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여행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봤다. 일단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내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만이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걸 누가 모를까. 행복해져야겠다는 목표보다 중요한 것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 지를 깨닫는 것이다. 단순한 자아실현을 추구하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행복 이전에 생존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고프면서 행복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하기에 일단 첫번째로, 원초적인 욕구들이 만족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식욕, 성욕 등이 만족되어야만 그 다음 단계를 논할 수가 있다. 금욕적인 자기성찰로 행복에 이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 반대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식욕, 성욕, 수면욕 등 1차적인 욕구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충만감을 얻는 것이 더 높은 차원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매슬로는 인간 욕구의 5단계에서 아래단계가 만족이 안되면 그 윗단계를 추구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중국에서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하여 자기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천하를 논할 수 없다고 하였다. 비슷한 맥락으로 나 또한 행복에 대한 철학을 논하려면 개인에 대한 원초적인 욕구의 만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쾌락주의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쾌락주의는 허기를 더 극대화시켜서 행복으로 가는 길을 방해한다. 건강한 만족이 필요하다. 엽기적인 음식을 매 끼니마다 추구하는 것이 아닌 단 한끼를 평범하게 먹더라도 맛을 음미하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할 것이며, 무분별한 성생활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 있는 건강한 성생활이 중요하다. 직장인들이 흔히 그러듯 밀린 잠을 주말에 몰아서 하루 종일 자는 것이 아니라, 6시간이라도 집중력 있는 수면이 필요하다. 이러한 건강한 생활만이 원초적인 욕구들의 허기를 잠재울 수 있다. 사랑없는 원나잇은 사랑을 더 고프게 하며, 자극만을 추구하는 식욕은 더 허기가 지게 하고, 끊임 없는 수면은 사람을 더 피곤하게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진리인데 유교바탕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원초적인 욕구를 얘기하고 논하는거 자체를 터부시한다. 그러면서 행복해지기 위하여 자기계발을 하라고 하고, 더 아프라고 한다. 기본적인 만족이 없는 상태에서 행복이 올 수 있을까? 뜀박질을 배우려면 걸음마부터 배워야 한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존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