈로 치고는 꽤나 괜찮다. 강으로 펼쳐져있는 테라스에 걸려있는 해먹이 특히나 마음에 든다. 빠이에서 머물렀던 빠이린과 꼬리뻬에서 처음 갔던 포라리조트의 장점을 섞은 형태이다. 어쩔까? 가격도 나쁘지 않다. 고민이 의미없는게 사실 더 이상 이동할 힘도 없다. 그냥 자리에서 하루를 계약해버린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샤워부터 한다. 수압이 훌륭한 게 마음에 든다. 씻고 침대에 누우니 역시나 조금 덥다. 그래도 선풍기를 틀어놓으니까 견딜만하다. 이제 좀 쉬어야겠다. 정말 괴로운 오전이었다.

두 시간 정도 누워있으니 좀 괜찮아지는 거 같다. 그래도 아직 뭔가를 먹지는 못하겠다. 시간이 2시가 넘었지만 점심은 조금 더 기다려줘야겠다. 날이 좀 더워서 테라스로 가서 해먹에 누워본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정말 조용하다. 선택권이 없어서 온 곳이지만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의외로 마음에 든다. 이 도시도 그냥 Muang Ngoi Neua로 가는 길목으로 생각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괜찮다. 내일 당장 떠나지 말고 하루 더 있어볼까.

누워있는데 천둥이 치더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그래, 지금이 우기였지. 내가 다닐때는 비가 거의 안와서 항상 우기임을 잊는다. 해먹에 누워 버텨보려 하지만 비가 안으로 들이치기 시작한다. 조용히 침대로 옮겨서 다시 그대로 눕는다.

3시 반이 되니 고민이 시작된다. 점심을 그냥 스킵하고 더 있다가 저녁을 먹을까? 식사하기에 참 애매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지친 속을 쌀국수로 해장하고 싶다. 비도 그쳤고 몸도 좀 괜찮아진 듯하니 일어나 보자.

대충 문단속을 하고 길을 나선다. 문단속이 필요 없는 게 언제나 중요한 물건들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세컨드 백에 넣고 메인 백에는 쓰잘데기 없는 속옷 등만 있다.

허기진 몸을 이끌고 식당을 찾아 힘없이 쪼리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걸어간다. 헌데 이 동네 정말 시골이다.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안 보이고, 식당도 안 보인다.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밝게 "사바이디"라며 인사를 한다. 한국인의 흔적은 역시 그 어디든 보이지 않는다. 라오스에 온후 일주일만에 드디어 관광지를 벗어났다.

어쨌든 식당은 있어야지 밥을 먹을거 아녀. 한참을 걸어도 먹을만한 곳이 안 나온다. 혹시나 싶어 수다 떨고 있는 아주머니들에게 손으로 밥 먹는 시늉을 하며 물어보니 더 안쪽으로 가보란다. 그래도 뭔가 있긴 있나 보다.

조금씩 영어 간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마 내 게스트하우스가 가장 외곽에 있었나 보다. 조용한 강가에 있는 건 좋은데 밥 한번 먹으러 나오기 힘들다. 만약 며칠 더 있을 거면 중심지로 옮기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

드디어 메인삼거리로 온다. 큰 삼거리에 여행사도 두개 정도 보이는 거 보니 여기가 메인이 맞을거다. 식당으로 추정되는 곳이 드디어 나타나서 들어가본다. 물어보니 지금 식사는 안된단다. 하, 나 밥은 먹을 수 있을까?

건너편에 식당이 또 하나 보인다. 이번에는 앉아있는 사람도 두 명 보인다. 기대심을 품고 안으로 걸어 들어가본다. 제발 나 밥 좀 먹자!

긴장하며 조심스레 식사가 되냐고 물어본다. 식당에서 밥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게 웃기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여기서는 식사가 된다며 이런걸 왜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다행이다. 정말 고맙다.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열어본다.

쌀국수가 15,000킵이다. 나쁘지 않다. 확실히 관광지를 벗어나니 가격이 저렴해진다. 쌀국수 하나를 주문하고 망고 쉐이크도 하나 따로 시킨다. 숙취 상황에서는 수분도 많이 섭취해야만 한다.

와이파이가 되기에 접속해본다. 지금 있는 방갈로는 너무 외진데 있어서인지 와이파이 자체가 없다. 여기서 와이파이 접속은 되는데 여행기는 역시나 안 올라간다. 여행기가 이미 이틀 밀렸는데 이거 언제나 올릴 수 있을까? 다음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와이파이를 중요한 요소로 찾아봐야겠다.

식사가 나온다. 국물을 먹어보니 어제 루앙프라방에서 일행들과 점심에 먹었던 그 국수에 필적할만큼 맛있다. 빈속에 맛 없는 음식을 먹기 싫었는데 다행이다. 라오스에서만 보이는 매운 양념을 추가하여 먹기 시작한다.

빈속이 오래되니 막상 배고픈 줄 못 느끼고 있었는데 한입 떠 먹기 시작하자 몸이 반응을 시작한다. 손이 덜덜 떨리고 몸이 미친 듯이 음식을 갈구한다. 먹는 건지 흡입하는 건지 구분이 안되게 정신없이 쌀국수를 식도로 쑤셔넣는다. 국수를 다 먹고서 국물을 전부 위로 털어넣는다. 아 시원하다.

밥을 먹고 나니 이제 드디어 심적인 체력적인 여유가 생긴다. 망고 쉐이크를 원샷해도 갈증이 사라지지 안힉에 파인애플쉐이크를 추가로 주문한다. 한잔에 1만킵이니 완전 저렴한 건 아니지만 그래 봤자 한국돈으로 1,200원 정도 밖에 안되니 많이 먹어두는 게 좋다. 동남아 여행 다닐때는 과일 쉐이크는 먹는 것이 남는거다. 그리고 숙취에는 수분이 필요한 법이다.

식당에 앉아서 어제 저녁의 일과 오늘 오전의 일을 여행기로 정리한다. 여기는 덜 더워서 그런지 벌레가 많이 없어 글 쓰기가 편하다. 5시가 지나니 오히려 약간 쌀쌀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아까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말맞다나 진짜 이곳에서 에어컨은 필요 없을 거 같다. 한낮에만 잠깐 덥다.

이 마을, 정말 조용하다. 여행사 앞에는 내일 트레킹 갈 사람이 두 명 확보됐지만 아직 부족하여 더 필요하다는 안내가 쓰여 있다. 패키지를 할 인원을 모으지 못할 정도로 여행자가 없다는 증거다. 식당에 몇시간 앉아있는 동안 들어온 여행자는 나보다 먼저 와있던 독일부부가 유일하다. 여기가 이 정도면 더 들어가야 하는 므앙응오이 누아는 어떻려나. 하지만 또 이렇게 여행자가 없는 건 여행에 방해가 된다. 적당히 밥을 먹을 식당이라도 영업을 하고 있어야 여행지를 즐길 수가 있는데 걱정이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다. 강가 쪽으로 걸어가면서 므앙응오이노아로 향하는 배가 있는 선착장도 들려서 시간을 확인해둔다. 매일 아침 11시마다 배가 출발하고, 1시간 정도 걸리며 가격은 25,000킵이다. 강가길을 따라 느긋하게 천천히 걸어가니 숙소가 금방 나온다. 중심지로 나올 때는 꽤나 멀더니 대충 지리를 알고 돌아가니 막상 생각만큼 그리 멀지 않다.

숙소로 돌아와서 테라스로 직행한다. 테라스에서 해먹에 몸을 누이고 해가 산넘어로 천천히 넘어가는 것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뷰가 너무 좋고, 무엇보다 쌀쌀한 날씨 덕분인지 벌레가 거의 없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선선한 바람에 한 달 동안 쌓여왔던 열기가 식어가는 느낌이다.

누워서 잠시 고민을 해본다. 여기는 원래 스쳐지나 가려는 곳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욕심이 난다. 며칠 더 있을까? 하루만 더 있어도 괜찮을 것도 같다. 고민하다 누워서 정보 검색을 좀 해본다. 이곳도 자전거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동굴도 하나 있고, 트래킹과 카야킹도 나름 유명하다. 일단 하루만 더 있어보자.

해가 지니 시원한 게 아니라 선선한 수준이 된다. 이곳에 에어컨 방이 없는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다른 동네보다 대나무 방갈로가 유행하는 이유도 알겠다. 벌레가 적다 보니 방갈로의 단점이 많이 사라진다. 오늘 저녁에는 방갈로 테라스에 있는 해먹에서 한번 자볼까?

7시가 지나서 다시 나온다. 이곳 방갈로는 다 좋은데 두 가지 단점이 있다. 하나는 와이파이가 없다는 거, 다른 하나는 메인 거리에서 너무 멀다는 거다. 하루 더 있으려면 중심지 근처의 숙소를 알아봐야겠다. 아까 검색해보니 낮에 식사한 곳 옆으로 다리를 건너면 강 건너에 배낭여행자 거리가 나온다. 숙소도 좀 알아볼 겸 그쪽으로 가봐야겠다.

여기 방갈로가 있는 거리는 정말 한적하다. 밤이 되니 깜깜해서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다. 가는 길에 슈퍼에 들려서 15,000킵을 주고 손전등을 하나 산다.  손전등이 여러개 널부러져 있고 하나만 포장되어 있길래 포장되어 있는걸 굳이 달라고 하니 나를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더니 포장에서 손전등을 빼서 나한테 주고 널부러져 있는 애 중 하나를 집어 그 포장에 다시 집어넣는다. 결국 그게 그거였다.

중심지까지 확실히 멀긴 멀다. 게다가 방갈로 근처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내일은 아침이나마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심지까지 걸어가서 그 옆의 다리를 건넌다. 다리 중간에서 잠시 서서 강을 바라보니 강의 은은한 야경과 별들이 너무 아름답다. 라오스는 어디든 경치가 아찔하게 아름답다. 갖고 있지도 않은 사과를 위하여 손에 있는 사과를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므앙응오이느아가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지만 이곳도 충분히 좋은 곳이라는 기분이 든다. 며칠 더 있어야겠다.

다리를 건너니 확실히 거리의 전경이 달라진다. 게스트하우스들이 확 늘어나고 다양한 레스토랑도 많이 보인다. 확실히 이쪽, 다리 건너편이 지내기에는 좋을 거 같다.

게스트하우스들을 좀 들러보는데 막상 딱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지금 있는 방갈로처럼 테라스가 강을 향해 있으면서 해먹도 있는 그런 곳을 은근히 찾기 어렵다. 위치의 단점만 빼면 사실 지금 있는 곳이 최고이긴 하다. 그냥 옮기지 말까. 근처에 아침 먹을 곳만 있어도 괜찮을 텐데.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안쪽까지 들어가니 꽤나 마음에 드는 방갈로를 드디어 발견한다. 지금 있는 곳보다 훨씬 깔끔하고 방에서 와이파이가 잡히며, 테라스는 강가로 향해 있고 해먹도 훨씬 부드럽다. 1박 가격을 물어보니 7만킵이다. 할인을 얘기해보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이틀 지낸다는 조건으로 6만킵으로 겨우 네고를 한다. 혹시 몰라서 지금 지불 안하고 오게 되면 내일 짐을 들고 와서 돈을 드린다고 말씀드린다. 근데 이틀을 여기서 지내도 일정에 차질이 없나.

저녁 식사를 하러 간다. 인도 음식점에 사람이 많고 괜찮아 보이길래 들어가본다. 주방장이 인도 사람이라 신뢰가 확 간다. 홀을 보는 딸도 똘똘하고 아주 생기발랄하다. 예전 인도 여행 때의 기억을 떠올려서 소고기 마살라와 짜파티 두장, 그리고 망고 라씨를 주문한다.

음식이 나와서 식사를 시작한다. 오른손을 이용해서 짜파티를 뜯고, 카레에 담가서 고기 하나와 같이 입으로 가져간다. 인도 음식은 역시 손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인도 여행 때 1000원짜리 탈리를 현지 식당에서 매일 같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분위기에서 신뢰가 느껴진만큼 맛도 훌륭하다. 오랜만에 동남아 음식 이외의 요리를 먹으니 특별히 더 맛있다.

이곳에서도 와이파이가 되길래 한번 글을 올려보지만 너무나도 천천히 올라간다. 그냥 라오스에서는 3G로 올릴까 싶다. 사실 한 글에 들어가는 사진을 다 합쳐도 최대 80메가 정도이고 1만 밧에 250메가 데이터를 주니 여행기 하나 올리는데 400원 정도인 셈이다. 스트레스 받느니 그냥 쓰는 게 낫겠다. 근데 3G로 잘 올라가려나? 이따 저녁에 실험해봐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암흑이다. 큰 길에서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앞도 안 보이는 강가길을 혼자 걸으려니 살짝 무서워진다. 여기서는 누구 하나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며 무서워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길을 걷는다. 오늘따라 이 길이 왜 이리 멀지. 이 길이 맞기나 한가. 어둡고 두려워지니 모든 감각이 불안해진다.

어두우니 길을 잃지만 조금 헤맨 끝에 그래도 다행히 방갈로를 찾아온다. 아무래도 내일은 숙소를 옮기는 게 맞을 거 같다. 아무리 여기가 좋아도 저녁에 올 때 이리 무섭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 언제나 안전이 제일 중요한데 여기는 문을 잠그는 것도 굉장히 허술해서 저녁에 잘때 마저도 불안하다. 안전한 스릴을 즐길 수 있지만 불안전한 두려움은 문제가 있다.

방갈로의 창문을 열어놓으니 시원하다. 온도가 내려가서 그런지 모기는 보이지도 않는다. 모기장을 한번 펼췄다가 필요 없을듯 싶어서 그냥 다시 거둔다. 모기장이 필요한 날씨는 아닌 거 같다. 남부 도시의 에어컨방보다 이곳의 천연 바람이 더 시원하다. 급하게 결정하면서 팬방으로 오게 되었지만 에어컨방으로 하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Nong Khiaw는 모든 게 마음에 들지만 현지 주민들이 마음에 안 든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친절하지가 않다. 여행자들에게 틱틱 거리고 불만이 많아 보인다.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이 온 걸까? 아님 거쳐가는 도시이다 보니 머무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일까. 그럼에도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며칠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에는 아직까지 변화가 없다. 대충 계산해보니 이곳에서 3박, 므앙응오이에서 3박하고 베트남으로 넘어가면 15일 비자 만료기간 전에 라오스를 뜰 수 있다.

이틀 전 여행기를 3G로 업로드를 걸어놓고 자리에 눕는다. 3G로 올리니 한번의 오류 없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 그 푼돈을 아끼려고 뭐 이리 고생했나 후회스러울 정도다. 어제는 술마시느라 몇 시간 못 잤고 오늘도 숙취 때문에 막상 잠을 못 잤으니 오늘은 좀 일찍 잠을 청해보련다. 내일부터 이곳에서의 본격적인 여행이 또 어떤 추억을 가져올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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