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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포용적인 제품들

vol24. 핀란드 교육이 알려준 것 - 포용이 기본값이 될 때까지

by 향기찾기

감각 민감성(Sensory Sensitivity), 혹은 감각 처리 민감성(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SPS)은 자폐 스펙트럼(ASD), ADHD 같은 신경다양성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빛, 소리, 촉감, 냄새, 맛, 움직임 등 대부분 사람들에게 ‘조금 신경 쓰이는’ 수준인 요소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될 수 있죠. 이렇게 감각적으로 민감한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 정도라는 연구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공간들은 여전히 그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감각처리연구소(Star Institute)에서 활동하는 작업치료사이자 버지니아 슈필만은 “우리는 ‘신경전형적인 방식’이 인간의 표준이라는 신화를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 감각 포용 공간이 예외적인 곳이 아니라,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감각 민감성이나 신경다양성에 대해 ‘결함’이나 ‘부족함’으로 보는 시선이 아니라,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어가야 하죠. 오늘은 이를 위해 노력하는 감각 포용적인 제품 사례를 가져와봤어요.


감각 민감한 이들의 ‘의복치료사’ Sensewear

117256_2793548_1747103285577310683.png *출처: WIRED 홈페이지

생김새가 기이하죠? 센스웨어는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가 이끄는 디자인 그룹 Caravan의 프로토타입 컬렉션입니다. 감각 처리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중추신경계에서 감각 자극을 받아들이고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감각에 과도하게 예민하거나 반대로 충분히 민감하지 않게 반응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라벨이 목에 긁히는 불쾌한 감각의 10배 이상을 경험하는 셈인거죠. 센스웨어는 이들은 위한 치료 보조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의류의 가능성을 제시했어요. 즉, 불편한 감각 자극 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옷을 만든 것이죠. 옷은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고, 특히 사용자가 스스로를 진정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치료사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고 해요.


센스웨어 각각의 옷에는 특정 감각 반응을 다루기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겨 있는데요. 예를 들어, 재킷은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안감과 손펌프가 달려 있어, 착용자가 원하는 때에 포옹을 받는 듯한 압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갓난아기를 감싸주는 '스와들링' 같은 안정감을 준다고 해요. 또 하나의 아이템인 대형 목걸이는 물거나 만지거나 흔들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스카프는 두 종류로, 하나는 향기가 나는 모델로서 사용자에게 향기를 통한 기억 회상의 도구가 되고, 다른 하나는 다관절처럼 늘어나는 고무 스카프로, 목, 어깨, 허리 등 다양한 부위를 압박하며 편안함을 줍니다. 마지막 아이템은 스트레치 후드가 달린 풀오버로, 소리에 민감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는데요. 사용자는 이 옷 안에 파묻혀 자신만의 '음향 차단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해요.


센스웨어는 두바이 자폐 센터와 협업하며 센스웨어를 개발했는데요. 센터의 연구자들은 감각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며, 치료사는 매번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해요. 따라서 센스웨어의 각 옷들은 모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감각 처리 장애는 크게 특정 촉감이나 소리, 시각 자극에 압도되는 ‘과민 반응’과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하는 ‘저민 반응’으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후드가 달린 풀오버는 감각적으로 피곤한 순간에 후드 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쉴 수도 있으며 반대로 후드가 너무 많은 소리나 빛을 차단해 오히려 불편하다면 그냥 벗으면 되는 것이죠.


감각 민감한 구강을 고려한 치약 Sensodyne

센소다인은 국내에서도 꽤 알려져있는 치약 브랜드이죠. 이곳은 감각 포용성을 핵심 미션으로 삼고, 감각 민감한 환자들과 이들을 이해하는 치과의사들을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감각 처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90%가 치과 방문이 힘들다고 느끼고, 26%는 감각 과부하로 인해 치과를 아예 회피한다고 응답했는데요. 이에 센소다인은 감각 민감성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치약은 특허 성분인 NovaMin 또는 Potassium Nitrate(질산칼륨)을 활용해 감각 자극이 신경에 도달하는 것을 차단하여 과민 반응을 완화하고 통증을 억제합니다. 또한 질감이 과도하게 거칠거나 거품이 많이 나는 일반 치약과 달리, 마찰이 적고 부드러운 텍스처를 유지해 감각 민감 환자에게 자극을 최소화하며 민트향을 자극적으로 느끼는 이들을 위해 순한 민트 혹은 무향 옵션 또한 제공합니다. 제품의 포장 또한 자극이 될 수 있기에 제품 광택을 줄이고 텍스트와 이미지 요소를 간결하게 유지해 시각 과부하를 줄이려 노력했다고 해요.


센소다인은 제품 개발 뿐만 아니라, 신경다양성 당사자들의 자문을 받아 환자용 안내 자료, 자기 옹호 팁, 진료 준비 체크리스트 등을 제작해 제공하며, 방문 자체가 감각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치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미국치과협회(ADA)와 비영리단체 KultureCity와 협업하여 감각 민감 환자를 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교육과 리소스를 개발하고 있기도 해요. 신경다양성 전문가 및 감각 접근성 자문단과 협업해 ADA인증 온라인 훈련을 제공합고, 이 교육을 수료한 치과는 KultureCity에 등록되어 ‘감각 포용 인증 마크’와 함께 앱 검색 대상이 됩니다. 교육을 수료한 치과는 선글라스, 소음 차단 헤드폰, 피젯 토이 등이 포함된 감각 지원 키트도 받을 수 있어요.


자료를 읽으며 “치료의 목적은 결국 일상에서 하고 싶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누군가에겐 여전히 배제의 경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달까요. 이번 사례들을 통해, 인클루시브 디자인이 더 보편적인 기준이 될수록 신경다양한 사람들의 선택지는 더 넓어지고, 보다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References]
(1) How can we make the world a more sensory inclusive place?

(2) Sensory Inclusion Initiative

(3) This Odd-Looking Clothing Is Designed to Help Autistic K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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