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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클루시브 리서치 방법론

vol26. 핀란드 교사 교육과정과 포용적 리서치 방법

by 향기찾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애(disability)'는 많은 경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의 불일치라고 하죠.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자가 계단 앞에서 멈추거나, 시각장애인이 웹사이트에서 주문을 못 하거나, 햇빛 아래 스마트폰 화면이 안 보여서 조작이 어려운 경우들처럼요. 오늘 소개할 칼럼의 저자는 이런 문제의 원인이 사용자에게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 그 자체에 있다고 말합니다.


"디자인은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우버에서 시각장애인과 저시력 사용자의 교통 경험을 조사하던 필자는, 한 참여자의 사용자 경험을 듣게 됩니다. 그는 버스 정류장을 찾는 일부터 고장난 음성 안내 속에서 정류장을 지나칠까 불안해지는 순간, 복잡한 도로에서 우버 차량을 찾는 일, 화면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우버 앱을 사용하는 어려움까지 털어놓았는데요. 필자는 “우버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잖아요.”라는 참여자의 말에 문제의 원인이 참가자의 시력이 아니라, 우버의 디자인 자체에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해요.


실제로 우버는 앱에서 VoiceOver(아이폰 스크린 리더)와의 호환성이 떨어졌고, 이미지에는 대체 텍스트가 없었으며, 정보의 읽기 순서도 직관적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시각적으로만 정보를 전달하는 화면 구성은 시각장애 사용자에게 거의 무의미했으며, 이렇게 시각장애인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된 전반적인 구조 자체가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포용적 디자인의 결여 이유

필자에 의하면 포용적 디자인의 결여는 리서치 과정에서의 배제에서 시작됩니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휠체어 사용자 등 다양한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UX 리서치 과정에 포함되지 않으면, 그들을 위한 설계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죠. 실질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해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리서처이고, 그렇기에 이들이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조직 내에서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어요. 많은 기업들은 디자인이 잘 작동하는 ‘핵심 사용자’ 중심으로 리서치를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햇빛 아래에서 아이폰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 문제는 시력 사용자들에게도 불편을 주기 때문에, 자동 밝기 기능 같은 개선이 빠르게 도입되었죠. 반면에, 특정 장애를 가진 소수의 사용자들이 겪는 문제는 “엣지 케이스”(예외)로 분류되어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미노 피자의 경우, 웹사이트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38,000달러가 든다는 보고를 받고 장애인 고객의 접근권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대법원까지 갔다고 해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인의 26%는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요? 필자는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조직 전체가 ‘포용’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경영진은 포용을 핵심 가치로 선언하고, 이를 실제 제품 개발과 디자인, 리서치에 업무 차원에서 통합해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다양한 감각과 표현 수단이 사용자 경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고, 개발자는 접근성 기능 구현을 위한 시간과 교육을 보장받아야 하죠. 그리고 UX 리서처는 더 다양한 사용자를 리서치에 포함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포용적 리서치, 어떻게 시작해볼 수 있을까요?


포용적 리서치 실천 가이드

1. 팀의 '다양성'부터 점검하기

리서치를 기획하는 팀이 비슷한 배경, 성별, 신체 조건, 언어권으로 구성돼 있다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시야 에서만 사용자 페르소나가 구성된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 우리 팀과 전혀 다른 사람은 누구일까?”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리서처, 리뷰어를 포함해 보기.


2. 사전 데스크 리서치를 생활화하기

접근성 가이드, 유니버설 디자인 사례, Inclusive Copywriting 팁, 사용자 감수 지침 등

Google, Microsoft, Apple, BBC 등은 접근성 관련 자료를 공식적으로 공개해 둠


3. 다양한 사용자 리크루팅 방법

행동 기반 리크루팅 기준 도입

전통적인 나이·성별·직업 대신, 디지털 리터러시, 기기 사용 패턴, 앱 접근 환경을 기준으로 세그먼트 만들기. 예: “60대 남성”보다는 “데이터 요금제가 제한된 보급형 스마트폰 사용자”


네트워크 확장 전략 활용

친구, 동료, 지역 단체, 커뮤니티 게시판 등 “혹시 이런 사람 아세요?” 비공식 채널 활용, 정서적 노동을 강요하지 않도록 ‘자발성’ 보장!


특정 사용자군을 위한 전용 패널 시도

보조기기 사용자, 이주배경 사용자, 인지장애 당사자 등과 반복 리서치를 진행해야 할 경우 소규모 전용 패널을 미리 구성하기, 인센티브, 피로도 관리, 지속적 피드백 루프 설계 필수


4. 리서치 환경과 방법도 포용적으로

동의서 '쉬운 정보 접근'으로 전환

법률 용어 투성이의 동의서는 인지·언어적 어려움이 있는 사용자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진입 장벽, 쉬운 언어, 시각적 구분, 핵심 정보 요약 등으로 '이해 가능한 동의서’ 만들기, UX 라이터, 법무, 당사자 커뮤니티와 협업


참여자의 접근성 조건을 미리 파악하고 준비하기

리서치 신청 단계에서 청각·시각·인지·운동 기능과 보조기기 사용 여부를 체크, “이걸 왜 묻는지”, “어떻게 활용될 건지”는 반드시 명확히 안내, 예: 스크린 리더 사용 여부, 자막/수화 통역 요청, 큰 글씨 선호 등


기술적 제약을 고려한 방법론 설계

저사양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 줌 설치 불가, 인터넷이 느린 지역 사용자 Figma이용 불가, 예: 와츠앱으로 일기 조사 진행, 문자 기반 피드백 수집, 오프라인 전화 인터뷰 등


5. 리서치 결과, 조직 전체에 공유 및 확산

PM, 디자이너, 개발자가 ‘함께 듣는’ 구조 만들기

리포트 뿐 아니라 참여 관찰, 요약 영상, 페르소나 워크숍, 공감 맵핑 등의 공유 세션 만들기, 포용성이 디자인 시스템과 우선순위에 반영될 가능성 up!


"실수도 괜찮다"

접근성 체크리스트 만들기, 내부 언어 감사하기, 문항 다시 설계하기, 실수했다면? 인정하고, 고치고, 공유하기, 그게 진짜 인클루시브 문화!


[참고자로]

(1) Querini, V. (2021, August 3). How to conduct inclusive UX research

(2) Anonymous. (n.d.). Design needs inclusive research

(3) den Bouwmeester, K., & Efimenko, A. (2021, November 22). 10 tips on how to get started with inclusive UX research practice


포용적 디자인의 결여가 리서치 대상에서의 배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핵심 사용자의 니즈를 최우선시하는 조직에서 어떻게 "엣지 케이스"를 리서치 대상에 포함하고 유의미한 적용점을 설득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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