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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Aug 19. 2015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46

Dien Bien Phu, Vietnam to Sapa, Vietnam

버스터미널 앞에 숙소는 장단점이 확실하다. 장점은 당연히 아침에 5분 안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고, 단점은 그로 인한 소음이다. 단점을 생각 못하고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설사 소음을 미리 알았다 하더라도 어차피 이곳이 가장 적합하긴 했다.

밤새 울려 퍼지는 버스들의 거친 경적소리와 모기장 안에 침투한 모기들로 인하여 꽤나 잠을 설쳤다. 그렇다고 못 잔 건 아니고 주기적으로 자꾸 깼다는 말이다. 하지만 듣기로 베트남의 버스는 굉장히 좋다고 하니 큰 걱정은 안 한다. 언제나처럼 같이 그나마 장활동은 순조로웠으니 가장 큰 고비도 넘긴 셈이고 말이다.

아침 6시 반 버스인데 아침에 늦장을 부리다가 6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를 나온다. 여행 초기에 이동할때는 30분 전, 한 시간 전에는 무조건 가서 대기했는데 한 달이 좀 지난 지금은 마음이 느슨해졌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항상 기본으로 깔려있다. 그리고 막상 또 어떻게든 된다. 지갑과 여권만 잘 챙긴다면 나머지는 순리에 따라 풀리게 되어 있다.

버스터미널로 오니 방에서 들었던 그 버스의 소음이 두세 배가 되어 머리를 울린다. 베트남과 경적은 뗄 수 없는 악연이다. 스쿠터를 타고 가도 그렇게 경적을 울린다더니 그 버릇이 이어지는건지 버스도 끊임없이 울려댄다. 도대체 버스가 경적을 왜 울리는지는 미스터리다. 운전대만 잡으면 기사님들의 음악적 감성이 돋으시는 걸까?

터미널에 오니 확실히 베트남이 선진국임이 느껴진다. 베트남의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는 커다랗고 화려한 반면, 라오스로 다시 돌아가는 버스는 내가 타고 온 그 부서지기 직전의 버스들이다. 그렇다면 내 버스는 어디일까? 나도 저 커다란 버스들 중에 하나를 드디어 타게 되나? 쓸데 없는 기대심에 찾아보고 물어보지만 내 자리는 그쪽에 있지 않다. 나는 이번에도 또 봉고차 신세다. 물론 그렇다고 라오스의 봉고와 비할 바는 아니다.


여기에서 사파로만 가는 버스는 없다. Lao Cai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나는 사파에서 내리게 된다. 일단 매표소 앞에 다소곳하게 정차되어 있는 버스의 위치를 확인하고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할만한 게 없는지 주변을 찾아본다.

한쪽에 이것저것 파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물론 영어는 아무도 단 한마디도 못하신다. 고민하다 그냥 간단히 배만 채우려고 바게트 하나와 물 작은 거를 산다. 바게트가 5000동, 물도 5000동이다. 물이 라오스에서 5000킵이었던거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공산품은 베트남 물가가 저렴하다. 아니,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저렴하다. 상업이 활성화되고 수요 공급 곡선이 잘 그려진 결과일 거다.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면서 바게트로 배를 채운다. 그냥 배를 채울 용도로 산 빵이지만 이거 막상 먹으니 의외로 맛있다. 베트남에서는 음식도 웬만하면 맛있는 거 같다. 역시 나랑 궁합이 잘 맞는 나라다. 아 오늘은 드디어 비아호이와의 첫 대면도 이루어지는 날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6시 반이 되니 일체의 기다림 없이 버스는 바로 출발한다. 버스의 탑승객은 나와 다른 현지인 두 명뿐이다. 설마 이대로 가는 건가? 라오스라면 가는 길에 수 많은 승객들을 태울 거 같은데 여기는 어떨지 잘 모르겠다. 이곳은 표에 자리도 배정이 되고 거기에 앉아야 하는 거 보니 마음대로 마구 태우지는 못할 듯하다. 근데 이 두 명 밖에 없는 버스에 왜 내 자리는 가장 불편한 맨 앞 문 바로 옆의 자리를 준 걸까.

Dien Bien Phu를 떠나려니 뭔가 이 도시에 미안해진다. 역사적인 가치가 엄청난 도시로 알고 있는데 어제 너무 게을렀다. 올 때만 해도 공부도 좀 하고 근처라도 가볼 생각이었지만 약간의 두통과 함께 그 계획은 저 멀리 사라졌다. 이곳이 내가 얼핏 본 바로는 식민지 시절, 프랑스의 군대를 조직화된 베트남의 군대가 이긴 첫 번째 전장이었단다. 그 승전 이후 동남아 전체에 분위기가 퍼지면서 독립 운동이 전개되었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역시 본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어쨌든 베트남 사람들은 미군도 유일하게 이긴 거 보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그 못지 않은 전략 전술에 대한 이해도도 좋지 않나 싶다. 생각해보니 그래서 영어를 못하는게 아니라 안배우는건가 싶기도 하다. 프랑스나 일본에 가면 영어가 정말 안 통하는 거와 같을 수도 있으려나. 물론 다 추측이다. 그리고, 그거에 대한 공부를 이제부터 버스에서 할 계획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터도 채워왔다. 베트남에 대한 계략적인 역사, 그리고 언어, 내 마지막 15일을 장식할 나라에 대한 예의를 갖춰보자.

잠시 흝어봤을뿐이지만 베트남에 흥미와 관심이 간다. 중국, 프랑스, 그리고 미국까지 이긴 나라이며, 호찌민이라는 영웅하에 통일도 이룬 나라. 동남아의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색깔 강한 본인만의 음식도 있고, 산과 강뿐만 아니라 바다까지 갖추고 있는 나라.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깨우친다. 호찌민이 죽을 때 인민들의 돈과 노동력을 써서 괜히 장례식을 하지 말고 화장해서 베트남 북부, 중부, 그리고 남부에 뿌려달라고 했다는 얘기에는 뭔가 뭉클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자의 유명을 따르지 않고 시신을 방부 처리하여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는 많은 안타까움이 든다.

디엔비엔푸는 내가 간단히 알고 있던 바와 같이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얻을 수 있었던 역사적인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외진 곳이어서 보급을 비행기로만 가능했던 것을 이용하여 포위하고 섬멸한, 이 나라 입장에서는 하나의 대첩이라 불릴만한 전투의 전장이다. 그렇게 해서 독립을 했음에도 강대국의 정치적인 개입으로 남과 북으로 나누어졌던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이 보인다. 물론 결과적으로 통일을 해냈다는 점은 완전히 다르지만 말이다.

대표적인 베트남 음식, 퍼의 유래도 흥미롭다. 농업국가인 베트남에서는 소로 음식을 하지 않지만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들이 하도 닦달하다 보니 소로 국물을 우려냈다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국물은 먹지 않고 건더기만 먹는 식성을 가지고 있어서 국물을 버리는 게 아까웠던 현지인들이 국수를 말아서 먹기 시작한 게 퍼의 유래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에서 미군부대에서 버려졌던 여러 재료로 만들다 하나의 요리가 된 부대찌개만큼이나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음식이다.

숫자는 좀 외우다가 일단 보류한다. 베트남어는 중국어의 영향을 받아 성조가 있다. 이건 사람들한테 직접 물어보면서 배워야겠다. 경험상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적당히 익혀지더라.


나와 다른 총각 하나만 태우고 가던 차는 한 산골 지역에서 총각을 내려주더니 어떤 아저씨를 태우고, 조금 더 가서는 예쁘게 생긴 한 처자를 태운다. 이 처자는 도시 처녀의 느낌이 나는 게 잠시 집에 쉬러 왔었나 보다. 떠나는 딸을 보내며 멀리서 계속해서 손을 흔드는 어머니의 모습이 정겹다.

조금 더 가서는 6명의 청년들을 우루루 태운다. 그래도 기사 아저씨 오늘 적자는 아닐 듯 싶다. 이 청년들은 뒤에 타더니 뭐 이리 시끄럽게 노는지, 어느 나라나 젊음은 시끄러운 법인가 보다. 중간에 한 청년이 내 옆으로 오더니 베트남어로 막 뭐라고 한다. 내가 멍하니 보고 있으니 기사님이 비닐봉지를 하나 주는 것이 뭔가를 요청했었나보다. 이제 진짜 구분이 안되나. 아무래도 40 여일을 진행하던 현지화 프로젝트가 이제 완성됐나 보다.

헌데 왜 이 버스는 쉬지를 않을까? 슬쩍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출발하고 4시간이 지나도록 휴게소를 안 들린다. 이거 10시간 가는 거 아니었나? 혹시나 싶어 지도를 한번 보니 거의 다 와간다. 한두 시간만 더 가면 될 듯하다. 언제부터 한두 시간이 거의 다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 큰 버스가 10시간인 거 같고 이런 미니버스는 운전하기 나름이지 싶다. 어쩐지 아저씨 엄청나게 험하게 운전하시더라.

산의 험난하고 고불진 길을 지나던 버스는 대도시 하나를 지나는 듯 순탄한 도로를 달리더니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에서는 차가 워낙 흔들려서 글을 쓰기도, 책을 읽기도 힘들다. 그래도 이번 산길은 길 자체는 잘 닦여있어서 그런지 처음보다는 낫다. 버스도 길도 라오스보다 베트남이 훨씬 잘 정비되어 있다.

청년들도 다 내리고 아저씨와 젊은 처자, 그리고 나와 기사님 4명을 싣고 달리던 버스는 어떤 도시에 들어서더니 골목으로 빠진다. 여기에 뭐가 있나? 기사님이 뭘 두리번 거리며 가시더니 한 식당 앞에서 차를 세우고 모두 내리라고 한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나 보다.

내려보니 퍼보, 소고기 쌀국수 전문집이다. 들어가는 거 보다는 나가는 게 항상 먼저다. 먼저 화장실부터 가서 해결하고 온다. 이제 좀 살 거 같다.

주문하라길래 이 식당 전문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퍼보를 시킨다. 이미 쌀국수를 두 번 먹었지만 여기 말도 안 통하는데서 괜히 다른 거 주문하기도 애매하고, 또 아직 질리지도 않았다.

조금 있어 나온 국수를 보니 주문하기 잘했다. 어제 먹었던 것과 또 다르다. 비주얼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한국에서도 맛집들은 기사님들이 꾀차고 있다더니 여기도 맛집의 풍모가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걸 눈여겨 보고 따라한다. 일단 라임을 숟가락에 두개 짠다. 왜 숟가락에 짜나 했더니 즙만 넣고 빠진 씨는 버리기 위함이다. 거기에 고추와 마늘로 만든 시큼한 소스를 넣는다. 이때 마늘, 고추 건더기를 원하는 만큼 조심스레 건져서 넣는 것이 중요하다.

햐, 역시 맛있다. 쌀국수는 역시 아직 질리지 않았다. 근데 앞에 기사님이 먹는 걸 보니 면도 약간 다르고 고기도 다르다. 저건 뭐지? 아까 공부할 때 뭔가 본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사람들이 볶음밥을 먹는 것도 맛있어 보인다. 그냥 온천지 모든 게 맛있어 보인다. 먹을게 많은 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

현지 쌀국수가 서울에서 파는 베트남 쌀국수와 다른 점은 몇 가지가 있다. 일단, 당연하게도 고수의 향이 차이가 많이 난다. 둘째로는 국물이 생각보다 맑다. 설렁탕에도 진한 설렁탕이 있고 맑은 설렁탕이 있듯이, 이곳의 쌀국수는 맑고 시원한 국물이다. 이건 근데 북부 베트남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후 첨가물이 다르다. 현지에서는 라임을 줘서 넣어서 먹게 하고, 한국에서 보통 나오는 두 가지 적색 양념은 보기 힘들다. 라임이 안 어울릴 듯 한데 생각보다 어울린다. 어제 먹은 쌀국수에는 토마토가 들어간 것도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다 먹고 계산을 한다. 아까 외운 숫자를 응용해보려 하지만 역시 머리가 하얘진다. 이래서 실전으로 외워야 한다. 당황하고 있으니 옆에 아저씨가 한손으로 2, 한손으로 5를 보여준다. 7000 동인가? 7000동을 꺼내 주니 직원이 웃으면서 2천을 돌려주고 2만을 지갑에서 빼간다. 생각해보니 7000 동이면 350원이다. 이런 망신이 있나. 어제 식당이 3만 동이었으니 여기는 더 싼 셈이다. 여하튼 기사님 덕분에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이제 다시 출발이다. 가는 길에 한국에 있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대한항공 인천 귀국표를 결제한다. 이로서 18일 귀국이 최종 확정되었다. 이제 진짜 여행 막바지다. 원래 처음 여행을 15일로 생각했던걸 떠올리면 사실 15일 남은 게 막바지라고 하기는 좀 어폐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여기는 대도시인 듯, 길이 정말 잘 닦여 있다. 베트남에서는 큰 길을 가면 어김없이 뭐라 뭐라 쓰여있는 빨간색 깃발을 만나게 된다. 공산주의의 영향이겠지. 베트남은 공산주의 영향으로 빈부격차가 적은 편이라고 본거 같다. 뭔가 이 나라를 좀 더 배우고 싶다.

근데 이 기사님 대도시만 들어오면 시속 50 이하로 천천히 달리신다. 아까 산길을 그리 무지막지하게 이니셜디를 찍으며 달린 분과 같은 사람인지 의심될 정도이다. 뭔가 법적인 제약이 있음이 확실하다. 그래도 카메라도 없고 경찰도 안 보이는데 이리 지키는 거 보면 준법 정신은 대단해 보인다. 처벌이 엄청 강하거나.


아까 기사님한테 물어보니 여기서부터 또 3시간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5시간을 왔고 앞으로 3시간이니 대략 10시간이라고 한 게 과장이 아니다. 산길을 넘느라 느리게 온 것도 있긴 하지만 동남의 나라들은 참 넓다. 좁지 좁은 우리나라 땅에 있다 다른 나라들을 오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작은지 새삼 느끼게 된다.

대도시를 벗어난 버스는 또 다시 산을 오른다. 산 정상에서 구름 속에 가려진 산을 보는 것은 언제나 탄성을 자아낸다. 라오스에서 많이 봤기에 지겨워질 법도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은 법이다. 그래서 노여사를 7년 동안 봐도.... (요즘 또 여행기 안 본다고 했던가?)

고산지대를 열심히 달리던 버스는 뒤에 앉은 아저씨의 비상사태 선언에 잠시 멈춘다. 버스가  멈추자마자 아저씨는 달려나가고 풀숲을 향하여 시원하게 작은 폭포를 만든다. 따라 내리니 한쪽에서 진짜 물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고 있다. 고개를 돌려서 바라보니 진정한 폭포가 산 중턱에서 내리고 있다. 이야, 지금까지 본 폭포 중 가장 제대로 된 폭포 같다. 산 꼭대기에 물이 우렁차게 떨어지고 있다. 베트남, 라오스는 그냥 아무데서나 세워도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경치가 펼쳐져 있다.

다시 버스에 올라타고 또 다시  끊임없는 산길이 이어진다. 책도 보고 졸리면 한숨 자고 마음을 편안히 갖는다. 어차피 오후 서너 시는 되어야 도착할 거다.

한 마을에서 또 버스가 멈춘다. 이번에는 뭘까? 그런데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사파! 사파!"라며 나를 보며 외치신다. 아, 여기가 사파? 시계를 보니 아직 2시가 안됐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미리 얘기를 좀 해주시지. 급하게 짐을 챙기고 가방을 메고 나온다. 나오면서 버릇처럼 놔두고 오는 건 없는지 내 자리를 한번 스캔한다. 이거 중요한 버릇이다.

기사님은 인사를 하자마자 사라지신다. 그래도 나름 7시간이 넘게 같이 왔는데 갑자기 인사도 없이 사라지니 허망하다. 별걸 다 허망해한다 생각하며 혼자 피식 웃는다.

그나저나 사파가 이런 동네였단 말인가. 여행에도 스포가 있다고 믿기에 자세한 조사를 안 하고 왔더니 생각과 너무 다른 모습에 어안이 벙벙하다. 내 상상 속에 사파는 므앙응오이 누아 같은 작고 아기자기하면서 경치 좋은 동네였다. 하지만 내리자마자 보이는 호수와 이를 둘러싼 온갖 호텔과 레스토랑들이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했음을 깨우쳐준다. 여기는 일단 시골이 아니다. 하나의 대도시라 얘기해야 옳을 듯하다.


호텔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호텔들이 다들 너무 좋아 보인다. 이러면 오히려 선택하기가 힘들다. 아까 부킹닷컴과 태사랑에서 본 곳 중 한 곳을 집어서 지도에서 찾아본다. 호수 주변에 호텔들은 보나 마나 엄청난 가격일 듯하고 나같이 가난한 사람들이 모이는 골목부터 어서 찾아야겠다.

여기는 날씨가 쌀쌀하다. 에어컨이 아니라 히터가 필요할듯한 날씨다. 구석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도시는 더 커진다. 호수 주변이 전부가 아니라 작은 길들이 이어지면서 아까 본거와는 비교도 안되게 더 많은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게 늘어져있다. 사파, 네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더냐.

일단 여기 저기 둘러본다. 혹시나 싶어 골목길에 호텔 하나를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보니 25달러이다. 내 보통 예산의 두배가 넘는다. 여기도 왠지 저렴한 동네는 아닐 거 같다. 근데 도대체 뭐가 있기에 이리 관광지로 발달된 걸까? 분위기는 나름 마음에 들긴 하는데 생각과 달라서 아직도 혼란스럽다.

한바퀴를 쭉 돌아보니 갈수록 아리달송하다. 이거 괜히 헤매기만 할 듯해서 태사랑에서 한분이 예전에 올려놓은 Family Guesthouse를 찾아간다. 뷰가 좋고 당시 조식 제외하고 15$로 상대적으로 저렴했다는 얘기만 믿어본다. 당시가 완전히 비수기는 아니었으니까 지금 가면 더 저렴하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길이 좀 헷갈리지만 그래도 많이 헤매지 않고 찾는다. 저렴하다더니 길의 맨 끝에 위치하고 있다. 잠시 고민하지만 어차피 스쿠터를 빌려서 타고 다닐 생각이라 괜찮을 거 같다. 게다가 이동네는 이 구석까지 괜찮아 보이는 식당과 카페들이 다양하게 보인다. 그 와중에 한쪽에서는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 여전히 도시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마치 여행지의 가로수길을 보는 느낌이다.

숙소에 들어가니 영어를 잘하는 총각이 맞이해준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뷰가 좋은 3층 이상은 20달러, 그 밑은 15달러라고 한다. 일단 방을 보자고 한다. 높은 위치의 방을 보여준다. 이야, 여기 이 정도 가격은 받을만하다. 전방에 있는 산을 향해 펼쳐진 베란다가 멋진 뷰를 선사한다. 해먹이 있다면 더 좋을 텐데 그런 분위기는 아니니 아쉽다.

내려가서 네고를 본격적으로 해본다. 비수기인데 혹시 할인 못해주겠니? 아래층은 12달러까지 해주겠다고 한다. 만달레이에서 묵었던 도미토리가 12달러니 사실 나쁘지 않은 가격이지만 요즘 10달러 밑으로 계속해서 숙소를 잡았더니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진다. 그래도 욕심이 난다. 계약해버릴까?

근데 갑자기 아래층에 빈방이 찾아보니 없단다. 위층 밖에 없고 그건 할인해서 17달러까지 해주겠다고 한다. 뭐 이건 너무 비싸다. 이 정도면 고민의 여지도 없다. 마지막 오퍼를 한다. 위에를 12달러로 하면 자고 아니면 난 다른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 난 아래층 뷰로도 충분히 만족하는데 이건 너희 사정 아니냐.

한참을 고민하고 어디 전화까지 하더니 12달러로 해주겠다고 한다. 아까는 좀 비싸다 생각했지만 이리 되니 또 좋은 딜 같아서 덜컥 계약해버린다. 이거 거꾸로 낚인 건 아니겠지? 대신 조식 제외에 에어컨도 쓰지 않는 걸로 한다. 뭐 둘 다 필요 없을 듯 싶다. 봐서 필요하면 하루 자고 이동하면 된다.

일단 숙소로 올라온다. 여기는 호텔이다. 이거 너무 사치 부리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살짝 들지만 여기는 지나가는 곳이 아닌 머무는 곳이니 이 정도는 쓰는 것도 괜찮다고 합리화를 해본다.

베란다로 나가보니 뷰가 역시 멋들어지게 펼쳐져있다. 헌데 옆에 공사를 하는 소리가 영 거슬린다. 그러니 방에 아무도 없고, 그러니 나도 저렴하게 들어온 거겠지. 어차피 밤새 공사할 것도 아니니 신경 안 쓰도록 노력해봐야겠다.

트레킹은 언제 할까? 일단 내일은 스쿠터를 빌리고 동네를 한바퀴 쭉 둘러볼까 싶다. 그리고 그 다음날 트레킹을 하고 하루 더 머문 다음에 떠나면 적당할 거 같다. 트레킹이 21달러라고 해서 비싸다 생각했는데 여기 와보니 전혀 비싼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숙박에 식사가 모두 포함이니 적당한 가격이다. 참고로 이 호텔도 트레킹을 하길래 물어보니 32달러란다. 전화번호 받아오기를 잘했다.

방에서 좀 쉬고 있는데 5시가 되니 바깥에 안개가 짙어진다. 짙어진다고 표현하기에는 약한 게, 앞이 안 보일 정도다. 이러면 나가린데... 이런 상황에서는 비싼 돈 주고 베공 받은 좋은 뷰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여기도 도미토리가 5달라에 있던데 그냥 도미토리로 옮겨버릴까. 아까 살짝 보니 도미토리에 사람도 없던데. 그 돈을 주고 이 방을 계약한 것은 저녁과 아침에 뷰, 그거 하나 때문이다. 뭐 내일 오전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5시쯤 돼서 나간다. 저녁 먹기 전에 다시 한번 찬찬히 동네 분위기를 한번 봐야겠다. 그리고 오늘은 기필코, 어떻게든, 생맥주를 먹고 말리라. 내일은 특별한 스케줄을 잡고 있지 않으니 오늘은 좀 편하게 마셔도 된다. 오늘은 밥 보다도 생맥주가 우선이다.

나오니 역시 안개가 자욱하다. 설마 구름이 드넓게 펼쳐진 건 아니겠지? 걸어가면서 식당을 유심히 본다. 이 동네는 확실히 약간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관광지의 느낌이다. 식당들 앞에 Bia Hoi라고 쓰여 있는 게 보이지만 무시한다. 로컬 식당에서 오늘은 좀 제대로 먹을 거다. 역시 아침을 스킵하고 점심에 쌀국수만 먹었더니 허기가 진다.

아까 들어올때 봤던 큰 광장 옆에서는 소수민족들이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다.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다들 같은 민족이다. 머리에 뭔가를 쓰고 한결같이 등에 지게 같은 것을 지고 있다. 근데 파는 게 뭘까? 보아하니 직접 만든 수제품들인 거 같다.

일단 이런 걸 구경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식당들을 둘러본다. 이 동네 생각보다 정말 거대하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사방 팔방으로 길이 이어져 있고 식당들이 쫙 퍼져 있다. 한 곳에서는 돼지를 통째로 꼬치에 구워서 굽고 있고, 다른 곳에서는 여러 식자재를 배치해두고 골라서 바비큐를 즉석에서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모든 곳에 영어는 없다. 역시 베트남 사람들은 영어를 싫어하는 게 확실하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파는 법,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며 직접 어떤 음식인지 찾아본다. 분차, 연어구이 등 찾아볼수록 모두 맛있어 보여서 허기는 더욱 심해진다.


헌데 문제가 있다. 그 어떤 곳에서도 Bai Hoi를 판매하지 않는다. 베트남 가면 그냥 있는 거 아니었단 말인가? 생맥주 때문에 저 맛있어 보이는 통돼지 바비큐 구이를 지나치고 수 많은 유혹을 이겨낸다. 이건 내일 먹어도 된다. 하지만 생맥주는 반드시 오늘 먹어야만 한다.


한 시간을 돌아다니고 결론을 내린다. 비아호이는 저렴한 술이라 이런 고급 진 곳에서는 팔지 않는 거다. 아까 올라올 때 여행자 거리에서 한두군데 보였던 것은 나처럼 그럼에도 찾는 사람을 위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오늘 먹고 말 거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숙소가 있는 그 여행자 거리로 돌아온다.

근데 여기마저도 안 보인다. 입간판에 쓰여 있어서 들어가면 막상 없다. 한 식당에서 비아호이가 있는지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외국인이 들어오더니 나한테 여기에 비아호이를 파냐고 물어본다. 아놔, 나 현지인 아니라고! 여기 종업원 아니라고! 또 다시 최대한 유창한 영어로 대답해준다. 나 여행자라고요. 근데 얘도 이리 찾는 거 보니 역시 이곳에서 비아호이를 찾기 쉽지 않은 거 같다.

숙소까지 쭉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나오는 길에서 드디어 한 식당을 발견한다. 유레카! 이런 멋들어진 식당을 원했던 건 아니지만 오늘만 희생하자. 포기하면 편한데 이놈의 성격상, 한번 마음 먹은 건 해야 잠을 편히 잘 수 있다. 하지만 생맥주는 정말 먹고 싶다.

식당에 들어서니 나보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기에 오늘 공부를 좀 한 데로 '한쿼어'라고 베트남어로 한국인이라고 대답해준다. 이 사람 갑자기 밝은 웃음을 짓더니 폭풍 베트남어로 뭐라고 한다. 저... 제가 아는 유일한 베트남어입니다. 그래도 한국인이 꽤 오나보다. 한국인들은 분차를 좋아한다고 이걸 먹으라고 권한다. 내가 듣기에도 이게 한국인들이 좋아한다고 들은 거 같긴 한데 사실 내일 점심에 제대로 먹고 싶었다. 헌데 고민하다 그냥 주문한다. 이것도 인연이겠지.

일단 비아호이부터 빨리 내놓으라고 한다. 나 급하다고요. 조금 있으니 비아호이 한잔이 먼저 나온다. 아 감격의 첫잔이다. 근데 양이 생각보다 작다. 이러면 이거 싼 게 아닌데. 캄보디아, 미얀마에서는 500원에 350cc였는데 여기는 200cc가 될까 말까로 보인다. 그렇다면 맛은? 싱겁다. 아 실망이다. 역시 미얀마 생맥주가 최고였다.

그럼에도 원샷 해버린다. 그래도 오랜만에 생맥주니 나쁘지 않다. 그때 앞에 한국인처럼 보이는 남자 세명이 들어온다. 말하는 거 들어보니 한국인이 맞다. 이들도 나를 알아봤을까? 아마 일본인으로 알지 않을까/ 일단 조용히 변장모드로 들어간다. 뭐 사실 안다고 해도 여기도 왠지 한국인이 많아 보여서 그들도 전혀 신경 안 쓸 거 같다.

조금 있으니 분차도 나온다. 이건 뭐지? 국물에 뭐가 떠 있고 면과 고수를 따로 준다.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면을 조금씩 저 국물에 담가서 먹으란다. 메밀국수 같은 거구먼. 한입 먹어보니 나쁘진 않은데 딱히 맛있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실망이다. 아마 여기가 잘 못 만드는 거겠지. 이래서 첫 경험을 좋은데서 해야 하는데 아쉽다. 그래도 나는 생맥주를 먹었다!

오늘은 생맥주로 모든 걸 희생했으니 그 대가는 있어야겠지. 두 번째 잔을 주문해서 요리와 같이 마신다. 국수로는 배가 덜 찰 거 같아서 스프링롤도 하나시킨다. 이럴 거면 스테이크 같은 걸 그냥 하나 시켜 버릴걸 그랬다.

국수는 순식간에 해치우고 맥주 두 번째 잔도 해치운다. 스프링롤이 나올 때쯤 3번째 잔도 시킨다. 얘는 좀 맛이 있으려나. 생맥주를 마시긴 하는데 음식이 생각보다 약하니 신이 나지 않는다. 아까 통돼지를 먹었어야 한다고 후회하고 싶지만 의미가 없는 게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맥주 때문에 여기로 왔을 거다. 어차피 언제나 선택은 내가 한 거기에 그 순간을 후회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 순간의 선택을 달리하려면 지나온 나의 모든 시간들을 부정하는 거다. 생맥주 하나에 과하게 생각하는군.

스프링롤은 너무 느끼하다. 매운 고추나 소스를 달라고 부탁한다. 아쉽긴 하지만 최대한 즐겨보자. 비아호이의 본체를 알았으니 내일은 속시원히 다닐 수 있을 거다. 근데 본체를 안건 맞을까? 게다가 좀 실망스럽긴 하지만 난 역시 생맥주의 인간이라 별로인 생맥주가 괜찮은 병맥주보다는 사랑스럽다. 아 이 생맥주의 굴레여.

이러쿵 저러쿵 하지만 베트남은 마음에 든다. 무척 마음에 든다. 자기들 음식을 영어로 표기하지 않는 그 오만함이 마음에 들며, 그 오만함을 가질만한 문화와 역사가 마음에 든다. 언어의 독자성도 마음에 들고, 미국을 싫어하지만 대중들이 익히기 쉽기에 알파벳을 채용했다는 사실도 마음에 든다. 아직 섣부르긴 하지만 미얀마 이후에 가장 마음에 드는 나라 아닌가 싶다. 물론 좋아하는 이유는 완전 다르지만 말이다.

매콤한 소스가 나오니 이제 좀 먹을만하다. 오늘 돼지처럼 게걸스럽게 먹으려고 했는데 좀 아쉽긴 하다. 그나저나 여기는 비아호이 때문에 장사가 잘되는 거 알고 있을까? 여행자들이 계속 메뉴만 보고 지나갔다가 한참 후에 대부분 돌아온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왜 그런지 안다. 이 거리에서 막상 비아호이 파는데가 여기 말고는 안 보인다.

이 도시를 왜 좋다고 했는지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여기는 숨겨진 보석이 아닌, 대놓고 드러나서 빛나는 보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하게 관광지화 되어 있지는 않다. 현지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런거 아닌가 싶다. 식당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간다. 현지인, 태국인, 서양인, 그리고 한국의 아버님들까지 모두 이곳을 지나가며 즐긴다. 뭔가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겪어보지 못한 묘한 매력이 있다.

3잔을 마시고 일어난다. 계산서를 받아보니 200,000동이다. 여행 중 먹은 식사 중에 최고 가격이다. 한끼에 10불 가까운 돈이니 이리 먹다가는 순식간에 파산이다. 한잔 더 마시고 싶지만 이 마지막 한잔은 내 방 베란다에서 마시기 위해 아껴둔다. 안개가 자욱하지만 그럼에도 베란다에서 마시는 맥주는 또 다른 신선함이 있을 거다.


숙소로 올라가는 길은 내려 올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단언하건대 이곳이 베트남의 카오산로드이다. 시끌벅적한 바들과 여러 상점들이 어우러져 기분 좋은 분위기를 낸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 숙소로 올라가는 길에 바가 여럿 보여서 한잔 할까 살짝 고민하지만 그냥 지나친다. 난 근본적으로 시끄러운 게 싫은가보다.

숙소로 오니 영어 잘하는 스태프가 사라졌다. 아, 쉽지 않겠는데. 손짓 발짓해가며 옥상의 식당을 운영하냐고 물어보니 다행히 하신단다. 그러면 내 방에서 음식을 먹어도 되냐고 여쭤보니 된단다. 이 얘기를 서로 이해하는데 30분이 소요된다. 그런데 사장님 옥상 식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거 같다. 나보고 방에서 먹지 말고 올라가서 보고 거기서 먹는게 어떠냐며 계속 설득하신다.

올라가는 길에 보니 진정 이곳의 숙박하는 사람은 나 혼자다. 식당도 불을 끄고 있다가 올라가면서 킨다. 그런데 뭔 운영을 한댜. 본인들 식사도 하셔야 하니 주방은 어차피 사용할거고, 그러니 주문을 받고 요리하는 게 그냥 그리 어렵지 않은 거 같다.

루프탑 식당도 나쁘진 않지만 안쪽에 할머니가 주무시고 계시다가 고개를 내밀며 무슨 일인가 보시는 게 왠지 방해하면 안될 듯하다. 예정대로 베란다에서 먹고 싶다고 말씀드린다. 스프링롤과 맥주 하나를 시킨다. 두개 합쳐서 8만 동, 4천 원 정도다. 오늘 이래저래 지출이 꽤 크다. 근데 뭔가 기분 나쁜 지출은 아니고 혼자만의 기분 좋은 술자리라 나쁘지는 않다.

방에 들어와서 베란다에 앉아본다.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이지만 몽환적인 분위기가 은근 나쁘지 않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안개 속에서 술 먹어본 적 있나? 없으면 말을 말거라.

조금 기다리니 사장님이 음식과 맥주를 가져오신다. 맥주를 3병이나 가져오셨다. 안 먹는 건 남기면 된단다. 영업 잘하신다. 이러면 남기겠냐. 베란다까지 배달해주신다.

나 홀로 먹먹한 안개 어린 밤산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을 마시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건 또 나름의 유니크한 경험이다. 그래도 이 호텔에 머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비싼 돈 주고 좋은 곳에 머물면 최대한 그 장점을 뽑아내야 한다. 이런 룸 서비스를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해주겠나. 단돈 5천 원이 주는 행복이다.

책을 보며 맥주를 마신다. 왕좌의 게임, 이거 은근히 사람 눈을 끈다. 역시 유명한 관광지는 유명한 이유가 있고 명작은 명작인 이유가 있는 거다.

한 병을 마시고 나니 모기가 5방이 물렸다. 아니 이 추운 동네에도 모기가 여전하단 말인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 즐기고 싶지만 나머지는 방으로 들어가서 마신다. 아무래도 바깥보다 좋지는 않지만 또 그렇다고 나쁘지는 않다.

이상하게 베트남은 뭔가 호감이 간다. 뭔가 나와 궁합이 맞는 거 같다. 오늘도 사실 딱히 한 것 없고, 사파도 어찌 보면 내 기준에서 카오산로드와 비슷한 느낌이라 싫을 수도 있지 싶은데, 베트남이라 용서가 된다. 왜일까? 그 이유를 앞으로 보름 동안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오늘은 그저 즐거운 날이며 즐거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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